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면 일본 간다더니…"제주도 만한 데가 없네"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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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논란 등 악재로 관광 수요 위축
최근 내국인 관광객 회복세 보여
"관광객 만족도 높여 신뢰 회복 나선다"
최근 내국인 관광객 회복세 보여
"관광객 만족도 높여 신뢰 회복 나선다"
"그 돈이면 차라리 일본에 간다고요?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 줄 몰라서 하는 말이죠."
매년 여름 휴가철이면 가족들과 제주도를 찾는다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제주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친구와 직장동료들도 제주로 여행을 간다면 '굳이 왜?'라고 묻는데 사실 국내에 이만한 여행지가 또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 관광업계엔 위기감이 감돌았다. 올들어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난데다 잇따른 논란으로 내국인 관광객에게 외면받으면서다. 심지어 제주도 여행에 드는 비용으로 일본, 동남아 등 해외로 떠나겠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일각에선 관광 만족도가 낮다는 비난에도 막상 제주도만한 여행지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올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917만133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882만1601명) 대비 3.9% 늘었다. 내국인 관광객은 844만2709만명에서 789만3711명으로(-6.5%) 줄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127만6422명으로 237% 급증했다. 내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를 외국인 관광객으로 채운 셈이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는 바가지 논란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계 삼겹살과 해수욕장 평상 갑질, 바닷가 해산물 바가지 가격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관련 게시글에 '나도 당했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이래도 제주도에 간다고?"라는 반응이 더해지면서 제주 여행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지난 1월 내국인 관광객은 95만354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2월에는 90만3856명(-13.2%)까지 내려갔다. 3월에는 93만980명(-10.5%)으로 감소폭이 줄다가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7월에는 101만8018명(-3.9%)으로 감소폭이 소폭 둔화했다. 잇따른 논란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국내 여행지 중 제주도를 대체할 곳이 없다는 점이 관광객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에 두 살배기 아이와 함께 제주도에 다녀온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아이가 어려 해외여행은 생각도 못 했다"면서도 "자동차로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보단 비행기를 타고 차량 렌트하고 이국적인 모습도 볼 수 있는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주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씨와 비슷한 견해를 보이는 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여러 번 방문해 이제는 감흥이 덜해도 돌아서면 제주도 만한 곳이 없다"며 "바다를 봐도 강릉이나 부산에선 경험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제주는 갈 때마다 좋은 기억만 담고 오는데 일부 논란에 전체가 지적받는 건 안타깝다"며 "제주 물가가 서울보다 더 저렴한데 왜 비싸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행정안전부의 지방물가정보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의 삼겹살(환산후) 가격은 2만83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제주는 1만7944원으로 서울이 2139원 더 비싸다. 16개 시도 광역시(세종 제외) 중에선 경남과 함께 4번째로 높았다. 냉면 가격은 서울(1만1923원)이 가장 높았고 제주(9000원)는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서울과 가격 차이는 2923원이다. 여행지 물가와 서비스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그중 제주는 유독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최근 제주도와 일본 여행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묻고 그 결과를 비교한 결과 제주도 여행비용을 과대평가하고 일본 여행비용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제주도는 비싸다는 오래된 선입견과 부정적인 뉴스의 확대 재생산이 만든 합작품"이라며 "이런 인식의 폭이 넓고 뿌리 깊다는 점에서 단기간의 해결은 힘들며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시기 신혼여행지 등 해외여행 대체지로 각광받았다. 검역과 출입국 제한 등으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터라 당시 '제주도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국내 여행에서도 제주도 대체지가 없다는 인식이 나오는 만큼 고비용·불친절 논란을 해소해 재방문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 여행에 대한 관심도는 줄곧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지만 최근 부정적 여론에 2위권으로 밀렸다"며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젊은 세대로 이동하는 만큼 이미지 개선과 신뢰회복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매년 여름 휴가철이면 가족들과 제주도를 찾는다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제주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친구와 직장동료들도 제주로 여행을 간다면 '굳이 왜?'라고 묻는데 사실 국내에 이만한 여행지가 또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 관광업계엔 위기감이 감돌았다. 올들어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난데다 잇따른 논란으로 내국인 관광객에게 외면받으면서다. 심지어 제주도 여행에 드는 비용으로 일본, 동남아 등 해외로 떠나겠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일각에선 관광 만족도가 낮다는 비난에도 막상 제주도만한 여행지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올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917만133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882만1601명) 대비 3.9% 늘었다. 내국인 관광객은 844만2709만명에서 789만3711명으로(-6.5%) 줄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127만6422명으로 237% 급증했다. 내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를 외국인 관광객으로 채운 셈이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는 바가지 논란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계 삼겹살과 해수욕장 평상 갑질, 바닷가 해산물 바가지 가격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관련 게시글에 '나도 당했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이래도 제주도에 간다고?"라는 반응이 더해지면서 제주 여행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지난 1월 내국인 관광객은 95만354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2월에는 90만3856명(-13.2%)까지 내려갔다. 3월에는 93만980명(-10.5%)으로 감소폭이 줄다가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7월에는 101만8018명(-3.9%)으로 감소폭이 소폭 둔화했다. 잇따른 논란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국내 여행지 중 제주도를 대체할 곳이 없다는 점이 관광객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에 두 살배기 아이와 함께 제주도에 다녀온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아이가 어려 해외여행은 생각도 못 했다"면서도 "자동차로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보단 비행기를 타고 차량 렌트하고 이국적인 모습도 볼 수 있는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주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씨와 비슷한 견해를 보이는 글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여러 번 방문해 이제는 감흥이 덜해도 돌아서면 제주도 만한 곳이 없다"며 "바다를 봐도 강릉이나 부산에선 경험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제주는 갈 때마다 좋은 기억만 담고 오는데 일부 논란에 전체가 지적받는 건 안타깝다"며 "제주 물가가 서울보다 더 저렴한데 왜 비싸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행정안전부의 지방물가정보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의 삼겹살(환산후) 가격은 2만83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제주는 1만7944원으로 서울이 2139원 더 비싸다. 16개 시도 광역시(세종 제외) 중에선 경남과 함께 4번째로 높았다. 냉면 가격은 서울(1만1923원)이 가장 높았고 제주(9000원)는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서울과 가격 차이는 2923원이다. 여행지 물가와 서비스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그중 제주는 유독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최근 제주도와 일본 여행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묻고 그 결과를 비교한 결과 제주도 여행비용을 과대평가하고 일본 여행비용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제주도는 비싸다는 오래된 선입견과 부정적인 뉴스의 확대 재생산이 만든 합작품"이라며 "이런 인식의 폭이 넓고 뿌리 깊다는 점에서 단기간의 해결은 힘들며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시기 신혼여행지 등 해외여행 대체지로 각광받았다. 검역과 출입국 제한 등으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터라 당시 '제주도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국내 여행에서도 제주도 대체지가 없다는 인식이 나오는 만큼 고비용·불친절 논란을 해소해 재방문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 여행에 대한 관심도는 줄곧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지만 최근 부정적 여론에 2위권으로 밀렸다"며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젊은 세대로 이동하는 만큼 이미지 개선과 신뢰회복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