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쓰러져야 내가 산다…무협지 같은 '셰프들의 요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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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
'흑백요리사' 인기 비결은
유명 요리사 20명 '백수저'와
재야의 고수 80명 '흑수저' 격돌
심사위원 눈 가리고 요리 평가
흑백 대결은 오직 맛으로만 승부
심사위원 토론·갈등하는 모습에
정답이 없는 요리의 본질에 집중
만찢남·급식대가 등 스토리 눈길
화려한 요리 장면으로 입맛 자극
'흑백요리사' 인기 비결은
유명 요리사 20명 '백수저'와
재야의 고수 80명 '흑수저' 격돌
심사위원 눈 가리고 요리 평가
흑백 대결은 오직 맛으로만 승부
심사위원 토론·갈등하는 모습에
정답이 없는 요리의 본질에 집중
만찢남·급식대가 등 스토리 눈길
화려한 요리 장면으로 입맛 자극
불, 기름, 칼…. 위험 요소를 둘러싸고 초 단위로 흘러가는 주방의 세계는 그 어느 곳보다 거친 전쟁터다. 이곳에서 요리사는 재료와 도구를 들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주방의 전사(戰士) 100명이 펼치는 경쟁을 담은 서바이벌 예능이다. 심사위원으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한국 유일한 미슐랭 3스타 식당 ‘모수’의 안성재 셰프가 출연한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공개 첫주인 이달 16∼22일 380만 시청 수를 기록해 TV 시리즈(비영어권) 중 가장 많이 본 작품에 등극했다. 온라인에서 두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패러디한 밈이 유행하고, 출연 요리사의 식당 리스트가 공유되며 대세 반열에 올랐다. 콘텐츠업계에서는 “넷플릭스 예능 가운데 ‘피지컬: 100’ 이후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작진은 요리사를 두 계급으로 나누고, 이 계급차가 부각되도록 연출한다. 백수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올림포스 신처럼 등장하고, 첫 라운드를 부전승으로 통과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첫 라운드에서 흑수저 80명 중 백수저와 맞붙을 20명을 선발하는데, 흑수저의 싸움을 백수저들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평가하기도 한다. 이 같은 흑백의 명확한 대비를 통해 몰입감을 높인다.
생존한 흑수저 20명과 백수저 20명은 1 대 1 대결을 펼치는데, 이때 두 심사위원은 눈을 가리고 평가한다. 시각을 차단하고 후각과 미각으로만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음식 평가에 스토리나 시각적 요소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흑백 계급장을 떼고 오직 맛으로 평가한다는 설정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런 설정을 종합하면 흑과 백, 어느 요리사가 이겨도 시청자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흑수저가 이기면 흑수저도 가능성이 있다는 쾌감을, 백수저가 이겨도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실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공정함을 느낀다.
심사위원이 두 명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요인으로 꼽힌다. 세 명 이상이면 다수결로 결정돼 승부에 어느 정도 명확한 정답을 만든다. 프로그램은 선명함보다는 요리의 본질을 택했다. 두 심사위원이 토론하고 때로는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요리는 정답이 없는 개인의 경험, 즉 주관성의 영역이라는 궁극적 본질에 다가간다. 이로 인해 방송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이야기할 거리를 던진다.
흑수저 요리사 ‘요리하는 돌아이’는 안 셰프에게 간이 덜 됐다는 피드백을 받은 뒤 비속어를 내뱉는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요리가 부족했다고 토로하는 반전(?)의 개인 인터뷰가 이어진다. 여기서 그는 “그깟 염화나트륨이었다. (그걸 발견해 내는) 안 셰프가 그래서 미슐랭 3스타인 것”이라며 심사위원의 디테일에 탄복한다. 심사를 비난하기보다 요리에 대한 프로 의식이 돋보이게 한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실력자들끼리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모습은 훈훈함을 자아낸다. 경력 50년에 가까운 중식 대가 여경래 셰프는 “나도 철가방 출신”이라며 ‘철가방 요리사’의 도전을 받아주고, 철가방 요리사는 그런 여 셰프에게 절하며 존경을 표한다. 한식 대가 이영숙 셰프에게 도전장을 내민 ‘장사천재 조사장’은 “(이 셰프의 음식을 보니) 내가 덜어냄의 미학을 몰랐다”고 한다. 무협지를 보는 듯한 대가와 젊은 고수의 대결은 장인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안 셰프는 “감정에 휘둘릴 것 같아 평가를 보류하겠다” “완성도 없는 테크닉은 테크닉이 아니다” 등 공감 가는 심사평을 뇌리에 남겼다. 마셰코 우승 경험이 있는 최강록 셰프는 “나야 들기름” 같은 웃음을 유발하는 멘트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 밖에 만화책을 보며 요리를 배웠다는 ‘만찢남’, 20년째 아이들의 급식을 책임졌다는 ‘급식 대가’ 등 출연진의 다채로운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 요리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보는 재미도 확실하다. 요리하는 장면과 평가받는 장면, 예술적인 플레이팅 등을 세련된 카메라워크로 담아내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한식, 일식, 양식, 중식과 퓨전까지 장르를 망라한 산해진미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정지선 셰프는 설탕 공예를 연상시키는 ‘시래기 바쓰’를 선보이며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이탈리안 셰프 파브리는 파인다이닝 스타일로 재해석한 홍어 삼합을 내놨다. 그의 음식은 미술 작품 같은 아름다운 플레이팅으로 화제가 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주방의 전사(戰士) 100명이 펼치는 경쟁을 담은 서바이벌 예능이다. 심사위원으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한국 유일한 미슐랭 3스타 식당 ‘모수’의 안성재 셰프가 출연한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공개 첫주인 이달 16∼22일 380만 시청 수를 기록해 TV 시리즈(비영어권) 중 가장 많이 본 작품에 등극했다. 온라인에서 두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패러디한 밈이 유행하고, 출연 요리사의 식당 리스트가 공유되며 대세 반열에 올랐다. 콘텐츠업계에서는 “넷플릭스 예능 가운데 ‘피지컬: 100’ 이후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익숙한 새로움 선사
진행 방식은 기존 경연 프로그램의 틀을 유지했다. 새로운 미션이 계속 주어지고, 그 안에서 실력자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며 생존한다. 다만 기존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던 설정들이 있다. 우선 100명에 달하는 요리사에게 계급을 매겼다는 것.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재야의 고수는 ‘흑수저’(80명) 계급, 유명 경연 대회 우승자나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 요리사는 ‘백수저’(20명)로 나눴다. 백수저 요리사로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스타 셰프 최현석과 에드워드 리, 마스터셰프 코리아(마셰코) 2 우승자 최강록, 중식 대가 여경래 셰프 등이 있다.제작진은 요리사를 두 계급으로 나누고, 이 계급차가 부각되도록 연출한다. 백수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올림포스 신처럼 등장하고, 첫 라운드를 부전승으로 통과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첫 라운드에서 흑수저 80명 중 백수저와 맞붙을 20명을 선발하는데, 흑수저의 싸움을 백수저들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평가하기도 한다. 이 같은 흑백의 명확한 대비를 통해 몰입감을 높인다.
생존한 흑수저 20명과 백수저 20명은 1 대 1 대결을 펼치는데, 이때 두 심사위원은 눈을 가리고 평가한다. 시각을 차단하고 후각과 미각으로만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음식 평가에 스토리나 시각적 요소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흑백 계급장을 떼고 오직 맛으로 평가한다는 설정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런 설정을 종합하면 흑과 백, 어느 요리사가 이겨도 시청자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흑수저가 이기면 흑수저도 가능성이 있다는 쾌감을, 백수저가 이겨도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실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공정함을 느낀다.
심사위원이 두 명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요인으로 꼽힌다. 세 명 이상이면 다수결로 결정돼 승부에 어느 정도 명확한 정답을 만든다. 프로그램은 선명함보다는 요리의 본질을 택했다. 두 심사위원이 토론하고 때로는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요리는 정답이 없는 개인의 경험, 즉 주관성의 영역이라는 궁극적 본질에 다가간다. 이로 인해 방송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이야기할 거리를 던진다.
한 편의 무협지 같아… 훈훈함과 명언들
흑백요리사는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최소화했다. 다른 예능과 비교해 ‘빌런’ 캐릭터가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요리사들이 최고의 실력을 뽐내는 것에 집중한다.흑수저 요리사 ‘요리하는 돌아이’는 안 셰프에게 간이 덜 됐다는 피드백을 받은 뒤 비속어를 내뱉는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요리가 부족했다고 토로하는 반전(?)의 개인 인터뷰가 이어진다. 여기서 그는 “그깟 염화나트륨이었다. (그걸 발견해 내는) 안 셰프가 그래서 미슐랭 3스타인 것”이라며 심사위원의 디테일에 탄복한다. 심사를 비난하기보다 요리에 대한 프로 의식이 돋보이게 한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실력자들끼리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는 모습은 훈훈함을 자아낸다. 경력 50년에 가까운 중식 대가 여경래 셰프는 “나도 철가방 출신”이라며 ‘철가방 요리사’의 도전을 받아주고, 철가방 요리사는 그런 여 셰프에게 절하며 존경을 표한다. 한식 대가 이영숙 셰프에게 도전장을 내민 ‘장사천재 조사장’은 “(이 셰프의 음식을 보니) 내가 덜어냄의 미학을 몰랐다”고 한다. 무협지를 보는 듯한 대가와 젊은 고수의 대결은 장인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안 셰프는 “감정에 휘둘릴 것 같아 평가를 보류하겠다” “완성도 없는 테크닉은 테크닉이 아니다” 등 공감 가는 심사평을 뇌리에 남겼다. 마셰코 우승 경험이 있는 최강록 셰프는 “나야 들기름” 같은 웃음을 유발하는 멘트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 밖에 만화책을 보며 요리를 배웠다는 ‘만찢남’, 20년째 아이들의 급식을 책임졌다는 ‘급식 대가’ 등 출연진의 다채로운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 요리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보는 재미도 확실하다. 요리하는 장면과 평가받는 장면, 예술적인 플레이팅 등을 세련된 카메라워크로 담아내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한식, 일식, 양식, 중식과 퓨전까지 장르를 망라한 산해진미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정지선 셰프는 설탕 공예를 연상시키는 ‘시래기 바쓰’를 선보이며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이탈리안 셰프 파브리는 파인다이닝 스타일로 재해석한 홍어 삼합을 내놨다. 그의 음식은 미술 작품 같은 아름다운 플레이팅으로 화제가 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