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살인자 흉터로 일본의 뿌리 깊은 차별을 헤집다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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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리뷰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집단 폭력…
가네코의 감옥 면회 서비스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리뷰]
[뉴 커런츠] 섹션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리뷰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집단 폭력…
가네코의 감옥 면회 서비스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리뷰]
[뉴 커런츠] 섹션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리뷰
부산국제영화제의 뉴 커런츠 섹션은 일종의 (아시아 감독들을 대상으로 한) 신인상 부문 같은 것이다. 감독의 장편 영화가 두 편이 넘으면 이 섹션에 선정될 수 없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뉴 커런츠는 영화제의 대표적인 경쟁 부문 섹션으로, 상영작 중 두 편을 선정하여 각각 3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올해 뉴 커런츠는 한국 2편을 포함해 모두 10편의 영화 – 박이용 <아침바다 갈매기는>, 최종룡 <수연의 선율>, 찰스 후 <동쪽으로 흐르는 강>, 루루 핸드라 <생존자의 땅>, 이만 아즈디 <라나를 위하여>, 엘자트 에스켄디르 <아벨>, 테 마우 나잉 <침묵의 외침>, 두지에 <코코넛 나무의 높이>, 올리버 시쿠엔 찬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 후루카와 고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이 선정됐다.
각기 다른 주제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지만, 올해 뉴 커런츠 작품들의 경향이 있다면 노동자와 홈리스, 생계를 꾸려 나가는 어린 엄마 등 사회의 저변층을 채우고 있는 마이너리티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특히 후루카와 고의 작품,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전과자 출신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함으로서 그간 극영화가 흔히 다루지 않았던 이슈, 즉 출소 이후의 ‘전과자의 삶,’ 그리고 그들이 일본 사회에서 받는 차별에 대해 예민하면서도 당위적인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평소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가네코는 폭력 사건으로 수감 중이다. 그는 감옥으로 찾아온 임신 중인 아내에게조차 화를 참지 못한다. 출소 후 전과로 인해 어디에서도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던 그는 삼촌의 도움으로 수감자에게 영치 물품을 전달해 주고 면회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치품 매점’을 운영하게 된다.
감옥을 들락거려야 한다는 점은 내키지 않지만, 가네코는 가족들로부터 영치품을 건네받고 외로움을 견디는 수감자들을 보며 나름의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사업도 활기를 띄어 갈 무렵, 가까운 이웃의 딸이자 아들의 친구인 여자아이가 시체로 발견되는 비극이 벌어진다.
전국의 뉴스 헤드라인이 된 사건의 범인은 곧 체포되고, 가네코는 마을도 서서히 안정을 찾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얼마지 않아 예상치 못한 방문을 받는다. 바로 살인자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영치품과 편지를 건네 줄 것을 가네코에게 의뢰한 것이다. 망설이 그는 고통이 가득한 살인자 어머니의 눈빛을 저버리지 못하고 의뢰를 들어주기로 한다. 영화는 전과자 출신인 가네코뿐만 아니라, 그가 방문하는 수감자들, 그리고 여아 살인사건의 범인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종류의 죄, 그리고 죄인을 마주하게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죄인을 악인으로만 그리거나, 반대로 절대적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선에서 거리를 둔다. 가령 가네코는 한 아이의 아빠로, 선한 이웃으로 도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그의 폭력적인 성향은 출소 후에도 이따금 드러나고, 이는 가족들의 근심거리가 된다.
따라서 그는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개과천선한 영웅’은 아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이를 죽인 살인자도 절대적인 악마로만 그려지진 않는다. 그는 악마성을 가진 인물이지만 가네코의 면회 서비스를 간절히 기다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외로운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듯 범죄자와 평범한 사람들의 경계를 허물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가느다란 선’에 주목한다. 동시에 영화는 그 가느다란 선, 즉 범인 (凡人)을 범인 (犯人)으로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집단 폭력을 지목한다.
가네코가 다시금 폭력성을 드러낸 이유는 그가 살인자에게 영치품을 가져다 줬다는 이유로 아들이 학교 폭력과 집단적인 따돌림을 당했기 때문이며, 살인자가 정신병을 앓게 된 이유는 오래 전부터 그가 가진 흉터로 인해 사회에서 무시당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이야기적 장치들은 (범죄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이 아닌) 현재 일본 사회에 존재하는 폭력과 차별이 얼마나 더 끔찍하고 무서운 폭력의 씨앗이 될 수 있는지 경고하기 위한 설정들이다. 결론적으로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최근 일본 영화에서 보기 힘든 사회 비판과 통렬한 풍자가 두드러지는 작품이자, 이야기의 저력이 압도적인 극영화다. 감독 후루카와 고는 올해 뉴 커런츠의 주역으로 일본 영화의 다음 세대로 부족함이 없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올해 뉴 커런츠는 한국 2편을 포함해 모두 10편의 영화 – 박이용 <아침바다 갈매기는>, 최종룡 <수연의 선율>, 찰스 후 <동쪽으로 흐르는 강>, 루루 핸드라 <생존자의 땅>, 이만 아즈디 <라나를 위하여>, 엘자트 에스켄디르 <아벨>, 테 마우 나잉 <침묵의 외침>, 두지에 <코코넛 나무의 높이>, 올리버 시쿠엔 찬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 후루카와 고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이 선정됐다.
각기 다른 주제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지만, 올해 뉴 커런츠 작품들의 경향이 있다면 노동자와 홈리스, 생계를 꾸려 나가는 어린 엄마 등 사회의 저변층을 채우고 있는 마이너리티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특히 후루카와 고의 작품,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전과자 출신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함으로서 그간 극영화가 흔히 다루지 않았던 이슈, 즉 출소 이후의 ‘전과자의 삶,’ 그리고 그들이 일본 사회에서 받는 차별에 대해 예민하면서도 당위적인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평소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가네코는 폭력 사건으로 수감 중이다. 그는 감옥으로 찾아온 임신 중인 아내에게조차 화를 참지 못한다. 출소 후 전과로 인해 어디에서도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던 그는 삼촌의 도움으로 수감자에게 영치 물품을 전달해 주고 면회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치품 매점’을 운영하게 된다.
감옥을 들락거려야 한다는 점은 내키지 않지만, 가네코는 가족들로부터 영치품을 건네받고 외로움을 견디는 수감자들을 보며 나름의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사업도 활기를 띄어 갈 무렵, 가까운 이웃의 딸이자 아들의 친구인 여자아이가 시체로 발견되는 비극이 벌어진다.
전국의 뉴스 헤드라인이 된 사건의 범인은 곧 체포되고, 가네코는 마을도 서서히 안정을 찾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얼마지 않아 예상치 못한 방문을 받는다. 바로 살인자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영치품과 편지를 건네 줄 것을 가네코에게 의뢰한 것이다. 망설이 그는 고통이 가득한 살인자 어머니의 눈빛을 저버리지 못하고 의뢰를 들어주기로 한다. 영화는 전과자 출신인 가네코뿐만 아니라, 그가 방문하는 수감자들, 그리고 여아 살인사건의 범인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종류의 죄, 그리고 죄인을 마주하게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죄인을 악인으로만 그리거나, 반대로 절대적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선에서 거리를 둔다. 가령 가네코는 한 아이의 아빠로, 선한 이웃으로 도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그의 폭력적인 성향은 출소 후에도 이따금 드러나고, 이는 가족들의 근심거리가 된다.
따라서 그는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개과천선한 영웅’은 아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이를 죽인 살인자도 절대적인 악마로만 그려지진 않는다. 그는 악마성을 가진 인물이지만 가네코의 면회 서비스를 간절히 기다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외로운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듯 범죄자와 평범한 사람들의 경계를 허물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가느다란 선’에 주목한다. 동시에 영화는 그 가느다란 선, 즉 범인 (凡人)을 범인 (犯人)으로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집단 폭력을 지목한다.
가네코가 다시금 폭력성을 드러낸 이유는 그가 살인자에게 영치품을 가져다 줬다는 이유로 아들이 학교 폭력과 집단적인 따돌림을 당했기 때문이며, 살인자가 정신병을 앓게 된 이유는 오래 전부터 그가 가진 흉터로 인해 사회에서 무시당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이야기적 장치들은 (범죄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이 아닌) 현재 일본 사회에 존재하는 폭력과 차별이 얼마나 더 끔찍하고 무서운 폭력의 씨앗이 될 수 있는지 경고하기 위한 설정들이다. 결론적으로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최근 일본 영화에서 보기 힘든 사회 비판과 통렬한 풍자가 두드러지는 작품이자, 이야기의 저력이 압도적인 극영화다. 감독 후루카와 고는 올해 뉴 커런츠의 주역으로 일본 영화의 다음 세대로 부족함이 없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