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쿄 건축의 차이는, 동네마다 느껴지는 '삶의 밀도'입니다" [우동집 인터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집은 사회와 시대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문화의 그릇이다. 그렇다면 건축은 무엇일까. 건축은 땅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를 기록하고, 다음 세대의 감각을 빚어내는 작업이기도 하다.오늘(6일)부터 서울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페즈(FEZH)에서는 전시 ‘바람의 건축: 이타미 준과 유이화의 바람이 남긴 호흡’이 열린다. 제주 ‘포도호텔’과 ‘방주교회’를 설계하며 ‘바람의 건축’ 철학을 세운 이타미 준, 그리고 그 철학을 이어온 유이화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 이사장의 작업을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전시다. 이번 주 우동집 인터뷰에서는 유이화 대표를 만나 서울 아파트 도시의 구조, 현대 도시의 균질화, 좋은 건축의 기준과 재개발의 방향, 그리고 ‘바람의 건축’이 제안하는 도시 회복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서울은 왜 ‘아파트가 도시를 지배하는 구조’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도시적 감각이 사라졌다고 보시나요?
A: 우리의 아파트 중심의 주거단지는 굉장히 정교하고 시스템화가 되어 있죠 반면에 우리 동네가 가지고 있었던 골목의 흐름이라든지 관계의 우연성 이러한 부분들이 많이 놓쳐지고 있죠. 균질화되고 있는 도시의 경관에 우리가 거의 묶여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예전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어떤 골목의 정서라든지 어떤 걷기 좋은 거리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 그리고 관계의 우연성 이웃과의 어떤 마주침 이러한 부분들이 사실은 아파트의 생활 패턴에 의해서 짜맞춰져 가고 있기 때문에 많이 잃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Q: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건축’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좋은 건축이라는 것이 즉각적인 부동산 가치의 상승이 아니라 어떤 그 도시의 회복력 그 지역의 정체성 그리고 삶의 지속가능성 등 장기적 가치에 의해서 평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도시의 관점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가 아파트 대단지의 모듈이 어떤 기본 단위로 확장이 되고 있다면 그로 인해서 사실은 작은 동네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런 아파트들은 대지와 건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지형들도 평탄화시켜서 어떤 정형화된 마스터 플랜 위주로 개발이 되고 있죠
Q: 선친께서 재일교포셨고 대표님도 일본에서 거주 경험이 있으신데요. 도쿄와 서울을 비교해보면, 두 도시가 가진 감각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보시나요?
A: 도쿄는 작은 주택단지들이 아직 많이 살아 있거든요. 다이칸야마 같은 동네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저층 주거 위주로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도 어떤 고층의 빌딩은 지향하지 않은 암묵적 동의 하에 그게 계속 지켜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삶의 밀도가 느껴지는 동네가 느껴지죠. 가끔 가도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보이고 거리의 느린 흐름이 보이고 호흡이 보이고요. 동네를 보면서 좀 부러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걷기 좋은 동네라기보다는 차로 다니기 편리한 그리고 기능성 위주의 효율성 위주의 도시로 변해가는 모습은 분명히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서울 재개발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재개발의 흐름은 당연히 건물이라는 것은 노후화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는 반드시 동네가 또 재개발도 돼야 하겠죠. 우리가 생각해야 될 부분들은 원래 그 지형에 가지고 있던 그 언어를 그리고 형상을 주목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 대지가 가지고 있었던 단서에 주목하고 그걸 존중하면서 재개발이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창동 오보에힐스 같은 경우에는 평창동에 있는 단독주택 주거단지예요. (평창동은) 워낙에 각각의 단독주택들이 여러 개가 밀집되어 있다 보니까 어떤 거시적 관점에서는 굉장히 복잡해 보일 수도 있는 동네이기도 하거든요. 하늘에서 봤을 때 평창동의 정원을 만든다는 생각이었어요. 한남동 페즈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좁은 골목을 들어오다가 갑작스럽게 만나지는 어떤 비움의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기능으로 채워지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감각 그리고 관계성으로 채워지는 건물이고자 했어요.
Q: 앞으로의 프로젝트들은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나요? 도시가 잃어버린 감각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A: 저는 아버지에서부터 물려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또 아버지가 산 시대와 제가 살고 있는 시대는 또 다르거든요. 건축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시대성을 담는 그릇이어야만 하기 때문에 어떻게 대지와 인간과 자연과 관계를 맺고 호흡을 하면서 지금 시대에 필요한 건축을 하느냐는 제가 고민해야 하는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인간과 대지와의 호흡을 감각의 빈곤을 다시 되돌려야만 할 것인가가 건축가 유이화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일 듯 합니다. 현재 제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호텔, 교회, 레지던스 프로젝트들도 있지만요.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들은 마을을 만드는 프로젝트예요. 또 지금 설계하고 있는 호텔들은 하나는 바닷가 그리고 하나는 완전히 산속 안에서 힐링을 할 수 있는 그런 호텔을 계획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 자연 속에서의 치유 그리고 어떤 힐링 이런 것들이 또 주목을 받다 보니까요. 예전과는 다른 어떤 규모성 위주 편의성 위주의 어떤 호텔보다는 자연을 통한 회복 치유를 할 수 있는 호텔 니즈도 확실히 있는 듯합니다.
강미선기자 msk524@wowtv.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