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그림 '정오의 휴식'에 녹아 있는 농민에 대한 따스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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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오범조·오경은의 그림으로 보는 의학코드
장 프랑수아 밀레 <정오의 휴식> (1866)
장 프랑수아 밀레 <정오의 휴식> (1866)
<만종>, <이삭 줍는 사람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는 19세기 프랑스 아카데미의 귀족적 취향의 주제에서 벗어나 농부들의 고단한 삶의 장면을 그려낸 사실주의 계열 작가이다. <정오의 휴식> 역시 노동 중 잠시 짬을 내어 단잠을 자는 농부 남녀의 모습을 그렸다.
수확기 농부의 하루는 몹시 길다.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무렵까지 육체노동이 계속된다. 배경을 보면 전경과 중경에는 갓 베어낸 밀 줄기와 그것을 일정 양씩 묶은 밀집 단이 널려 있고 그 뒤로 원경에 이들을 쌓아 만든 거대한 건초 더미들이 산등성이 마냥 자리 잡고 있어 그 노동의 강도를 가늠케 한다. 모델이 된 남녀는 이 지난한 작업 중에 한낮의 강한 햇빛을 피해 잠시 잠을 자며 몸을 회복시키는 중일 것이다. 우리 보기에 그들 오른쪽의 두 밀집 단의 형태는 이 남녀의 휴식 자세를 반영하여 화면 구도에 안정감을 부여하기도 하고 두 사람의 동반자적 성격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는 허허벌판에서 홀로 잠드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안히 낮잠을 잘 수 있는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안정감의 상징은 화면 좌측 제일 앞쪽의 두 개의 낫, 두 짝의 신발, 원경의 마차에 매인 말 두 마리를 통해 반복 강조된다.
앞서 살펴본 구도적 장치로 인해 짧은 낮잠이 가져오는 육체적 안식과 안정의 효과가 한층 깊이 다가온다. 우리의 눈이 짝을 맞춰 쉬고 있는 사물과 인물을 화면 전반에서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선은 수평으로 편안히 확장되고, 이는 보는 이의 마음에도 안정과 평온을 선사한다. 이는 같은 제목으로 밀레가 그린 스케치(도판 2)와 비교하면 더욱 확실히 지각될 것이다. 뒷배경으로 서 있는 건초더미가 갖는 수직선, 그리고 휴식을 취하려는 세 사람의 몸 형태가 반대 방향의 두 대각선과 수직선을 만들어내며 화면에 역동성을 가져오니 이들이 취할 수면이 가져올 휴식이나 안정감을 느끼기 어렵다. 밀레는 이런 스케치를 통해 수면 테마를 다룰 최선의 구도를 찾아 나갔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밀레는 커플의 오침이란 테마를 여러 차례 재연출했다. 같은 제목의 작품(도판 3)은 화면 가득히 잠든 커플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구도로 그려냈다. 가깝게 잡은 프레이밍으로 인해 코앞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듯, 이들의 수면 장면이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남자의 갈비뼈가 들숨 날숨과 함께 오르내리는 것이 보일 것 같고 작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바라보는 내가 다 낮잠을 푹 잔 듯 개운해진다. 수면의 사전적 의미는 “동물이 일정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의 활동을 쉬면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있는 것”인데 많은 사람이 단순히 눈만 붙이고 쉬는 것으로 생각하는 시간 동안 몸의 피로를 해소해 주고 기억을 정리해 주어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하루 7~8시간의 규칙적인 숙면이 건강을 위해 좋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이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야외 활동이나 야간 근무 등의 다른 자극들로 인해 숙면을 방해받아서 온종일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럴 때 낮잠은 짧은 시간 안에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점심 식간 전후 시간대에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질 때 취하는 10분에서 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은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낮잠은 피로 해소, 집중력 향상, 기분 전환과 같은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필자 또한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낮잠을 잔 후의 수행 능력이 향상하는 것을 확인하여 국내 학술지에 보고한 바가 있다.
종일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는 농민들에게 강렬한 태양 광선을 피해 취하는 짧은 낮잠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에 보인 밀레의 관심은 곧 농민들에 대한 그의 따스한 시선의 반영이기도 하다. 왕족 취향 중심의 아카데미 전통 속에서 농민의 삶은 비인기 주제였고, 만일 다룬다 해도 노동의 신성함에 초점을 맞춰 노동자를 객체화하고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정치적 선전 목적의 그림이 주로 그려졌기에 노동자의 휴식을 기념비적으로 그려낸 것은 사실주의자 밀레 고유의 주제 의식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면모는 동시대 혹은 후속세대 아티스트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긴 듯하다.
예를 들어 존 싱어 사전트가 에콜 데 보자르(프랑스 왕립 미술학교)에서 수학하던 19세 때 그린 스케치 작품 <정오>(도판 4)를 보자. 이 그림은 명백히 밀레의 작품을 거울로 반사하듯 좌우 반전을 해 드로잉으로 모사한 것이다. (아드리엔 라비에유가 1873년에 밀레 그림을 거울 이미지의 판화로 만들었다 하는데 이를 사전트가 다시 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예시는 같은 구도로 빈센트 반 고흐가 1889-1890년에 그린 <시에스타>(도판 5)로, 이 그림은 반 고흐 고유의 질감이 잘 드러나는 붓 터치, 황금빛과 채도 높은 파란색의 색감으로 그려졌다. 19세기 후반기 유명 작가들이 이토록 밀레의 <정오의 휴식>에 매료되고 자신들 작품을 통해 오마주를 바친 이유는 역시 노동자를 노동력으로 환산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 존중해야 한다는 그 주제 의식에 대한 공감과 그것을 노동자가 취해 마땅한 휴식을 통해 표현하는 밀레의 접근법에 대한 찬탄일 것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21세기의 우리들도 이들 그림이 보여준 노동자들의 고단함, 그리고 휴식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노동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도 낮잠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위한 중요한 방법의 하나다. 바쁜 일상에서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짐으로써 우리는 기분의 개선, 집중력 향상, 그리고 건강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낮잠에도 적절한 시간과 방법이 중요하기에 몇 가지 실질적인 팁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너무 길거나 늦은 시간에 낮잠을 자면, 오히려 밤에 불면증을 유발하거나 더욱 피곤해질 수 있기 때문에 수면 주기에서 얕은 수면을 1회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인 40분 이내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둘째, 실제 잠을 자는 시간 8시간 전에 완료되는 것, 즉 오후 3시 이전에 자는 것이 이상적이다. 마지막으로 낮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조용하고 어둡거나 적절한 조명이 있는 곳, 그리고 편안한 의자나 소파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좋으며 사무실에서 낮잠을 취할 경우 안대나 귀마개를 써 빛과 소음을 최소화하고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잠시 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음번, 직장에서 대낮에 피로가 몰려올 때는 <정오의 휴식> 속 남녀처럼 잠시 눈을 붙여보실 것을 권한다. (남들이 뭐라 하면 이 글을 보여주자!) 이를 통해 작품의 의의를 직접 체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짧은 단잠의 시간이 내 하루, 더 나아가 삶의 질을 바꿔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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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부교수
오경은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미술사학 조교수
앞서 살펴본 구도적 장치로 인해 짧은 낮잠이 가져오는 육체적 안식과 안정의 효과가 한층 깊이 다가온다. 우리의 눈이 짝을 맞춰 쉬고 있는 사물과 인물을 화면 전반에서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선은 수평으로 편안히 확장되고, 이는 보는 이의 마음에도 안정과 평온을 선사한다. 이는 같은 제목으로 밀레가 그린 스케치(도판 2)와 비교하면 더욱 확실히 지각될 것이다. 뒷배경으로 서 있는 건초더미가 갖는 수직선, 그리고 휴식을 취하려는 세 사람의 몸 형태가 반대 방향의 두 대각선과 수직선을 만들어내며 화면에 역동성을 가져오니 이들이 취할 수면이 가져올 휴식이나 안정감을 느끼기 어렵다. 밀레는 이런 스케치를 통해 수면 테마를 다룰 최선의 구도를 찾아 나갔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밀레는 커플의 오침이란 테마를 여러 차례 재연출했다. 같은 제목의 작품(도판 3)은 화면 가득히 잠든 커플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구도로 그려냈다. 가깝게 잡은 프레이밍으로 인해 코앞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듯, 이들의 수면 장면이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남자의 갈비뼈가 들숨 날숨과 함께 오르내리는 것이 보일 것 같고 작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바라보는 내가 다 낮잠을 푹 잔 듯 개운해진다. 수면의 사전적 의미는 “동물이 일정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의 활동을 쉬면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있는 것”인데 많은 사람이 단순히 눈만 붙이고 쉬는 것으로 생각하는 시간 동안 몸의 피로를 해소해 주고 기억을 정리해 주어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하루 7~8시간의 규칙적인 숙면이 건강을 위해 좋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이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야외 활동이나 야간 근무 등의 다른 자극들로 인해 숙면을 방해받아서 온종일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럴 때 낮잠은 짧은 시간 안에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점심 식간 전후 시간대에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질 때 취하는 10분에서 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은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낮잠은 피로 해소, 집중력 향상, 기분 전환과 같은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필자 또한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낮잠을 잔 후의 수행 능력이 향상하는 것을 확인하여 국내 학술지에 보고한 바가 있다.
종일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는 농민들에게 강렬한 태양 광선을 피해 취하는 짧은 낮잠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에 보인 밀레의 관심은 곧 농민들에 대한 그의 따스한 시선의 반영이기도 하다. 왕족 취향 중심의 아카데미 전통 속에서 농민의 삶은 비인기 주제였고, 만일 다룬다 해도 노동의 신성함에 초점을 맞춰 노동자를 객체화하고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정치적 선전 목적의 그림이 주로 그려졌기에 노동자의 휴식을 기념비적으로 그려낸 것은 사실주의자 밀레 고유의 주제 의식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면모는 동시대 혹은 후속세대 아티스트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긴 듯하다.
예를 들어 존 싱어 사전트가 에콜 데 보자르(프랑스 왕립 미술학교)에서 수학하던 19세 때 그린 스케치 작품 <정오>(도판 4)를 보자. 이 그림은 명백히 밀레의 작품을 거울로 반사하듯 좌우 반전을 해 드로잉으로 모사한 것이다. (아드리엔 라비에유가 1873년에 밀레 그림을 거울 이미지의 판화로 만들었다 하는데 이를 사전트가 다시 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예시는 같은 구도로 빈센트 반 고흐가 1889-1890년에 그린 <시에스타>(도판 5)로, 이 그림은 반 고흐 고유의 질감이 잘 드러나는 붓 터치, 황금빛과 채도 높은 파란색의 색감으로 그려졌다. 19세기 후반기 유명 작가들이 이토록 밀레의 <정오의 휴식>에 매료되고 자신들 작품을 통해 오마주를 바친 이유는 역시 노동자를 노동력으로 환산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 존중해야 한다는 그 주제 의식에 대한 공감과 그것을 노동자가 취해 마땅한 휴식을 통해 표현하는 밀레의 접근법에 대한 찬탄일 것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21세기의 우리들도 이들 그림이 보여준 노동자들의 고단함, 그리고 휴식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노동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도 낮잠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위한 중요한 방법의 하나다. 바쁜 일상에서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짐으로써 우리는 기분의 개선, 집중력 향상, 그리고 건강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낮잠에도 적절한 시간과 방법이 중요하기에 몇 가지 실질적인 팁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너무 길거나 늦은 시간에 낮잠을 자면, 오히려 밤에 불면증을 유발하거나 더욱 피곤해질 수 있기 때문에 수면 주기에서 얕은 수면을 1회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인 40분 이내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둘째, 실제 잠을 자는 시간 8시간 전에 완료되는 것, 즉 오후 3시 이전에 자는 것이 이상적이다. 마지막으로 낮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조용하고 어둡거나 적절한 조명이 있는 곳, 그리고 편안한 의자나 소파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좋으며 사무실에서 낮잠을 취할 경우 안대나 귀마개를 써 빛과 소음을 최소화하고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잠시 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음번, 직장에서 대낮에 피로가 몰려올 때는 <정오의 휴식> 속 남녀처럼 잠시 눈을 붙여보실 것을 권한다. (남들이 뭐라 하면 이 글을 보여주자!) 이를 통해 작품의 의의를 직접 체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짧은 단잠의 시간이 내 하루, 더 나아가 삶의 질을 바꿔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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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부교수
오경은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미술사학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