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라면 야간 주행 때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의 전조등이 너무 밝아 순간적으로 눈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밝은 전조등은 운전자와 상대방 모두에게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전조등이 최초로 도입된 시기는 1885년이다.

독일 기술자 칼 벤츠는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에 경고하기 위해 2개의 랜턴을 장착했다.

1920년 이후 차량 대수가 늘어나고 성능이 향상되면서 운전 속도가 빨라졌다.

양 방향에서 운행하는 자동차의 시야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전조등이 보편화된 배경이다.

1958년 최초의 더블 필라멘트 방식을 도입한 '2등식 시스템'(필라멘트가 위 아래에 장착된 시스템) 전구인 'R2'가 탄생했다.

본격적인 전조등으로 쓰인 전구는 1967년 할로겐 기술이 도입되면서 출시된 'H1'이다.

H1은 텅스텐 백열전구의 효율성을 대폭 개선해 필라멘트의 수명을 크게 늘렸고,전구 크기도 줄였다.

기존 전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흑화현상'(빛이 발산되면서 전구의 전면부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을 개선했다.

1971년엔 램프 안에 더블 필라멘트를 장착한 2등식 시스템이 선보였다.

자동차 전구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알려진 'H4'다.

1993년 탄생한 'H7' 전구는 필라멘트의 밝기를 25% 향상시켰고 전구당 8W의 전력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 자동차 전조등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H1,H3,H4,H7이다.

이 밖에 제논가스 방전식 전구와 안개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H8',상향등으로 사용되는 'H9',하향등으로 사용되는 'H11' 등이 있다

자동차 사고 중 낮에 일어나는 사고는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60%는 야간에,25%는 악천후 때 발생한다.

어두울수록 운전할 때 더 밝은 빛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40세의 운전자는 20세보다 2배 정도 많은 빛이 필요하다.

도로의 밝기가 일정할 때 55세 운전자가 25세의 운전자보다 2.3배 많은 야간 사고를 낸다고 한다.

전구를 교환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포장을 제거하면서 전구의 유리 부분을 맨손으로 잡으면 지문과 손의 염분으로 생기는 얼룩으로 인해 밝기가 떨어질 수 있다.

전구의 유리 부분을 장갑 등으로 만져 유리 표면에 미세한 먼지나 오염 물질이 묻으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전구가 점등될 때 생기는 열로 인해 오염 물질이 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 표면에 얼룩이 묻었다면 알코올을 적신 솜 등으로 깨끗이 닦아낸 후 장착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