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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겨울이다.”

<제4의 대전환>에서 닐 하우는 이렇게 진단한다. 그는 역사가 순환한다고 본다. 80~100년 주기로 ‘고조기-각성기-해체기-위기’라는 사이클을 반복하는데, 지금은 계절로 치면 겨울에 해당하는 ‘위기의 시대’라는 것이다.

하우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유명 인사다. 1951년생인 그는 예일대에서 경제학과 역사학을 공부하고 DC로 건너가 정책 컨설턴트로 일했다. 세대와 역사 흐름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 연구 파트너였던 고(古)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함께 ‘스트라우스-하우 세대 이론’을 고안했다. ‘밀레니엄 세대’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도 이들이다. 앨 고어 전 부통령,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팬을 자처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도 이들의 열렬한 지지자다.

<제4의 대전환>은 1997년 펴낸 전작 <네 번째 전환기>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고쳐 쓴 책이다. 27년 전 저자들은 미국이 곧 위기의 시대에 진입할 거라고 예측했다. 공산권이 무너지고 미국의 적수가 없을 때였다. 경제도 호황을 구가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행보는 이들의 말대로 됐다. 2001년 9·11 테러를 거쳐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고,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초강대국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정치적·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역사가 순환하는 만큼 위기도 처음은 아니다. 1860~1865년 남북전쟁 위기가 있었다. 멕시코·미국 전쟁(1846~1848년)에서 대승을 거둔 미국은 본토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은 땅을 새로 얻었다. 그러나 속은 곪고 있었다. 불과 10여 년 뒤 남북전쟁이 터졌고, 이 위기를 잘 넘긴 덕분에 미국은 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미국 역사가 짧은 탓에 저자는 범위를 영미권으로 넓힌다. 미국독립혁명 위기(1773~1794년)뿐 아니라 영국의 명예혁명 위기(1675~1706년), 스페인 함대 위기(1569~1597년), 장미전쟁 위기(1455~1487년) 등도 사이클상 위기의 시대에 해당했다고 설명한다.
‘역사는 순환’ 주장 역사학자…“2030년께 큰 위기 온다”[서평]
현재 진행 중인 ‘밀레니얼 위기’가 어떤 식으로 절정에 이를지 알 수는 없다. 다만 하우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금융위기, 내전, 다른 강대국과의 전쟁 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위기는 2030년대 초반에 절정에 이르고, 이를 잘 넘긴다면 새로운 봄이 찾아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때 사회 주축 세대는 중년을 맞은 밀레니얼(1982~2005년생)이다. 직전 주기의 위기를 위대한 세대(1901~1924년생)가 짊어졌다면 이번엔 밀레니얼 세대가 헤쳐 나가야 한다.

하우는 “밀레니얼 위기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대다수 나라가 겪는 위기의 시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어쩌면 이 위기는 이전의 경제 대공황이나 2차 세계대전보다 더욱 강도가 높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봄(고조기)을 맞을 미국을 희망적으로 그린다. 국민 통합을 이루고 경제 성장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당 간 의견 차이는 좁혀지고, 불평등이 감소한다. 중산층이 부활하고 출산율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는 위기를 잘 이겨냈을 때의 얘기다. 그렇지 못하다면 미국은 큰 피해를 보고 쇠퇴한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흥미로운 주장이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저자는 과거에 이런 패턴을 보였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그 흐름을 만들어내는 근본 원인이나 작동 방식은 밝히지 않는다. 역사가 80~100년 주기로 순환하고 그 안에서 약 20년씩 봄·여름·가을·겨울이 나타난다는 패턴 역시 다소 자의적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며 주목을 받은 것은 그만큼 불안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역사의 순환을 따르든 안 따르든 지금이 위기의 시대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자의 세대론이 흥미롭다. 모든 세대가 똑같을 수 없다.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막중한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영웅’ 세대가 있는 반면 좋은 시절 태어나 편안함만 누린 세대도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누군가는 더 많이 희생해야 한다. 대신 혜택을 누린 다른 세대들은 그만큼 양보하고, 이들을 도와야 한다. 각 세대가 책임은 지지 않고 편안함만 누리려 할 때 위기는 진짜 위기가 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