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로 주행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의 가격이 싼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체와 부품이 낡아져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것은 자연적 노후만이 아니다.

연식 다음으로 차체와 부품의 피로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주행거리다.

연식이 같은 차라도 주행거리가 길면 시세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한국에서 자동차의 연평균 주행거리는 일반적으로 2만㎞ 안팎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고차 구매자들의 눈높이는 이보다 다소 높은 게 현실이다.

차를 사러 매매단지에 나온 고객들은 4만㎞를 달린 2년 된 차나 6만㎞를 달린 3년 된 차를 추천하면 하나같이 주행거리가 너무 길다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돈을 좀 더 주더라도 평균 주행거리보다 조금 더 짧은,얼마 달리지 않은 차를 선택하겠다는 구매 패턴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같은 구매 행태에 따라 중고차 딜러들은 보통 연간 주행거리 1만5000㎞를 품질 좋은 중고차의 기준으로 삼는다.

1년에 1만5000㎞,3년에 5만㎞,5년에 8만㎞를 '정상 주행거리'로 잡고 같은 연식에서 주행거리가 이보다 짧으면 비싸게 팔고 길면 싸게 판다.

시세가 오르내리는 폭은 차종과 가격에 따라 차이가 난다.

판매가격이 500만원대인 차는 주행거리가 1000㎞ 늘고 주는 데 따라 가격이 1만원 정도 오르거나 내려간다.

1000만원대 차량은 1000㎞당 2만원,1500만원대 차량은 1000㎞당 3만원 정도의 시세 변동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주행거리가 5만㎞인 2005년식 현대자동차 NF쏘나타 엘레강스가 현재 150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면,8만㎞를 달린 동급 차량은 1410만원 이하에 팔린다는 얘기다.

한 가지 알아둘 점은 시세가 떨어지는 데는 바닥이 없지만 시세가 올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주행거리가 짧은 차라 하더라도 연식이 짧은 정상 주행거리 차량보다는 비쌀 수 없다.

다시 말해 주행거리보다는 연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중고차로 팔 때 제값을 받겠다고 차를 주차장에만 모셔 놓을 수는 없다.

다만 불필요한 운행은 그에 따르는 대가를 요구한다는 점을 알고 주행거리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김도경 대흥상사(서서울매매단지) 딜러 / dkkim07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