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도 소비 급증한 이유…워시 "나 금리 내릴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미 경제는 골디락스?
6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했습니다. 4월(-0.1%), 5월(-0.9%) 내림세에서 반등하면서 월가 예상(+0.1%)도 크게 상회했습니다. 관세 부과 전인 3월 급증한 뒤 줄어들던 자동차 판매가 1.2% 증가로 돌아선 게 가장 큰 공신이었습니다. 하지만 △건축자재(+0.9%) △의류(+0.9%) △레스토랑과 바(+0.6%) 등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월별 판매가 늘었습니다. △가구(-0.1%) △전자제품(-0.1%) 정도만 감소했죠. 이에 따라 자동차를 뺀 소매판매도 0.5%,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0.6% 증가했습니다. 자동차, 건축 자재, 휘발유, 외식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통제군' 소매판매도 0.5%라는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다만 5월 수치가 +0.4%에서 +0.2%로 하향 조정되어서 달러 기준 지출 규모에서는 예상(+0.3%)과 대체로 부합했습니다.
BMO는 "소비자들은 지난달 거의 모든 항목에서 매장으로 돌아왔다. 더 물가가 높아지기 전에 구매를 서두르고 있으므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실제 소매판매를 촉진하고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판매가 0.9% 급증한 건축자재의 경우 '구리에 관세를 매긴다'는 뉴스를 고려해 선구매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에 이어 수입물가에서도 예상(+0.3%)보다 훨씬 안정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습니다. 관세는 어디로 갔을까요? 수입물가는 관세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관세 부과 전 가격이지요.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제조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통해 관세를 부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그게 맞다면 관세 부과 전 수입물가가 떨어져야 합니다. 5월 수입물가 하락은 일부 그런 주장에 부합합니다. 하지만 6월에는 그런 모습은 없었습니다.
웰스파고는 "외국 수출업체들이 관세 비용을 흡수했다면, 수입물가는 관세율 인상에 비례해 하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를 뺀 수입물가는 6월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 최근 3개월간 연율 1.9% 상승세다. 수입물가 상승 일부는 금 등 귀금속 가격 급등에 기인한다. 자동차 등 일부에서는 수입가격 하락도 나타난다. 하지만 많은 품목의 수입가격이 오르고 있다. 수입가격이 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은 관세 비용을 감내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전반적으로 경제 데이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오늘 지표는 3분기 경제가 탄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GDP 증가율을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은 2.9%로 추정했습니다. 6월 소매판매가 좋았지만 4월, 5월 소매판매 성장률이 하향 수정된 데 따른 것입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도 2분기 추정치를 기존 2.58%→2.39%로 하향 수정했습니다.
2. 기업들도 "수요 점점 살아나"
성장이 가속된다는 느낌은 기업 실적과 CEO들의 발언에서도 나타납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2분기 실적이 예상을 상회했습니다. 2분기 매출은 1.7% 증가했는데요. 회사 측은 "지정학적 및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7월 초 수요, 특히 기업 수요가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4월 경제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실적 가이던스를 △안정적 시나리오 ▷경기 침체 시나리오로 나눠서 제시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상황이 "덜 불확실하다"라며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주당 9~11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침체 시나리오(7~9달러)보다 높고, 안정적 시나리오에서 제시한 수치의 하단과 같습니다. 스콧 커비 CEO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으며, 이는 올해를 긍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수요가 지금처럼 강세를 유지한다면 실적 예측에 '상승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델타항공도 지난주 낙관적 전망을 밝혔었지요.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 선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은 경제 데이터,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 발표를 기반으로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3. 파월 해임 못하는 4가지 이유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가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오후 3시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8bp 오른 4.463%, 2년물은 3.2bp 상승한 3.917%를 기록했습니다.
아직 '파월 해임 드라마'에 따른 여진도 남아 있습니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어제 해임될 것 같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 5%를 넘었는데요. 오늘도 5%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오후 3시께 0.1bp 오른 5.016%에 거래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Fed 건물 보수 비용과 관련) 사기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매우 그럴 것 같지 않다"라고 밝히면서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5억 달러, 27억 달러의 Fed 건물 보수 비용에 사기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죠.
▶Fed는 정책 운영에서 체제 전환(regime change)이 필요하다. Fed의 기존 인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모습은 명백한 결점이다. 그들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잘못 판단했던 망령에 계속 사로잡혀 있다. 대통령이 Fed를 공개 압박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책 운용에서 정권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Fed는 지금 균형을 잘못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금리 인하는 이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첫 단계가 될 것이다.
▶1951년처럼 Fed-재무부 협정이 필요하다. 당시에도 막대한 국가 부채가 있었고 중앙은행은 재무부와 충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만약 새로운 협정이 있다면 Fed 의장과 재무장관은 시장에 '이것이 Fed 대차대조표 규모에 대한 목표'라고 명확히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월가 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효과를 낳는 해임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도이치뱅크의 매튜 루체티 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① 금리를 낮추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파월 해임이 금리 인하를 보장하지 않는다.
② 적절하지 않은 규모의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③ 인플레이션 및 Fed 독립성과 관련된 위험 프리미엄이 커져 채권 수익률이 상승할 수 있다. 그러면 연방정부의 국채 비용이 실제 증가할 수 있다.
④ 파월 해임은 주식 시장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페퍼스톤의 크리스 웨스턴 리서치 헤드는 "어제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반응을 가늠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고안한 것 같다. 그리고 시장은 파월 의장 해임이 현실화하면 엄청난 파장이 있을 것을 보여줬다. 파월 의장을 해임하기 위한 기준은 매우 높으며, 그는 내년 5월 임기 말까지도 Fed에 남아 있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다만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할 경우 통화정책 실수가 발생할 위험이 커서 투자자들은 달러 매도, 금, 백금 혹은 비트코인 매수를 통해 그럴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달러 헤지 수요를 증가시키고 금값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4. 7월말 금리 유지하면 트럼프 또?
그러나 파월 해임은 잠복한 이슈입니다. 이번 주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몰려나왔는데요. CPI, PPI 등을 종합해보면 주거비 여행 등 서비스 물가가 둔화하면서 헤드라인 데이터는 괜찮았는데, 상품 분야에서는 관세 효과가 나타나면서 상품 물가가 상승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Fed는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뉴욕 연방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어젯밤 "지금까지 데이터에서는 관세의 영향이 비교적 미미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달 안에 그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소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타당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관세가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인플레이션에 약 1%포인트를 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고요. 달러 약세도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에 다소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Fed의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이번 주 물가 데이터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라면서 "기업들이 아직 증가한 관세 비용의 전부를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관세가 가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판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앞으로 관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인플레 데이터에 드러날 것으로 보는데요. 우선 관세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효 관세율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1%대에서 이달 9%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주 동안 발표한 조치만으로도 관세율은 곧 15~20% 사이로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게다가 기업들이 관세 부과 전 재고를 대량으로 쌓아서 가격을 빨리 높이지 않을 수 있었는데요. 거의 다 팔렸기 때문에 3분기에는 더는 재고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시츠 전략가는 "관세가 경제,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3분기, 4분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장이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시기는 6~7월보다는 8월과 9월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어제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사기 혐의로 파월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고, 트럼프 측근들은 건물 보수 과정을 계속 문제로 삼고 있다. 7월 말 FOMC에서 파월 의장의 메시지는 거의 변함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큰데, 그러면 압박과 비판이 더 커질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5. 럽너 "9월 1일까지 상승"
괜찮은 경제 데이터, 기업 실적을 발판으로 주가는 지속해 오름세를 확대했습니다. 오늘은 관세 관련 뉴스도 조용했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150개국이 훨씬 넘는 국가에 관세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지만, 대부분 무역이 적은 나라들입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54%, 나스닥은 0.74% 상승했고요. 다우는 0.52%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6297.36)와 나스닥(20884.27)은 또 사상 최고치 기록입니다.
매그니피선트 7종목 중에선 마이크로소프트(+1.20%) 엔비디아(+0.95%)는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지만, 테슬라와 메타, 애플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6. 암호화폐 3법 통과…기관 수요 몰리나
하원은 오후에 스테이블코인 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 등 암호화폐 관련 3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니어스법은 이미 상원을 거쳤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 서명합니다. 하원은 또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포괄적 규칙을 제정하는 클레러티 법(CLARITY Act)도 통과시켰는데요. 이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 감독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법안은 Fed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암호화폐 업계는 CBDC가 정부의 감시를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습니다. 이 두 가지 법안은 이제 상원으로 향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