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업체들이 뿔이 날 만도 하다.

#사례1.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얼마 전부터 혼다와 렉서스 등 일본차들을 자사 모델과 직접 비교 평가하는 행사를 갖기 시작했다. 비교시승을 한다는 것은 비교 대상이 동등한 수준이거나 최소한 경쟁해 볼 만한 상대임을 증명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닐까.

#사례2.혼다가 올 들어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혼다는 오는 9,10월께 수입차업계 최초로 연간 1만대 판매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혼다의 1위 질주는 뉴 어코드와 CR-V의 인기에 힘입은 결과다.

#사례3.미쓰비시가 오는 9월부터 한국 판매를 시작한다. 수입과 판매를 맡은 업체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확고한 유통망을 갖춘 대우자동차판매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우자판은 미쓰비시차의 판매가격을 국산차와 최대한 비슷하게 맞출 계획이라고 한다.

혼다,미쓰비시에 이어 내년에 국내에 들어오는 도요타까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국산차 업체들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브랜드다. 혼다 어코드와 도요타 캠리는 쏘나타와,혼다 CR-V와 도요타 RAV4는 투싼과 동급 차종이다. 해외 소비자들은 차를 살 때 두 모델을 놓고 고민한다. 그렇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판단은 어떨까. 어코드와 CR-V는 수입차고,쏘나타와 투싼은 국산차다. 여기엔 엄청난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단순하게 보면 수입차여서 좋은 차와,국산차여서 그저 그런 차로 구분된다.

동급의 차지만 판매가격은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쏘나타 FS24의 경우 옵션이 대부분 들어간 차가 2877만원인 반면,뉴 어코드 2.4는 옵션이 쏘나타보다 많이 부족한 데도 3490만원이다. CR-V와 투싼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혼다 차가 잘 팔리는 건 값이 싸기 때문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확하게는 소비자들이 싸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점이 혼다,미쓰비시,도요타가 얻는 혜택이다. 물 건너 온 차,즉 수입차는 무조건 국산차보다 좋고 비싸다는 선입견이 작용한 결과다.

현대나 기아로선 비교시승을 통해 이런 '어드밴티지'를 걷어내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해외에서는 같은 대접을 받는 차가 자기 안마당에선 훨씬 비싼데도 더 좋은 차,더 고급스러운 차로 받아들여지는 게 못마땅할 수 있다. 차값의 10~20%를 더 지불하고라도 평소 못타본 차를 사고 싶은 소비심리는 그렇다치더라도 평가만은 공정하게 받겠다는 게 국산차 업체들이 비교시승 행사를 벌이는 의도일 것이다.

국산차 업체들은 미쓰비시와 도요타의 상륙이 본격화하면 비교시승을 더 자주 할 게 틀림없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와 기아차 노조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또 해외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보증수리 등도 해외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현대와 기아차 노사가 이런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다면 비교시승을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시각을 확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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