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 시상식에서 메달 봉사자들이 LVMH 그룹이 제작한 의상과 메달 트레이를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 시상식에서 메달 봉사자들이 LVMH 그룹이 제작한 의상과 메달 트레이를 들고 있다. 사진=뉴스1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루이비통 등 후원사의 제품이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두고 다른 일부 후원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장 큰 불만이 향한 곳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 약 1억7500만 달러(약 2390억원)를 쏟아부으며 프랑스 내 최대 후원사가 된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다.

NYT는 루이비통이 이번 후원을 통해 올림픽 메달부터 메달 전에 쓰이는 받침대, 프랑스 대표단 유니폼 제작까지 맡으며 이전의 그 어떤 올림픽 후원사보다도 더 많이 관여했다고 짚었다.

이번 올림픽 메달은 루이비통의 주얼리 브랜드 쇼메가 디자인을 맡았으며, 남성복 브랜드 벨루티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프랑스 대표단이 입을 유니폼을 제작했다. 시상식에서 선수들에게 메달을 전달하는 데에 사용하는 가죽 트레이에도 LVMH의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의 로고가 들어갔다.

NYT는 루이비통이 사실상 '주인공'으로 등장한 개회식의 장면이 후원사들을 가장 크게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프랑스의 오랜 명품 제작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때 루이비통 로고가 박힌 여행용 가방을 제작하는 장면이 나왔으며 루이비통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은 댄서들도 등장했다.

NYT는 이 장면이 "사실상 3분간의 루이비통 광고였다"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오래 일한 여러 임원을 놀라게 했을 뿐 아니라 특히 IOC와 오랫동안 협력해 온 다른 일부 후원사들을 화나게 했다고 전했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부터 쭉 올림픽 후원사였던 코카콜라에서 스포츠 이벤트 담당을 맡았던 전직 임원 리카르도 포트는 NYT에 "이번 개회식에서 루이비통 브랜딩의 정도를 보고 매우 놀랐다"면서 "이는 매우 이례적이며 다른 어떤 개막식에서도 한 브랜드가 이처럼 눈에 띄는 역할을 맡았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IOC의 오랜 파트너사인 파나소닉의 올림픽 마케팅 담당자는 이번 올림픽의 루이비통 노출에 관한 질문에 "어려운 문제"라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올림픽은 다른 스포츠 이벤트와 달리 광고가 최소한으로 노출되는 깨끗한 행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한 번 하고 나면 올림픽은 다른 스포츠 행사와 매우 비슷해진다"며 과한 브랜드 노출이 올림픽의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올림픽에서 후원사의 노출은 경기에 꼭 필요한 시계나 경기장의 대형 스크린,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음료 등에 후원사 제품이 사용되는 등 신중한 선에서 이뤄져 왔다고 NYT는 전했다.

이러한 올림픽 상업화 지적에 대해 IOC의 방송 및 마케팅 서비스 이사인 앤 소피 부마드는 NYT에 "우리는 올림픽 게임의 전달이나 경험을 돕는 방식으로 후원사들의 실제로 홍보할 수 있는 방식을 갖기 위해 후원사들과 협력해오고 있다"면서 "(시상대에서 셀카를 찍는) '빅토리 셀피'는 정확히 그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공식 파트너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플립이 시상식마다 선수들에게 지급돼 선수들이 함께 '셀카'를 찍는 장면이 전파를 타고 있다.

NYT는 이 기사에서 "올림픽 후원사들이 관습을 넘어섰다"면서 "루이비통과 삼성은 파리 대회에서 기존 신성한 공간을 침범했다"라고도 꼬집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