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라트비아-한국 비즈니스 포럼’에서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2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라트비아-한국 비즈니스 포럼’에서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라트비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국방비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같은 이념을 공유하는 한국 방산 기업은 라트비아와의 협력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봅니다.”(마틴시 바우마니스 라트비아 투자개발청 한국 대표)

2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라트비아-한국 비즈니스 포럼’에는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양국 기업인 80여 명이 참석해 방산, 에너지, 제약·바이오,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라트비아 측에서는 포커넥스트젠(수소 항공기), 그린덱스(제약), 에지오토노미(방산·드론) 등 대표 기업 관계자가 자리를 채웠고, 한국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참가했다.

바우마니스 대표는 이날 ‘라트비아와 한국 간 비즈니스 기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라트비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와 에너지 등 여러 측면에서 러시아를 벗어나 다각화하고 있다”며 “당초 국방비를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올해 이미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주요 군사기술 강국인 한국은 라트비아와의 협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첨단 제조업, 고부가가치 목재, 정보통신기술(ICT) 등 분야에서도 협력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라트비아 내 외국 기업들의 발표가 이목을 끌었다. 수소 연료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는 포커넥스트젠(네덜란드), 무인 드론을 생산하는 에지오토노미(미국) 등이 라트비아에 투자해 사업과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프레드릭 라이커 에지오토노미 이사회 의장은 발표에서 “우리 기업은 라트비아에 미국보다 더 현대화된 시설을 짓고 역동적으로 사업하고 있다”며 “한국도 라트비아와의 협력을 고려해 달라”고 제안했다.

라트비아가 자리한 발트 지역에선 내구성과 단열 기능이 뛰어난 목재가 생산된다. 이 때문에 라트비아 기업이 만드는 자작나무 합판은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탱크 단열재로 쓰인다. 발디스 쿨페 라트비야스 피니에리스 이사는 “주요 매출처인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선박을 포함해 우리 회사 단열 기술을 사용한 LNG 운반선이 182척에 달하고 32척은 건조되고 있다”며 “한국에 공급하는 규모는 2022년 800만유로에서 올해 3000만유로로 4배 가까이 커졌다”고 했다.

라트비아는 법인세 감면 등 효율적인 조세 제도를 앞세워 한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노리고 있다. 라트비아는 미국 조세 분야 싱크탱크인 택스파운데이션이 조사한 올해 조세경쟁력지수에서 전 세계 국가 중 2위에 올랐다. 법인세 분야는 1위였다.

바우마니스 대표는 “라트비아 조세 철학은 기업가정신 장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라트비아 내 재투자 이익에는 세율이 0%”라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라트비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2013년 110억5000만유로에서 지난해 246억유로로 크게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10%에 달했다.

박한신/배태웅/맹진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