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익재단 규제 '발목'…세계기부 순위 10년새 79위로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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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공익재단 조사 결과
재단에 주식 기부땐 세금 폭탄
선진국 대비 기부 하락세 '역행'
재단에 주식 기부땐 세금 폭탄
선진국 대비 기부 하락세 '역행'
‘45위→79위.’ 영국 자선지원재단이 발표한 한국의 세계기부지수 순위다. 2013년 45위였던 한국의 순위는 지난해 79위로 하락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같은 역행의 주요 원인으로 기업재단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과도한 상속·증여세를 꼽았다.
13일 대한상의가 국내 88개 기업그룹에 속한 219개 공익재단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나친 규제가 민간 기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2%에 달했다. ‘영향이 없다’는 대답은 38.4%였다. 공익재단은 민간 기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로 ‘기부 주식에 대한 상속·증여세’(33.3%)를 꼽았다. ‘이사회 의결 및 공시’(22.9%),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18.8%) 등이 뒤를 이었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익법인이란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慈善)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말한다. 공익법인 중 재단법인은 주로 기업인의 출연 재산을 재원으로 활용해 운영된다.
대표적 재단법인은 미국의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했다. 스웨덴의 주요 대기업을 설립한 발렌베리그룹을 비롯해 독일의 BMW 창업자도 재단을 통해 스타트업 육성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의 재단 출연을 적극 장려하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선 재단법인의 활성화가 더딘 편이다. 개인이나 법인이 주식을 재단에 기부할 경우 상속세 혹은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기업 주식 20%를 보유한 대주주가 재단에 지분 전부를 기부하는 경우 5%만 세금이 면제되고, 나머지 15%에 대해선 최고 60%의 세금을 내야 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1991년 개정돼 33년간 유지되고 있는 제도”라며 “공익적 목적으로 기부하려고 해도 보유 주식을 처분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재단법인 활성화를 가로막는 세제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재단을 통한 기업 지배를 막는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재단을 통한 창업가 정신의 계승을 허용하고 있다. EU는 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 기부와 관련해 면세 한도가 없다. 미국의 면세 한도는 20%까지다.
공정거래법과 함께 이중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거래법은 기업그룹 내 공익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갖더라도 의결권을 원칙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임원의 선·해임이나 합병 등 특별한 경우에만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상속·증여세법과 공정거래법을 함께 개선하기 어렵다면 현행 공정거래법을 통해 기업재단이 우회적 지배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만큼 상속·증여세법상 면세 한도를 완화해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13일 대한상의가 국내 88개 기업그룹에 속한 219개 공익재단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나친 규제가 민간 기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2%에 달했다. ‘영향이 없다’는 대답은 38.4%였다. 공익재단은 민간 기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로 ‘기부 주식에 대한 상속·증여세’(33.3%)를 꼽았다. ‘이사회 의결 및 공시’(22.9%),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18.8%) 등이 뒤를 이었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익법인이란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慈善)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말한다. 공익법인 중 재단법인은 주로 기업인의 출연 재산을 재원으로 활용해 운영된다.
대표적 재단법인은 미국의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했다. 스웨덴의 주요 대기업을 설립한 발렌베리그룹을 비롯해 독일의 BMW 창업자도 재단을 통해 스타트업 육성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의 재단 출연을 적극 장려하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선 재단법인의 활성화가 더딘 편이다. 개인이나 법인이 주식을 재단에 기부할 경우 상속세 혹은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기업 주식 20%를 보유한 대주주가 재단에 지분 전부를 기부하는 경우 5%만 세금이 면제되고, 나머지 15%에 대해선 최고 60%의 세금을 내야 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1991년 개정돼 33년간 유지되고 있는 제도”라며 “공익적 목적으로 기부하려고 해도 보유 주식을 처분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재단법인 활성화를 가로막는 세제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재단을 통한 기업 지배를 막는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재단을 통한 창업가 정신의 계승을 허용하고 있다. EU는 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 기부와 관련해 면세 한도가 없다. 미국의 면세 한도는 20%까지다.
공정거래법과 함께 이중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거래법은 기업그룹 내 공익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갖더라도 의결권을 원칙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임원의 선·해임이나 합병 등 특별한 경우에만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상속·증여세법과 공정거래법을 함께 개선하기 어렵다면 현행 공정거래법을 통해 기업재단이 우회적 지배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만큼 상속·증여세법상 면세 한도를 완화해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