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벌어진 '단시간 주가 급락 미스테리'에 대해 금융당국에 시세조종 행위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투자자들이 MBK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앞서 금감원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MBK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부터 꾸준히 상승하면서 13시12분에 이날 최고가인 82만원에 올라섰다. 앞서 전 거래일인 11일에 고려아연이 MBK 공개매수에 대항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가격과 물량을 각각 89만원과 20%로 상향하면서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MBK의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하지만 고려아연 주가는 최고가를 찍고 두 시간 만에 이날 최저가인 77만9000원까지 폭락했다. 결국 이날 주가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했는데도 불구하고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1000원(0.1%) 감소한 79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함께 진행한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주가 상승으로 완전한 실패로 돌아간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단시간 내 주가 급락, 특히 시장가 매도량이 급증함으로써 발생한 주가 급락에 대해 이날(17일) 금융감독원에 관련 진정서를 제출하고 조사를 요구했다.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시세조종 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2항 1호에서는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특히 이날 고려아연 주가가 최고가를 찍은 이후 특정 시간대에서 수차례 매도량이 급증한 점을 미뤄봤을 때, 의도적으로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당시 최고가인 82만원에서는 일부 투자자의 경우 세금과 비용 등의 문제로 장내매도가 유리할 수 있지만, 주가가 8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MBK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더 이득일 수 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매도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주가가 78만원대까지 내려앉은 점은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가 접근할 수 있는 자료만으로는 이러한 단기간 주가 급락 사태의 경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가진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며 "그간 금감원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사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MBK는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투기자본의 적대적M&A를 넘어 불법행위로 지분을 확대하고 국내 산업 생태계를 교란했다는 비판까지 더해지며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