잘 팔리는 차들은 다 그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 가격대비 탁월한 성능이나 감각적인 디자인,안정적인 애프터서비스(AS) 등이 그것이다. 반면 고객의 외면을 받는 모델은 주로 연비가 떨어지거나 단종이 예정돼 있는 차량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도움으로 올 상반기 '베스트셀링'과 '워스트셀링' 모델을 뽑아봤다. 고유가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연비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트랜스폼이 베스트셀링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쏘나타는 작년 7월부터 전차종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모델.올 상반기에만 7만1972대를 팔아치웠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주행안정성 제어시스템(AGCS)과 차체자세제어장치(VDC),측면 및 커튼 에어백 등 안전사양을 대폭 강화한 2009년형 모델을 판매 중이다.

쏘나타에 이어 아반떼(4만9470대)가 올 상반기 가장 사랑받은 차 2위에 올랐다. 아반떼는 최근 국내외 판매 500만대 기록을 세운 주역이다. 오는 9월께 2009년형 모델이 나온다. 르노삼성의 SM5 역시 2만7534대가 팔려 중형차 시장의 만만치 않은 강자임을 입증했다.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ℓ당 16.6㎞를 달릴 수 있는 경차 모닝과 마티즈가 각각 3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유가 덕을 톡톡히 봤다. 수요가 몰리면서 주문 후 인도받기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기아차 모닝의 배기량이 999cc로,GM대우의 마티즈(796cc)에 앞선다.

올 상반기 톱10에 새로 진입한 차는 현대차의 i30와 제네시스다. 총 1만7321대가 판매돼 9위로 기록된 i30는 국내 해치백(뒤쪽에 위로 여는 문이 달린 차량)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다. 트렌디한 유럽형 디자인과 소형차 수준의 연비(ℓ당 13.8㎞,자동변속기 휘발유모델 기준)가 장점이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첫 후륜구동형 세단으로,고급 수입차 이상의 성능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에선 현대차의 싼타페가 유일하게 톱10에 들었다.

올 상반기엔 GM대우의 스포츠카인 G2X가 63대 판매되는 데 그쳐 워스트셀링카가 됐다. G2X는 작년 9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2인승 스포츠카로,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가격이 4300만원으로 비싼 편이어서 소비자 외면을 받았다는 평가다. 다만 회사가 유류비 지원 명목으로 140만원을 지원하는 등 판촉을 강화하고 있어 판매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

현대차의 중형 쿠페(차량 뒤쪽 지붕이 낮은 세단) 투스카니 역시 올 상반기에 704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매달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6월 실적은 95대에 불과했다. 투스카니가 안 팔리는 이유는 곧 단종될 예정이어서다. 차량이 단종되면 중고차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판매량이 감소하는 게 보통이다. 현대차는 투스카니 대신 9월부터 제네시스 쿠페를 투입할 계획이다.

단종을 앞두고 판매량이 줄어드는 모델은 또 있다. 워스트셀링 9위에 오른 현대차 에쿠스다. 내년 초 단종을 앞두고 올 상반기 2994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200만원을 깎아주기로 하자 6월 판매량(446대)이 5월(389대)보다 늘었다는 게 위안이다.

쌍용차의 SUV 모델들은 나란히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였다. 로디우스(4위)를 비롯해 렉스턴(5위),액티언(6위),카이런(8위) 등은 6개월간 2000~3000대 팔리는 데 머물렀다. SUV가 잘 안 팔린 이유는 경유값 급등 때문이다. 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름값 오름세가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다,업체들이 할인판매 등을 강화하고 있어 하반기엔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GM대우 젠트라(3위)와 기아차 쎄라토(10위) 등은 역시 잘 팔리지 않았다. 경형 또는 중형급 이상을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 때문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