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발묶인 자녀 찾아 미국행

추석 연휴 씁쓸한 풍경들

"한국 들어왔다 못 돌아갈라"
방학에 못 본 자녀 보러 방미
美 숙소 예약 건수 2.3배 증가
투자이민 영주권 해결위해 출국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낸 학부모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대거 미국행에 나섰다. 이번 명절이 최장 열흘에 달하는 황금연휴인 데다 최근 비자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여름방학에 귀국하지 못한 채 현지에 머무른 유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2일 놀유니버스에 따르면 놀(NOL), NOL 인터파크투어, 트리플 등 자사 여행 플랫폼 기준 3~12일 미국 숙소 예약은 지난해 추석보다 2.3배 증가했다. 미주 노선 항공권은 대부분 매진됐다. 3일 출발편 기준 인천~미국 항공편 예약률은 90%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연휴에 인천공항 이용객이 245만3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금연휴를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떠나려는 여행객과 함께 해외 유학 중인 자녀를 만나기 위한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비싼 항공권을 감수하고 현지를 찾아 자녀와 명절을 보내겠다는 학부모가 크게 늘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김모씨는 “혹시나 비자에 문제가 생길까 봐 작년 말부터 한 번도 한국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이번 추석에 여행을 겸해 부모님을 뉴욕으로 오시게 해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비자 발급이 지연되거나 갱신 심사가 까다로워진 탓에 올 여름방학 때 미국 유학생들이 귀국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미국 거주 한인 사이에서는 비자 만료 시점이 임박한 경우 한국에 들어왔다가 미국에 재입국하는 과정에서 입국 거절 등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강화된 반(反)이민 정책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한국인 유학생에게 발급된 학생비자(F-1)는 201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2630건) 대비 23.3% 줄었다.

자녀를 유학 보낸 학부모 가운데 은퇴 후 함께 투자이민을 가려던 이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정 기간 미국에 체류하지 않으면 영주권을 받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미국 투자이민 비자인 EB-5는 먼저 2년간 조건부 영주권을 주고 심사를 거쳐 10년짜리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직장인 A씨는 “정식 영주권 전환 기간을 앞두고 있어 아내와 함께 이번 추석에 아들이 있는 실리콘밸리로 가려고 한다”며 “5년 넘게 준비했는데 현지 분위기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