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도시설계 파트너로 떠오른 K건축

크레센트호텔이미지=희림

건축 설계·감리 기업 희림은 ‘불의 나라’로 불리는 아제르바이잔을 거점으로 유라시아 건축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대부분 중앙아시아와 중동에 관심을 두던 2007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 지사를 설립한 희림은 현지 정부의 도시설계 파트너로 활동해왔다.

29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희림은 아제르바이잔 정부에 제안한 ‘바쿠 베이 마스터플랜’ 채택을 시작으로 크레센트호텔, 풀문호텔, 석유공사사옥, 수자원공사 사옥, 바쿠 올림픽스타디움, 아제르바이잔 중앙은행 등 상징적인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행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건설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중동의 건설 붐이 정체된 가운데, 아제르바이잔이 에너지 판매 수익의 전략적 재투자, 도시 재개발, 관광 인프라 구축 등에 나서면서다.

희림이 아제르바이잔 정부에 제안한 바쿠 베이 마스터플랜은 낙후된 해안 물류지대를 국가 도약의 출발점으로 전환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고 희림은 강조했다.

이 플랜에 따라 처음으로 건설된 건물은 크레센트호텔이다. 이 호텔은 아제르바이잔의 도시 브랜드를 나타내는 랜드마크가 됐다고 희림은 소개했다. 아제르바이잔을 상징하는 초승달이 디자인의 바탕이 됐다. 초승달을 신앙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슬람 문화를 깊이 이해한 크레센트호텔의 디자인은 한국 설계사에 대한 발주처의 기존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희림은 강조했다.

뒤이어 희림은 아제르바이잔 석유공사사옥(SOCAR Tower) 건설 프로젝트의 설계와 건설사업관리(CM)를 맡았다. 이 건물은 아제르바이잔 국가기간산업의 위상을 상징하는 불의 이미지를 입체화한 209m 높이의 초고층 건축물이다. 세계적인 건설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가 ‘2016 글로벌 베스트 프로젝트(오피스부문)’로 선정했다.

아제르바이잔 석유공사 사옥(오른쪽)과 수자원공사 사옥(왼쪽). /이미지=희림

이후 수자원공사사옥(AZERSU)의 설계를 맡은 희림은 물방울이 퍼지는 순간을 형상화한 곡선형 유선 디자인을 선보였다. 으며, 불꽃을 형상화한 석유공사사옥과 시각적 대비를 이루며, 국가 기간산업의 양축인 에너지와 수자원의 조화를 건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 경쟁에서 희림의 제안이 채택되어 계약으로 이어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헀다.

희림이 설계와 CM을 함께 수행한 바쿠 올림픽스타디움은 제1회 유러피안게임의 주 경기장,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 장소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올림픽 경기장은 타원형이지만, 희림은 완벽한 원형 형태로 바쿠 올림픽스타디움을 설계했다. 특히 약 6만8000석 규모의 대형 경기장의 설계와 시공을 약 26개월 만에 모두 완료해 건축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건축물은 ENR로부터 ‘2015 글로벌 베스트 프로젝트(스포츠시설 부문)’로 선정됐으며, ‘2016 월드 스타디움 콩그레스(World Stadium Congress)’에서는 올해의 경기장 및 건축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바쿠 올림픽 스타디움이미지=희림

아제르바이잔 중앙은행 청사 건설 프로젝트에서 희림은 CM을 수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프로젝트 진행이 3년 늦어지자, 희림은 설계 검토를 통해 건축비를 10%가량 절감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아제르바이잔 정부 사업을 수행한 경력을 바탕으로 희림은 ‘조브다 금광 플랜트 프로젝트 관리 컨설팅(PMC)’ 사업을 수주했다. 발주처인 아제 르골드의 초청으로 입찰에 참여해 일감을 따냈다. 연간 처리능력 1.1MT(메트릭톤)의 대규모 플랜트를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희림은 시공사 입찰, 플랜트 설계, 시공, 시운전까지 약 30개월간 PMC 업무를 수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희림은 건축 분야에서 플랜트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처럼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굵직한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희림은 현지에서 도시 정체성을 함께 고민해온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희림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쌓은 경력과 평판을 바탕으로 조지아, 폴란드, 동유럽 등 유라시아 전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희림은 조지아의 5대 투자기업 중 하나인 마크로그룹(MAQRO Group)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양사는 조지아에서 진행 중인 경기장, 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 개발사업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희림은 유럽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중심부에 위치한 럭셔리 호텔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바쿠의 크레센트호텔처럼 트빌리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희림은 기대하고 있다.

또 희림은 조지아 정부가 국가 정책으로 추진 중인 약 7만석 규모의 축구 전용 경기장인 ‘트빌리시 스타디움’ 입찰에도 참여했다.

희림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세계적인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전개 중"이라며 "아제르바이잔 주재 한국대사관이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해외구호·개발을 위한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