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신임 동부지검장 "檢,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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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서울 동부지검장 취임
"존경했던 검찰 선배가 내란수괴…후배들 참담"
"존경했던 검찰 선배가 내란수괴…후배들 참담"
임 지검장은 4일 오전 10시 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우리 검찰은 정확도를 의심받아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있다"며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서울동부지검 검사장들의 취임사와 최근 심우정 검찰총장의 퇴임사도 구해 읽어보았다. 서글펐다. 그 말들이 사실이었다면, 검찰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았겠느냐"라며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됐고,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들고 있다.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늦었지만 그럼에도 변화를 보일 적기다. 앞장 서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임 지검장은 검찰 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 목소리가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윤석열 정부가 검찰 독재 정권이었다는 평가가 있지 않느냐"며 "그때보다는 목소리가 한풀 꺾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한때 존경했던 검찰 선배가 내란수괴로 조사받는 것이 참담한 후배가 한두 명이 아닌 것 같다"며 "'검찰이 그때 잘못 평가했다'는 내부 반성의 목소리가 있다고 저는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정치적 배경이 얽힌 인사라는 평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임 지검장은 "10년 넘게 내부 고발자 생활하며 늘 있었던 일"이라며 "앞으로 하는 행동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지검에 위치한 대검찰청 합동수사단의 인천세관 마약 외압 의혹 관련 수사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한 질문에는 "(대검찰청 합동수사팀이) 동부지검 건물을 쓰는 것뿐이지 별도의 수사단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같은 내부고발자로서 백해룡 경정의 애환과 의심, 불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챙겨보고 싶다"고 했다.
검찰력 행사 방향에 대해서는 "주어진 수사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취임사 전문
사랑하는 서울동부지검 동료 여러분,
2018년 2월,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조사단」에 조사를 받으러 처음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며 늦겨울 한기에 마음이 시리고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드는 이때, 더욱 시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검찰은 정의와 죄의 무게를 재는 저울입니다. 언제나 틀리는 저울도 쓸모없지만, 더러 맞고 더러 틀리는 저울 역시 믿을 수 없기에 쓸모가 없습니다. 주권자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검찰의 권위는 신기루가 됩니다.
우리 검찰은 정확도를 의심받아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막강한 검찰권을 검찰에 부여한 주권자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합니다.
함께 근무할 동료들과 관내 시민들에게 부임 신고를 하며 어떤 다짐을 두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역대 서울동부지검 검사장들의 취임사와 최근 심우정 검찰총장의 퇴임사도 구해 읽어보았습니다. 서글펐습니다. 그 말들이 사실이었다면, 검찰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았겠습니까.
대개의 검찰 구성원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되었고,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정의와 공정을 외쳤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사건 등 표적 수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숱한 피고인들은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사법 피해자들 앞에 우리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사랑하는 동료 여러분! 검찰 개혁의 파고가 밀려드는 지금도 버거운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은 종종거리고 있습니다. 힘겹게 임관했고, 더욱 힘겹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직 전체로 싸잡아 매도되는 현실에 많은 분들이 억울해하고 허탈해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사실을 직시해야 진단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수년간 지켜보았던 표적 수사와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를 인정합시다. 우리는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반성하지 않는다고 꾸짖었습니다. 우리가 계속 잘못을 부인한다면, 국민 역시 검찰을 엄히 꾸짖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검찰권을 사수할 때 집단행동도 불사했고, 검찰의 잘못에는 침묵했습니다. 불의 앞에서의 침묵과 방관은 불의에의 동조입니다. 우리 모두 잘못했습니다.
국민은, 우리 사회는, 지금 시대는 우리에게 ‘잘한 게 더 많다’는 변명이 아니라, 한결같은 법과 원칙, 정의와 공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권자 국민에게 변명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보여야 합니다.
늦었지만, 그럼에도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빠른 적기(適期)입니다. 해야 하므로 할 수 있고, 결국 우리는 해낼 것입니다.
서울동부지검은 검찰 수뇌부의 결정에 수사관분들이 집단소송으로 맞섰던, 역동성을 간직한 곳입니다. 이런 동료들이라면,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금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입니다.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합시다. 서울동부지검은 전국 청을 선도하여 수뇌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지금 함께 해봅시다.
검찰의 변화는, 검찰의 내일은 우리가 만드는 것입니다. 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비로소 시작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지금 여기서 그 변화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앞장 서겠습니다. 앞장서서 헤쳐 나가겠습니다. 우리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
2018년 2월,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조사단」에 조사를 받으러 처음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며 늦겨울 한기에 마음이 시리고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드는 이때, 더욱 시리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검찰은 정의와 죄의 무게를 재는 저울입니다. 언제나 틀리는 저울도 쓸모없지만, 더러 맞고 더러 틀리는 저울 역시 믿을 수 없기에 쓸모가 없습니다. 주권자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검찰의 권위는 신기루가 됩니다.
우리 검찰은 정확도를 의심받아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막강한 검찰권을 검찰에 부여한 주권자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합니다.
함께 근무할 동료들과 관내 시민들에게 부임 신고를 하며 어떤 다짐을 두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역대 서울동부지검 검사장들의 취임사와 최근 심우정 검찰총장의 퇴임사도 구해 읽어보았습니다. 서글펐습니다. 그 말들이 사실이었다면, 검찰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았겠습니까.
대개의 검찰 구성원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되었고,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정의와 공정을 외쳤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사건 등 표적 수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숱한 피고인들은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사법 피해자들 앞에 우리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사랑하는 동료 여러분! 검찰 개혁의 파고가 밀려드는 지금도 버거운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은 종종거리고 있습니다. 힘겹게 임관했고, 더욱 힘겹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직 전체로 싸잡아 매도되는 현실에 많은 분들이 억울해하고 허탈해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사실을 직시해야 진단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수년간 지켜보았던 표적 수사와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를 인정합시다. 우리는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반성하지 않는다고 꾸짖었습니다. 우리가 계속 잘못을 부인한다면, 국민 역시 검찰을 엄히 꾸짖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검찰권을 사수할 때 집단행동도 불사했고, 검찰의 잘못에는 침묵했습니다. 불의 앞에서의 침묵과 방관은 불의에의 동조입니다. 우리 모두 잘못했습니다.
국민은, 우리 사회는, 지금 시대는 우리에게 ‘잘한 게 더 많다’는 변명이 아니라, 한결같은 법과 원칙, 정의와 공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권자 국민에게 변명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보여야 합니다.
늦었지만, 그럼에도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빠른 적기(適期)입니다. 해야 하므로 할 수 있고, 결국 우리는 해낼 것입니다.
서울동부지검은 검찰 수뇌부의 결정에 수사관분들이 집단소송으로 맞섰던, 역동성을 간직한 곳입니다. 이런 동료들이라면, 검찰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금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입니다.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합시다. 서울동부지검은 전국 청을 선도하여 수뇌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지금 함께 해봅시다.
검찰의 변화는, 검찰의 내일은 우리가 만드는 것입니다. 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비로소 시작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지금 여기서 그 변화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앞장 서겠습니다. 앞장서서 헤쳐 나가겠습니다. 우리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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