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형택 기자
사진=임형택 기자
고려아연은 30일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 결과 및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 사항 등을 보고하고 부의 안건으로서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공시에 따르면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67만원이다. 기준 주가 95만6116원에서 30% 할인율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373만2650주다. 이는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기 전 기준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수의 18%에 해당한다.

자금조달 목적은 채무상환 2조3000억원, 시설자금 1350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658억원 등이다.

신주의 20%는 우리사주 조합에 우선 배정한다.

고려아연의 전격적인 유상증자 결정은 공개매수 국면이 마무리된 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에 지분율이 밀리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지분율 확대를 노리기 위함이란 시장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상증자는 유통되는 주식 물량을 늘리는 대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기존 주주는 주식가치가 희석돼 지분율이 낮아진다. 현재 약 38%인 MBK·영풍 연합 측과 약 35%인 최 회장 측(우호 지분 포함)의 지분율도 크게 낮아진다.

그러나 유통 물량이 늘면서 지분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고려아연 측이 앞서 예고한 자사주 소각 절차 등을 거친다면 이번에 추가 발행되는 373만주는 고려아연 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중 다시 20%(우리사주 조합 배정 물량), 전체 지분으로 따지면 약 4%를 최 회장의 '백기사'가 될 수 있는 우리사주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또 협력사 등이 백기사로 일반공모에 참여해 우호 지분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MBK측도 일반공모에 참여할 수 있지만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한 청약자(특별관계자 포함)가 최대 3%만 배정받을 수 있도록 상한을 정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이후 급격한 주식 유통량 감소에 따른 주가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관리종목 지정 내지 비자발적 상장폐지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며 "자금조달을 통한 차입금 상환으로 이자부담 경감과 재무구조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주주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한때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후 전일 종가 대비 25%대 내린 114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에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