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75회를 맞는 제네바모터쇼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냉험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주최측은 지난 1일 개막한 모터쇼의 슬로건으로 'Challenge me,Admire me(나한테 도전하라,그리고 감탄하라)'를 내걸었다.


철강 및 플라스틱 원재료가격 상승과 세계 자동차 업계의 구조적인 공급과잉 현상으로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란 판단에 따라 업체별 색깔을 지키면서 세그먼트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차급별로 '영역 없는 무한 경쟁'을 예고하는 듯했다.


자국 시장을 일본 메이커에 빼앗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가 유럽인 취향의 신차를 공개,유럽 대공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GM은 베이비 캐딜락으로 불리는 '캐딜락 BLS'를 공개했다.


엡실론 아키텍처를 활용해 유럽의 작고 혼잡한 도로 여건을 감안해 개발한 소형 럭셔리 세단으로 GM은 메르세데스벤츠(C클래스)와 BMW(3시리즈) 텃밭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측은 사브의 스웨덴 공장에서 차를 생산,유럽에서 연간 1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 세단으로 유럽 시장에서 쓴 맛을 봤던 GM이 소형 세단으로 자존심을 회복할지 관심을 모았다.


포드는 'SAV(Sports Activity Vehicle)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미국에서는 몬데오 세단과 갤럭스 미니밴 중간급으로 분류되지만 유럽에서는 미니밴 차급으로 받아들여지는 차종이다.


포드 유럽의 디자인 개발을 주도하는 마틴 스미스 이사는 "유럽 고객들에게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크라이슬러의 다지는 네온 컴팩트카를 대체할 '캘리버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공격적이고 스포티한 외관으로 유럽 소비자들을 붙잡겠다는 목적으로 개발한 차다.


크라이슬러는 럭셔리 차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튀는 자동차를 살 수 있다는 점을 홍보 포인트로 내세웠다.


이에 맞서는 독일 업체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짙게 반영한 중소형 세단을 대거 출시했다.


BMW는 5세대 3시리즈,메르세데스벤츠는 새로운 B클래스,오펠은 2세대 자피라 미니밴,폭스바겐은 6세대 파사트를 각각 선보였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에커드 코르데스 사장은 200CDI모델을 직접 공개하며 중소형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지켜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와는 반대로 그동안 소형차 시장 공략을 강화해 온 프랑스 시트로앵은 C6시리즈 중대형 세단을 공개하고 럭셔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도 그랜저 후속 모델인 TG를 발표하고 유럽 럭셔리 세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현대차는 오는 2014년까지 세계축구연맹(FIFA) 파트너십을 맺은 것을 계기로 미니카 및 소형차에 이어 대형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번 모터쇼의 최대 관심은 일본 도요타가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과 합작으로 개발한 미니카 '아이고(AYGO)'의 공개였다.


가솔린 엔진 기술이 뛰어난 도요타와 앞선 디젤 엔진 기술을 보유한 푸조가 손잡고 미니카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아이고의 출현은 기아차의 피칸토(모닝)는 물론 벤츠 계열의 미니카 스마트 판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도요타측은 체코 콜린에 있는 합작공장에서 연간 30만대를 생산,오는 6월부터 도요타(아이고) 푸조(107) 시트로앵(C1) 모델로 판매된다고 밝혔다.


제네바(스위스)=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