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깬 폴 세잔의 붓…현대미술의 문을 열다
디트로이트 미술관 걸작전
윤곽선 그리지 않고 바로 채색
색을 켜켜이 쌓아 입체감 표현
윤곽선 그리지 않고 바로 채색
색을 켜켜이 쌓아 입체감 표현
그의 실력으로 클로드 모네,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같은 탁월한 동료들을 인상주의 화풍으로 넘어서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세잔은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냈다. 그가 생각한 인상주의 작품의 약점은 ‘희미한 형태’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효과를 좇다 보니 사물의 형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지나치게 흐물흐물하다는 것이다.
2차원의 평면성과 3차원의 깊이, 색을 보고 느끼는 주관적인 인상과 객관적인 형체를 동시에 표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를 위해 세잔은 같은 주제로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며 실험에 매진했다.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의 생 빅투아르 산을 30번 넘게 그리고, 목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테이블 위의 정물 등을 수도 없이 그린 것도 이를 위해서였다.
세잔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화가의 방식으로 세상을 재구성한다’는 발상이다. 그의 그림은 현실을 닮아 있지만, 그 안의 법칙은 현실과는 명백히 다르다. 피카소, 마티스를 비롯한 후배 화가들은 세잔의 그림을 보고 깨달았다. ‘현실을 똑같이 베끼지 않아도 미술은 그 자체로 완결된 세계를 만들 수 있구나.’ 그렇게 예술가가 자신의 마음대로 영감을 세상에 풀어놓는 현대미술의 문이 열렸다.
다만 이미지로는 세잔의 작품이 왜 탁월한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인쇄물이나 화면에서는 따로 찍은 색 면들이 한 덩어리로 뭉개지고 흐릿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진가는 실물을 멀리서 봤다가 바짝 다가가 보기를 반복할 때 제대로 알 수 있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