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국제공항에서 동북쪽으로 30분 가량 달려 베이징현대가 있는 순이구에 들어 서면 간선도로에 "現代意識 服務現代(현대의식 복무현대)"란 깃발이 끝없이 줄지어 나부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순이구 당국이 짧은 기간에 뛰어난 경영 성과를 보인 베이징현대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베이징현대가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알리기 위해 내건 깃발이다. 지난 2002년 10월 출범한 베이징현대는 이제 순이구 제일의 자랑거리 기업이 됐다. 3천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막대한 세금을 내는 데다 구의 위상을 한껏 높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발주자로 중국 시장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중국의 심장부에서 엄청난 브랜드 홍보 효과를 거두게 된 셈이다. 실제로 베이징현대는 파죽지세로 중국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실상 사업 첫 해인 2003년에는 중국 내에서 고급차 이미지가 강한 쏘나타를 앞세워 5만2천1백28대를 파는 결실을 맺었다. 업계 순위는 13위. 금년 들어선 엘란트라(아반떼)를 추가로 투입,5위 메이커로 올라섰다. 베이징현대에서 판매를 총괄하는 양승석 상무는 "올들어 10월까지 11만8백62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6.3%로 5위 자리를 굳혔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30∼40대 중산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엘란트라는 10월 한달 간 1만3천1백43대를 판매해 중국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모델 중 일기(一氣) 폭스바겐의 제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상하이폭스바겐과 상하이GM은 10월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7%,42% 감소했다. 베이징현대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내년에 20만대를 판매,광저우혼다와 상하이GM을 제치고 업계 3위에 오른다는 전략을 세웠다. 올해보다 30% 이상 많은 야심찬 판매 계획이다. 현대차가 단시일 내 중국 사업에서 자리를 잡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현대 속도'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빠르게 생산 및 판매 체제를 갖췄다. 지난 2002년 합작계약을 맺고 9월 국무원 비준을 얻은 지 3개월만에 현대차는 EF쏘나타 생산에 나섰다. "회사가 설립되자 마자 차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지시에 따른 덕분"이라고 노재만 전무(베이징현대 사장)는 전했다. 투입 차량 선택도 주효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고급차로 통하는 쏘나타를 먼저 선보임으로써 고급차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잡았다고 한다. 이후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준중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엘란트라를 출시,성장이 둔화된 시장에서 판매를 늘려갈 수 있었다. 현대차는 올 연말에 소형 스포츠레저차량(SUV)인 투싼을 추가로 투입,라인업을 강화한다. 품질로 승부한 점도 소비자들을 자극했다. 베이징현대에서 생산부문을 총괄하는 최성기 이사는 "균일한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로봇 도입을 대폭 늘려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차체 공장의 경우 내년 9월말까지 로보트 1백96대를 추가로 도입하면 시간당 60대의 차를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딜러들에게 판매에서 정비서비스까지 업무 일체를 맡김으로써 만족도를 높였다. 베이징시 동북쪽에 있는 차오양구 내 성훙두 대리점을 운영하는 류언쑨 사장은 "현대차 판매를 시작한 지 1년만에 과거 7년동안 번 것보다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베이징=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