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컨설팅회사 부장인 서한기씨(43)는 한 달째 새 차 구입을 놓고 고민 중이다.8년째 타고 있는 2000cc급 차량을 교체하려는 데 어떤 차를 사는 게 좋을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서 부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예산은 4000만원 정도.국산차와 수입차에 대한 편견은 없다.

서 부장과 비슷한 고민에 빠진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하루가 다르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산 승용차는 대부분 4000만원 이하였고 수입차는 5000만원을 훌쩍 넘기 일쑤였다.하지만 국산 고급차가 잇따라 출시되고 수입차 메이커들은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4000만원대 차량이 부쩍 늘어났다.맘먹고 차를 바꾸려는 40대 중산층 소비자들로서는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대표적인 4000만원대 신차로는 현대자동차가 세계시장을 겨냥한 첫 럭셔리 세단 모델로 올 초 선보인 '제네시스'가 꼽힌다.고급 수입차들이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후륜구동 방식을 적용한 이 차는 V6 3.3ℓ와 3.8ℓ 람다엔진이 탑재돼 강력한 엔진 힘을 자랑한다.차 길이가 4975㎜로 그랜저(4895㎜)보다 크고 에쿠스(5120㎜)보다 조금 작지만 엔진 힘(262~290마력)은 에쿠스(237~268마력)보다 강하다.제네시스 3.3ℓ 가격(부가세 포함)은 4050만~4520만원이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이달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SM7 뉴 아트'의 3500cc 모델은 제네시스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가격이 3610만~4100만원으로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가속성과 차체 자세제어 능력이 종전의 SM7 모델보다 30% 이상 향상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쌍용자동차 역시 연초부터 '체어맨H'를 판매 중이다.3200cc짜리 600S의 고급형 사양이 4040만원이다.

승용차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기아자동차의 '모하비'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후륜 구동 방식과 프레임 타입의 차체를 채택,고급차와 정통 SUV 성격을 조화시켰다.V6 3.0 디젤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50마력,최대토크 55.0kg.m의 성능을 자랑한다.

휠베이스(축간 거리)는 동급 최장인 2895㎜이며 맨 뒷좌석을 접으면 1220ℓ의 적재공간이 생겨 골프가방과 보스턴가방을 각각 4개씩 실을 수 있다.가격은 2륜구동 모델이 3280만~4160만원,4륜구동 모델이 3490만~4400만원(자동변속기 기준)이다.연비는 ℓ당 10.8~11.1㎞ 수준이다.



4000만원대 수입차 모델로는 이 달 출시된 혼다의 신형 '어코드'가 대표적이다.히트작 '어코드'의 성능과 디자인을 대폭 개선한 모델이다.특히 3500㏄급 가격을 3940만원으로 책정하며 공격적인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이 차와 같은 급인 포드의 '토러스' 역시 3890만원으로 4000만원에 조금 못 미친다.268마력의 힘을 발휘한다.자동 6단 기어를 달았으며 연비는 ℓ당 8.7km다.

닛산 인피니티의 'G35'는 고성능 스포츠 세단으로 출력이 315마력에 달한다.보스 오디오를 비롯해 편의장비가 고급인 까닭에 가격은 4750만~4980만원으로 다소 높다.4륜구동 세단인 재규어 'X타입'은 요즘처럼 눈이 많이 내릴 때 유용하다.2008년형 2.5ℓ와 3.0ℓ 중 2.5ℓ 모델의 가격이 4990만원이다.

푸조의 '407 HDI'는 국내에 처음 수입된 디젤 모델이다.2000cc와 2700cc가 있으며,연비가 ℓ당 14.3(자동변속기)~17.4km(수동)로 매우 높은 편이다.볼보는 스포츠 세단인 'S60'의 가격을 4200만(2.4ℓ)~4300만원(2.5ℓ)으로 책정했다.

최고급 브랜드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4000만원대 모델로 신차 구매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BMW는 '320i'의 M스포츠 에디션 가격을 4740만원,실용적인 스페셜 에디션 가격을 4180만원으로 각각 책정했다.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C 200'의 세 가지 모델이 4690만~4990만원이다.아울러 폭스바겐의 '파사트 2.0 TDI 프리미엄'(4450만원)과 아우디의 중형 세단 'A4 2.0 TFSI'(4190만원),포드 '링컨MKZ'(4390만원) 등도 모두 4000만원대 고급 수입차들로 눈높은 국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