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재판에서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해 공소사실이 달라졌을 때 변경된 죄명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따져봐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약사인 것 처럼 속이기 위해 가명으로 약사 면허증을 위조하고 무자격으로 약국을 개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자신이 직접 다른 사람의 명의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임대차계약서 위조 부분에 대해 무죄 선고했다. 적법하게 받은 대리인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임대차계약서 위조에 적용된 혐의인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를 '사서명위조', '위조사서명행사'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2심은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공소장 변경 절차에 의헤 공소사실이 변경돼 법정형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이 공소시효기간의 기준이 된다고 봐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된 사서명위조죄, 위조사서명행사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다. 형사소송법은 장기 5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 장기 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는 공소시효의 기간을 5년으로 정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9월 타인의 서명을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혐의를 받았는데, 기소 시점인 작년 6월엔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공소시효가 정지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소 제기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