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이란 원유 시설 타격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국제유가가 5% 넘게 올랐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1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중동 확전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이날 주요국 증시는 하락했고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에 매수세가 몰렸다.

○유가 높인 바이든의 돌출 발언

바이든 '돌출' 발언…유가에 기름 붓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만기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5.15% 오른 배럴당 7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5.03% 상승한 77.62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 원유 시설 타격을 언급한 뒤 급등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란 원유 시설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을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전날 ‘이란 핵 시설 타격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잘라 말한 것과 상반된 반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이란 원유 시설 공격을 사실상 시인한 ‘돌출(offhand)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레베카 바빈 CIBC프라이빗웰스 선임 에너지트레이더는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를 잠재적 표적으로 삼는다는 사실이 완전히 놀랍지는 않지만 바이든 대통령 의견을 들으면 현실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가자 전쟁 이후 웬만한 중동 악재에 흔들리지 않던 원유시장은 현실로 다가오는 공급 차질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비야르네 실드로프 스웨덴은행 수석상품분석가는 “이란 석유 시설이 파괴되면 국제유가는 쉽게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 전방위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레바논 내 기반 시설, 무기고 등 헤즈볼라 목표물 200곳을 타격했다. 또 전투기를 띄워 서안 툴카렘을 공습하고 해당 지역 하마스 사령관인 자히 야세르 압드 알라제크 오우피를 제거했다.

○꺼지던 인플레 되살아나나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 가격은 상승세다. 이날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94로 6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약세를 보였으나, 최근 중동 전쟁 이후 안전자산 매수세가 몰리며 반등했다. 금 가격은 한 달 새 6.42% 상승해 트로이온스당 2655달러를 기록했다.

꺼져가던 인플레이션 불씨가 유가 급등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은행 총재는 이날 가디언 인터뷰에서 “통화정책 관점에서 (지난 1년간) 유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은 것은 큰 도움이 됐다”며 “중동 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 유가 급등으로 이어져 통화정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인엽/김리안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