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야가 30년간 여당이 맡아온 중의원(하원) 예산위원장 자리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배정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며 ‘여소야대’ 상황을 맞은 데 따른 것이다.

8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중의원은 이날 대표자 협의회를 열어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자민·공명 여당 10명, 입헌민주당 등 야당 7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예산위원장 자리는 입헌민주당이 차지했다.

예산위원회는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핵심 상임위로, 위원장은 회의 개최나 표결 등을 통해 내각을 압박할 수 있는 자리다. 자민당은 본회의 일정 등을 결정하는 의원운영위원장 자리는 지켰다.

여야는 오는 11일 소집하는 특별국회 첫날 총리 지명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재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전날 자민당 의원 간담회에서는 총선 패배를 둘러싸고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지만, 이시바 총리의 조기 사임을 요구한 의원은 한 명에 그쳤다.

자민·공명 여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 운영을 위해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에 손을 내밀고 있다. 국민민주당은 연립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역점 공약인 ‘연봉 103만엔의 벽’ 개선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정책별로 협력할 방침이다. 103만엔은 기초공제 등으로 소득세를 내지 않고 벌 수 있는 연 소득 한도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