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엔화채권 추가 발행"…조달자금 日증시 투자하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사진)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가 엔화 채권을 추가 발행하겠다고 나섰다. 버핏이 채권 발행으로 모은 엔화를 일본 주식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최근 일본 증시가 조정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이 시장에서 돈을 빼고 있는 것과는 반대 행보여서 주목된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엔화 채권에 대한 추가 발행 계획을 최근 미국 전자공시시스템(EDGAR)에 공시했다. 발행 주관사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일본 미즈호증권이다. 발행 규모와 만기, 수익률 등 자세한 내용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벅셔해서웨이가 엔화 채권을 발행하는 건 이번이 여덟 번째다. 2019~2021년 연 1회 엔화 채권을 발행했고, 2022년부터는 연 2회로 발행 횟수를 늘렸다. 올 4월에도 2633억엔(약 2조4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최근 금액은 벅셔헤서웨이가 발행한 엔화 채권 중 최대 규모였다.

버핏은 이번 엔화 채권 발행으로 모은 돈 역시 일본 증시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 버핏은 엔화를 빌린 뒤 이를 달러 등 다른 통화로 바꿔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한 적이 없다. 버핏이 엔화 채권 발행을 통해 일본 증시에서 매수한 대표적인 기업은 미쓰비시상사 등 일본 5대 종합상사다.

다수의 증권가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증시가 조정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 방침을 밝혀 온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취임했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은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방침이 순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은 “버핏은 1~2년 수익률에는 좌우되지 않고 10년 뒤에도 여전히 좋을 기업에 투자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며 “기술주보다는 소비재주를 선호하는 평소 모습에 비춰보면 이번 채권 발행으로 종합상사를 추가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버핏이 일본의 유력 반도체 장비 기업을 제쳐놓고 종합상사를 매수하는 건 ‘글로벌 교역은 단기적 부침이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번영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도쿄마린홀딩스 등 일본 보험주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버핏은 평소 “보험사는 미리 보험금을 받아두고 추후에 사고가 생겨야 보험금을 내주기 때문에 큰 규모의 내부 적립금을 쌓는 데 이자 같은 자금 조달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보험주를 선호해 왔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도쿄마린홀딩스의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0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8987억엔으로, 직전 회계연도 대비 29.2% 늘어날 전망이다.

버핏이 엔화 채권 발행으로 모은 돈을 증시에 즉시 투자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버핏이 엔화 현금 확보 차원에서 이번 채권 발행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벅셔해서웨이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 2분기 276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