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전통적인 금리 인하 수혜 업종으로 불리는 증권과 제약·바이오주는 오히려 하락했다.
금리 인하에도 힘 못 쓰는 증권·바이오株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로 인하한 뒤 KRX증권지수와 KRX헬스케어지수는 각각 0.16%, 0.23% 내렸다. 금리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KRX은행지수(-1.60%)에 비해 하락 폭이 크지 않았으나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는 누리지 못했다.

금리 인하는 증권과 제약·바이오주에 호재로 불린다. 금리 인하로 주식 거래대금이 늘어나면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은 커지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금리가 낮아지면서 자금 조달이 유리해진다.

금리 인하에도 증권과 제약·바이오주가 힘을 쓰지 못하는 건 국내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전날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2026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하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국내 수출 여건도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높은 바이오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알테오젠은 7.44% 급락한 2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리가켐바이오(-3.92%), 셀트리온제약(-2.92%), HLB(-2.45%) 등도 하락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번 한국은행의 깜짝 금리 인하는 내수 등 경기 하방 위험이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향후 증권주와 제약·바이오주에 온기가 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달 증권, 제약·바이오 종목의 보유 비율을 늘리는 등 금리 인하 수혜주를 담고 있다. 이달 초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올바이오파마(지분율 9.98%→10.02%) 등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인 제약·바이오주를 사들였다. 삼성증권의 보유 비율은 12.94%에서 13.06%로 확대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의 키트루다·엔허투 피하주사 관련 계약이나 유한양행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 등 바이오 업종의 추가 상승 동력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