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변독설의 '마왕'이 떠난지 벌써 10년, 그립다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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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봉호의 원픽! 재즈 앨범
신해철 앨범 'The Songs For The One'
신해철 앨범 'The Songs For The One'
죽음과 이별에 관한 선율이 객석 구석구석을 부유하던 1악장이 끝났다. 여전히 신해철의 시선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었다. 순간 그가 필마단기로 출연했던 [100분 토론]과, 인터뷰집 [신해철의 쾌변독설]과, 인터넷 방송 [고스트 스테이션]이 차례로 떠올랐다. 하지만 신해철은 필자의 20대를 지배했던 음악인은 아니었다. 잘 짜인 매듭 같은 그룹 무한궤도의 수상 곡 ‘그대에게’도, 그의 솔로 앨범 1집도, 곱상한 아이돌의 유행가요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책 머리말에 등장하는 신해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내가 뱉은 말들은 신해철 혼자만의 특출나거나 특이한 이론이 아니라, 이 사회의 많은 사람이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나 나의 입을 빌려 튀어나온 것에 불과한 것인 만큼, 독자 제위의 판단은 그저 말하고자 하는 초점에 있기를 바랄 뿐. (중략) 책을 돈 주고 사신 여러분 앞에 무한한 행운이 깃드시길 아울러 졸라 염원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신해철의 5집을 골라 보았다. [The Songs For The One]은 부정어와 메타포를 적재적소에 구사했던 그의 어법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앨범 타이틀이다. 게다가 장르는 그가 평소 다루지 않았던 재즈다. 물론 과거 ‘재즈 카페’라는 노래가 있었지만, 신해철의 음악 세계에서 재즈란 가깝고도 먼 음악이었다. 그는 자신이 노래하면서 행복을 느꼈던 첫 번째 음반을 [The Songs For The One]으로 꼽았다.
앨범에서 가장 재즈의 어법에 충실한 곡을 꼽으라면 ‘A Thousand Dreams Of You’다. 5집의 지향점과 잘 어울리면서도 원곡의 해석이 스윙 사운드와 일체를 이루는 트랙이다. 다음으로는 토니 베넷이 불렀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다. 앨범을 녹음했던 2006년 신해철 특유의 미성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룹 넥스트 시절의 후광에 눌린 탓일까, 아니면 새로운 도전이 재즈 팬과 신해철 팬 모두에게 혼란을 주었던 것일까. 5집은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한 미완의 작품으로 남는다.
[신해철 5집 앨범 'The Songs For The One'의 4번 트랙 'A Thousand Dreams Of You']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올해는 신해철 사망 10주기가 되는 해다. 인터뷰어 지승호가 신해철을 기억하는 이들의 인터뷰집을 10월 말에 출간할 것이고,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추모 공연이 열릴 것이다. ‘민물장어의 꿈’의 가사처럼 좁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자신을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이라고 속삭였던 마왕. 이젠 버릴 것조차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은 삶이란 질식 사회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그리운 마왕, 내 젊은 날의 아름다운 초상이여.
이봉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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