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코스닥 지수가 100선이 붕괴되고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로 우리 경제가 심리적 공황상태를 맞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된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국제유가와 같은 대외 환경에 대한 완충능력이 결여된 것이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

◆고유가 완충능력=고유가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원유비축량을 적정수준으로 확보하고 또 경제구조가 유가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원유비축 규모는 29일분.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35일분을 합쳐도 64일분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치인 90일분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경제구조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에너지 다소비형''이다.

국제비교가 가능한 97년 기준으로 국민소득에 대한 에너지소비량(1천달러 기준)은 0.33TOE로 미국과 같은 수준이고 일본 영국 프랑스보다 높다.

결국 원유비축분이 크게 줄어들고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가 고착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완충능력=세계 반도체 시장은 몇몇 업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과점상태다.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여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적어 산업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따라 완충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쟁업체간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다른 산업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세계 반도체업체간 경쟁구조는 ''갈등적''이다.

우리 경제구조도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관련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2%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에 따라 우리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통상마찰 완충능력=교역국과의 통상마찰을 줄이기 위해 수출구조가 지역별·품목별로 다변화돼야 한다.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기구나 지역블럭에 적극 가담,협상능력이나 안정적인 시장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우리 수출구조는 지역별·품목별로 편중도가 심해 교역상대국으로부터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업종별 편중도는 상반기만 하더라도 전체 수출증가분에서 5대 품목의 기여도가 무려 60.1%에 달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는 어느 지역블럭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정책도 아직까지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안정적인 시장확보와는 거리가 먼 상태다.

◆총체적인 완충능력=기타 대외환경 변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부실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경제구조가 소프트화되어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고부가가치화지수(수출단가지수/수출물가지수)로 본 수출상품 구조도 102.3으로 90년 이후 정체상태다.

흔히 국제사회에서 한국경제하면 ''엔 달러·반도체·미국증시''가 연상된다는 혹평은 대외환경에 완충능력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대목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