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장르물의 거장”…팀 버튼 vs 제임스 왓킨스 신작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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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개봉한 '비틀쥬스 비틀쥬스', '스픽 노 이블'
호러 장르지만 전혀 다른 성격
팀 버튼, 36년 만에 속편으로 컴백
제임스 맥어보이 스릴러 연기의 정수 선봬
호러 장르지만 전혀 다른 성격
팀 버튼, 36년 만에 속편으로 컴백
제임스 맥어보이 스릴러 연기의 정수 선봬
장르 영화의 두 거장, 팀 버튼과 제임스 왓킨스의 신작이 이달 공개됐다. 팀 버튼은 영화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드라마 '웬즈데이' 등을 통해 '잔혹 동화'의 대가로 자리잡은 할리우드의 개성파 감독이다. 그의 최신작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오컬트라는 서브 문화를 대중화시킨 '비틀쥬스'(1988)의 속편. 마이클 키튼과 위노나 라이더 등 원작 배우들이 재회한다는 소식에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국 감독인 제임스 왓킨스는 스릴러물의 장인이다. '에덴 레이크', '우먼 인 블랙', '맥마피아' 등 주로 사회 문제를 투영하는 스릴러를 만들어온 왓킨스는 덴마크 영화를 리메이크한 '스픽 노 이블'을 최근 선보였다. 수준높은 호러 영화를 만들어온 제작사 블룸하우스와 스릴러물에 강한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까지 의기투합해 영화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36년 만의 속편, 돌아온 팀 버튼
'비틀쥬스 비틀쥬스'(비틀쥬스2)에는 버튼 만의 몽환적이지만 기괴하고,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36년 만의 속편임에도 비틀쥬스(마이클 키튼)의 스트라이프 정장, 리디아 위츠(위노나 라이더)의 뾰족한 앞머리와 시커먼 고딕 패션…. 이같은 원작의 아이코닉한 요소들을 그대로 살렸다. 전작에서 10대 소녀였던 리디아는 세월이 흘러 10대 딸 아스트라드(제니 오르테가)를 둔 엄마다. 유령과 대화하는 유튜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디아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 아스트라드에게 그저 부끄러운 엄마일 뿐. 그러던 중 아스트라드가 악령의 함정에 빠져 사후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딸을 구하기 위해 리디아는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 한편 비틀쥬스에게 살해당한 전처이자 영혼 포식자 '들로레스'(모니카 벨루치)가 그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모녀는 사후세계 모험을 겪으며 서로의 소중함,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영화에는 온갖 기상천외한 유령과 악귀들이 등장한다. 비주얼이 상당히 '고어'하다. 상반신이 잘린 채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돌아다니는 유령, 20등신은 돼 보이는 괴이한 소두 유령, 물고기들이 살점을 파고들어 피가 철철 나는 유령까지…. 해괴망측하고 음침한 팀 버튼의 상상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분명 끔찍하게 징그러운 비주얼이지만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대충 일하는 관료적인 유령들과 보여지는 것에만 신경쓰는 허세 유령 등 현실 풍자적인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영화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뮤지컬적 요소는 판타지적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영화는 패션과 소품뿐 아니라 촬영 기법부터 문화적 코드까지 1980년대의 감성을 재현했다. 이를테면 죽은 사람을 실어나르는 열차 '소울트레인'에서는 느닷없이 흑인 유령들이 나와 춤을 추는데, 이는 당시 인기 음악 프로그램이던 '소울트레인'을 연상시킨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19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대중문화의 레퍼런스와 문화적 코드가 영화 곳곳에 묻어있다"고 평가했다. 스톱 모션 기법도 여전하다. 스톱 모션은 모형이나 인형 등을 조금씩 이동해 촬영한 뒤 이를 연속재생해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스톱 모션을 활용하고 CG사용을 최소화하며 원작의 수공예적 미학을 유지했다. 메인 테마곡과 '데이-오' 등 전작의 주요 사운드트랙을 활용한 점 또한 아날로그 감성을 충족시킨다. 원작을 보지 못했다면 이해가 어려운 지점들도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튼 만의 기괴한 비주얼과 독보적인 세계관은 초심자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관련 리뷰] 기상천외한 유령들과 저승… 팀 버튼에 또 다시 탄복한다
쎄한 느낌 외면하다가는...왓킨스의 스릴러
'스픽 노 이블'은 현실적이고 심리적인 공포 영화다. 덴마크 영화 '가스터'(2022)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원작의 줄거리는 유지하돼 할리우드 영화다운 극적임과 화려함을 가미했다. 영화는 미국인 가족 루이스(맥켄지 데이비스)가 휴가지에서 우연히 만난 영국인 가족 패트릭(제임스 맥어보이)의 집에 초대를 받아 함께 주말을 보내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들과 함께 지낼수록 루이스네 가족은 미묘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두 가족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문화, 교육관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루이스에게 패트릭은 도축한 거위 고기를 건낸다. 루이스는 참고 억지로 먹는 척 하지만 결국 뱉어버리고. "신경써준건데 어떻게 거절해"라는 루이스의 말처럼, 그의 가족은 곳곳에 발견되는 불협화음을 회피한다. 누구나 그렇듯 타인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패트릭 가족은 매력적이기도 하다. 특히 직장 생활도 수월하치 않고, 아내 루이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벤(스쿳 맥네이리)에게 원시적인 남자 패트릭은 동경의 대상이다. 총으로 동물을 사냥하고, 들판에서 야수와 같이 포효하는 패트릭은 예민하고 겁 많은 벤에게 건강한 남성성, 쉽게 말해 상남자로 인식된다. 루이스네 가족은 매력적이지만 불편한 패트릭 가족과 함께하며 본능(촉)과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학습된 매너 사이를 위태롭게 줄타기한다. 그러나 불길한 직감은 현실이 된다.
왓킨스의 치밀한 연출력과 촬영 테크닉은 관객을 끝까지 몰아붙인다. 관객들은 드문드문 불안감을 느끼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주체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두 가족이 함께하는 장면은 주로 롱테이크로 담아 두 가족의 은근한 충돌과, 이를 무마하려는 부자연스러움을 극대화한다. 로우 앵글과 클로즈업 등을 활용해 인물 간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끝부분에는 아예 초단위로 공포와 안도가 번갈아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서 미로같은 집의 동선과 여러 소품의 통해 정교한 짜임새를 갖춘다. 영화의 백미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력. 전작 '스플릿', '유리' 등을 통해 다져온 다중인격 연기가 이 영화에서도 십분 발휘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영국 감독인 제임스 왓킨스는 스릴러물의 장인이다. '에덴 레이크', '우먼 인 블랙', '맥마피아' 등 주로 사회 문제를 투영하는 스릴러를 만들어온 왓킨스는 덴마크 영화를 리메이크한 '스픽 노 이블'을 최근 선보였다. 수준높은 호러 영화를 만들어온 제작사 블룸하우스와 스릴러물에 강한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까지 의기투합해 영화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36년 만의 속편, 돌아온 팀 버튼
'비틀쥬스 비틀쥬스'(비틀쥬스2)에는 버튼 만의 몽환적이지만 기괴하고,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36년 만의 속편임에도 비틀쥬스(마이클 키튼)의 스트라이프 정장, 리디아 위츠(위노나 라이더)의 뾰족한 앞머리와 시커먼 고딕 패션…. 이같은 원작의 아이코닉한 요소들을 그대로 살렸다. 전작에서 10대 소녀였던 리디아는 세월이 흘러 10대 딸 아스트라드(제니 오르테가)를 둔 엄마다. 유령과 대화하는 유튜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디아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 아스트라드에게 그저 부끄러운 엄마일 뿐. 그러던 중 아스트라드가 악령의 함정에 빠져 사후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딸을 구하기 위해 리디아는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 한편 비틀쥬스에게 살해당한 전처이자 영혼 포식자 '들로레스'(모니카 벨루치)가 그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모녀는 사후세계 모험을 겪으며 서로의 소중함,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영화에는 온갖 기상천외한 유령과 악귀들이 등장한다. 비주얼이 상당히 '고어'하다. 상반신이 잘린 채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돌아다니는 유령, 20등신은 돼 보이는 괴이한 소두 유령, 물고기들이 살점을 파고들어 피가 철철 나는 유령까지…. 해괴망측하고 음침한 팀 버튼의 상상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분명 끔찍하게 징그러운 비주얼이지만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대충 일하는 관료적인 유령들과 보여지는 것에만 신경쓰는 허세 유령 등 현실 풍자적인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영화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뮤지컬적 요소는 판타지적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영화는 패션과 소품뿐 아니라 촬영 기법부터 문화적 코드까지 1980년대의 감성을 재현했다. 이를테면 죽은 사람을 실어나르는 열차 '소울트레인'에서는 느닷없이 흑인 유령들이 나와 춤을 추는데, 이는 당시 인기 음악 프로그램이던 '소울트레인'을 연상시킨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19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대중문화의 레퍼런스와 문화적 코드가 영화 곳곳에 묻어있다"고 평가했다. 스톱 모션 기법도 여전하다. 스톱 모션은 모형이나 인형 등을 조금씩 이동해 촬영한 뒤 이를 연속재생해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스톱 모션을 활용하고 CG사용을 최소화하며 원작의 수공예적 미학을 유지했다. 메인 테마곡과 '데이-오' 등 전작의 주요 사운드트랙을 활용한 점 또한 아날로그 감성을 충족시킨다. 원작을 보지 못했다면 이해가 어려운 지점들도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튼 만의 기괴한 비주얼과 독보적인 세계관은 초심자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관련 리뷰] 기상천외한 유령들과 저승… 팀 버튼에 또 다시 탄복한다
쎄한 느낌 외면하다가는...왓킨스의 스릴러
'스픽 노 이블'은 현실적이고 심리적인 공포 영화다. 덴마크 영화 '가스터'(2022)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원작의 줄거리는 유지하돼 할리우드 영화다운 극적임과 화려함을 가미했다. 영화는 미국인 가족 루이스(맥켄지 데이비스)가 휴가지에서 우연히 만난 영국인 가족 패트릭(제임스 맥어보이)의 집에 초대를 받아 함께 주말을 보내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들과 함께 지낼수록 루이스네 가족은 미묘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두 가족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문화, 교육관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루이스에게 패트릭은 도축한 거위 고기를 건낸다. 루이스는 참고 억지로 먹는 척 하지만 결국 뱉어버리고. "신경써준건데 어떻게 거절해"라는 루이스의 말처럼, 그의 가족은 곳곳에 발견되는 불협화음을 회피한다. 누구나 그렇듯 타인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패트릭 가족은 매력적이기도 하다. 특히 직장 생활도 수월하치 않고, 아내 루이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벤(스쿳 맥네이리)에게 원시적인 남자 패트릭은 동경의 대상이다. 총으로 동물을 사냥하고, 들판에서 야수와 같이 포효하는 패트릭은 예민하고 겁 많은 벤에게 건강한 남성성, 쉽게 말해 상남자로 인식된다. 루이스네 가족은 매력적이지만 불편한 패트릭 가족과 함께하며 본능(촉)과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학습된 매너 사이를 위태롭게 줄타기한다. 그러나 불길한 직감은 현실이 된다.
왓킨스의 치밀한 연출력과 촬영 테크닉은 관객을 끝까지 몰아붙인다. 관객들은 드문드문 불안감을 느끼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주체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두 가족이 함께하는 장면은 주로 롱테이크로 담아 두 가족의 은근한 충돌과, 이를 무마하려는 부자연스러움을 극대화한다. 로우 앵글과 클로즈업 등을 활용해 인물 간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끝부분에는 아예 초단위로 공포와 안도가 번갈아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서 미로같은 집의 동선과 여러 소품의 통해 정교한 짜임새를 갖춘다. 영화의 백미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력. 전작 '스플릿', '유리' 등을 통해 다져온 다중인격 연기가 이 영화에서도 십분 발휘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