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때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전국 투표소가 50곳에 달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투표 마감을 앞두고 유권자가 몰리자 투표용지가 바닥나 투표 진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명확한 안내도 받지 못한 채 대기표를 쥐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시민의 참정권이 위협받는 순간이었다.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말에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수만 명의 시민이 서올 송파구 개표 현장이던 올림픽공원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참정권이 침해받은 초유의 사태라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 5일 동반 사퇴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누가 오더라도 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선관위의 고질병은 고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선관위의 무능과 행정 참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2년 대선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용지를 바구니와 라면 상자에 담아 옮긴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투표용지를 받은 유권자가 외출한 뒤 다시 돌아와 투표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선거 관리의 기본이 통째로 흔들리는 사고가 매번 되풀이된 셈이다.

'언터처블 헌법기관' 선관위…투표용지 대란 자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