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웨스팅하우스 황금주 확보…韓 지분투자 실효성 '도마'
한국 기업들이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황금주를 확보한 사실이 8일 공식 확인됐다. 부채만 20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이 지분 투자 주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를 해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날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전략적 이익 보호와 외국의 지배·간섭 차단을 목적으로 웨스팅하우스의 황금주를 보유하고 있다. 황금주 보유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금주(Golden Share)는 1주만 갖고 있어도 합병, 공장 폐쇄, 본사 이전 같은 회사의 핵심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정 주주에게만 부여되는 특별 주식이다.

이에 따라 한국 측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제철이 US스틸 지분 99.9%를 인수했을 때에도 미국 정부가 황금주 1주를 확보해 공장 폐쇄와 본사 이전 등 주요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 US스틸은 일리노이주 그래니트시티 제철소를 가동 중단하려고 했으나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US스틸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면 황금주를 발동하겠다"고 압박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를 주도할 한전은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한전은 올해 6월 말 기준 누적 영업적자가 34조원, 부채가 210조7000억원에 이르고 하루 이자 비용만 115억원에 달한다.

한국 측이 한미 원전 프레임 협상에 따라 기업공개(IPO) 대비 10% 할인된 가격에 보통주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상장으로 인해 고평가 된 상태에서 지분을 인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는 기업의 자체 판단에 따라 자기 자금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재준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성과 만들기에 급급해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끄는 동안 일본은 지분 인수 없이도 원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황금주도 아닌 보통주 10% 할인 인수라는 값비싼 '입장권'을 우리 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