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에 또 한 차례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불고 있다. 유럽 메이커의 고전과 미국 "빅3"의 부진,한.일업체의 약진속에서 모든 업체들이 새로운 생존 플랜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규모 합종연횡이 일단락됐다지만 사업부문별 제휴 등 경쟁사간 협력체제 구축작업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뒤늦게 출발한 중국업체도 막대한 내수시장의 잠재력을 등에 업고 글로벌 무대로 시장저변을 넓히고 있어 세계 자동차업계는 한 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거세지는 구조조정 세계 최대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는 유럽에 이어 미국 본토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했다. 이미 오펠 사브 등 유럽 자회사들의 공장에서 1만2천명을 감원키로 한 GM은 미국 내 5개 공장에 대해서도 내년초 가동중단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국 미시간 공장 인력의 20%인 9백명이 내년 1월 일시 해고될 예정이며 다른 미국 내 공장들도 3개 교대 근무를 2교대로 전환,9천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게될 전망이다. 차량 결함은폐로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에 직면한 미쓰비시는 주력 경자동차 생산부문을 아예 닛산자동차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생산비용 증가와 판매부진으로 올 3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5%가 줄어든 폭스바겐도 임금동결 및 근로시간 연장을 통해 오는 2011년까지 20억유로를 절감하는 회생계획을 추진 중이다. 포드도 영국 자회사 재규어 공장 1곳을 폐쇄하고 F1사업을 매각키로 했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GM을 제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도요타는 2006년 자동차 생산대수를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8백50만대로 늘린다는 방침에 따라 미국과 중국 공장 신설을 포함한 대규모 증산계획을 추진 중이다. 세계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도요타는 GM(8백40만대)을 제치고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설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다시 이는 합종연횡 붐 도요타자동차는 내년 프랑스 PSA와 체코에 공동 설립한 연산 30만대 규모의 경차공장이 완공되는 대로 유럽 공략의 강도를 한층 높인다는 전략이다. 르노와 닛산은 이미 헝가리에 공동 물류센터를 활용,비용절감을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쓰비시차도 PSA 판매망을 통해 유럽에서 미니밴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판매하는 제휴를 추진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밖에 중국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상하이기차(SAIC)도 영국 MG로버와의 제휴와 쌍용차 인수를 통해 글로벌 메이커가 되기 위한 기술 및 영업기반을 확보한데 이어 GM과 하이브리드카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하는 등 잠재적 경쟁상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과잉과 판매부진,이에 따른 경쟁심화,고비용 생산구조라는 공통의 과제를 얼마나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있느냐가 향후 생존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