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차별받는 자들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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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
영화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 주인공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서도
클래식이 사랑받을 수 있고,
클래식으로도 성공할 수 있단 것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죠"
영화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 주인공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서도
클래식이 사랑받을 수 있고,
클래식으로도 성공할 수 있단 것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죠"
지휘자가 꿈인 비올라 연주자 자히아는 1995년, 첼로를 연주하는 쌍둥이 자매 페투마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 있는 명문 음악 고등학교로 간다. 하지만 알제리 이민자 가정의 이들은 학교에서 차별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히아는 어릴 적 우상이던 지휘자 세르주 첼리바디케를 만나 우연히 제자가 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로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를 창단한다.
동명의 영화 <디베르티멘토>는 차별에 맞선 오케스트라를 만든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46·사진)의 실화를 감동적으로 다룬다. 교외 거주자, 이민자 출신 등 자매를 둘러싼 차별의 장벽은 어느 영화에서도 봤을 법한 익숙한 소재다. 하지만 영화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소리, 개인과 세계가 변화하는 울림의 순간을 묘사해냈다. 일정한 지식과 교양을 담보해야만 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클래식. 클래식은 감상할 수있는 눈과 귀를 오랜시간 갖춰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장벽이 높다. 격식을 갖춘 엘리트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공연이 이뤄지고 연주자들을 리뷰하는 풍경이 수세기동안 이어져온 결과일 터다. 그러나 지휘자 지우아니는 일상의 빈곤함으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으로 손을 내민다. 감동의 실화 주인공을 최근 서면으로 만나봤다. 다음은 지휘자와의 일문일답.
▷본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받은 계기와,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었나요?
"제작진들은 교외 지역에서 자란 젊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관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온전히 저의 여정을 담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서도 클래식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고, 클래식 음악으로도 성공할 수 있단 것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죠." ▷영화에 대한 음악감독도 맡으셨는데, 어떠셨나요?
"지휘자로서 많은 영화 음악을 접해봤지만, 영화를 위한 음악 감독으로 일한 적은 이번이 최초에요. 영화의 세계를 경험하는 일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선곡은 저의 이야기와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와 관련된 음악으로 했어요. 배우 울라야 아마라와 협업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예술적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부분인가요?
"마지막 장면이요. 우리가 만들어 낸 오케스트라를 보여주는 장면인데요, 지휘자와 음악가들이 만나고 함께 일하고 인격적으로 대면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서로 지지하는 연대감이 지금까지 제가 오케스트라를 운영해오게 한 힘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 장면이 정말 자랑스럽고, 좋습니다."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진부한 얘기 같지만, 노력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겁니다. 스스로 믿으면 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죠. 저는 삶이 어려울 거라고 예상되는 동네에서 자랐어요. 하지만 음악을 접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었어요. 저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모두 큰 잠재력을 가진 존재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 가족, 나눔, 노력의 중요성도 함께 전하고 싶어요." ▷비올라와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다가 지휘자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저는 원래 기타 연주자였어요. 그런데 여동생 페투마가 첼로를 연주하는 걸 보면서 저도 오케스트라를 알게 됐죠. 기타는 오케스트라에서 쓰이지 않는 걸 알고 비올라를 익혔어요. 비올라를 연주하며 오케스트라의 세계를 직접 경험했고, 오케스트라라는 팀을 이끄는 지휘자의 힘에 매료돼 지휘봉을 들게 됐어요."
▷오케스트라 이름을 '디베르티멘토'라고 지은 까닭은요?
"디베르티멘토는 자유롭고 활기찬 음악의 소리를 표현하는 이탈리아어입니다. 물론 악단이 진지할 때도 있어야겠지만,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부분 배우가 아닌 실제 연주자들로 캐스팅됐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효과가 있었나요?
"영화에 나온 이들이 연기자가 아닌 실제 음악가들이 많아요. 이들이 각기 다른 배경과 음악적 수준을 지녔는데 팀워크를 발휘해 단결할 수 있게 하는게 제 역할이었어요. 디베르티멘트 오케스트라 멤버들 외에 18~20세 사이의 젊은 음악가들도 함께 했죠. 매일 아침 촬영 전에 함께 모여 리허설을 하면서 협동했죠." ▷지휘 스승 세르주 첼리비다케에게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세르주 첼리비다케라는 훌륭한 지휘자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습니다. 그는 지휘자가 되려면 엄격하고 겸손해야 하며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어요. 왜냐면 이 직업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봉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독자와 공유해주세요.
"디베르티벤토 오케스트라가 일류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한 건 큰 자부심입니다. 하지만 이 성공을 주변과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베르티멘토 아카데미'를 설립했는데요. 프랑스 내 여러지역의 젊은이들이 이 아카데미에서 음악을 배우고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아카데미를 프랑스 바깥으로 확장하는 것도 꿈꾸고 있습니다. 현재 아카데미 학생들의 출신지와 문화적 배경은 매우 다양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하나같이 뜨겁습니다."
▷자히아 지우아니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제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자 장소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음악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모든 사람들이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젊은이들이 연주회에 가고, 음악을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신경을 씁니다.
저에게 음악은 또한 훌륭한 팀워크를 의미해요. 오케스트라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서로를 경청하며, 공동의 이익을 중심에 두는 법을 배웁니다.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에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도 배울수 있어요."
이해원 기자
동명의 영화 <디베르티멘토>는 차별에 맞선 오케스트라를 만든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46·사진)의 실화를 감동적으로 다룬다. 교외 거주자, 이민자 출신 등 자매를 둘러싼 차별의 장벽은 어느 영화에서도 봤을 법한 익숙한 소재다. 하지만 영화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소리, 개인과 세계가 변화하는 울림의 순간을 묘사해냈다. 일정한 지식과 교양을 담보해야만 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클래식. 클래식은 감상할 수있는 눈과 귀를 오랜시간 갖춰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장벽이 높다. 격식을 갖춘 엘리트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공연이 이뤄지고 연주자들을 리뷰하는 풍경이 수세기동안 이어져온 결과일 터다. 그러나 지휘자 지우아니는 일상의 빈곤함으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으로 손을 내민다. 감동의 실화 주인공을 최근 서면으로 만나봤다. 다음은 지휘자와의 일문일답.
▷본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받은 계기와,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었나요?
"제작진들은 교외 지역에서 자란 젊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관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온전히 저의 여정을 담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서도 클래식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고, 클래식 음악으로도 성공할 수 있단 것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죠." ▷영화에 대한 음악감독도 맡으셨는데, 어떠셨나요?
"지휘자로서 많은 영화 음악을 접해봤지만, 영화를 위한 음악 감독으로 일한 적은 이번이 최초에요. 영화의 세계를 경험하는 일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선곡은 저의 이야기와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와 관련된 음악으로 했어요. 배우 울라야 아마라와 협업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예술적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부분인가요?
"마지막 장면이요. 우리가 만들어 낸 오케스트라를 보여주는 장면인데요, 지휘자와 음악가들이 만나고 함께 일하고 인격적으로 대면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서로 지지하는 연대감이 지금까지 제가 오케스트라를 운영해오게 한 힘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 장면이 정말 자랑스럽고, 좋습니다."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진부한 얘기 같지만, 노력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겁니다. 스스로 믿으면 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죠. 저는 삶이 어려울 거라고 예상되는 동네에서 자랐어요. 하지만 음악을 접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었어요. 저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모두 큰 잠재력을 가진 존재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 가족, 나눔, 노력의 중요성도 함께 전하고 싶어요." ▷비올라와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다가 지휘자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저는 원래 기타 연주자였어요. 그런데 여동생 페투마가 첼로를 연주하는 걸 보면서 저도 오케스트라를 알게 됐죠. 기타는 오케스트라에서 쓰이지 않는 걸 알고 비올라를 익혔어요. 비올라를 연주하며 오케스트라의 세계를 직접 경험했고, 오케스트라라는 팀을 이끄는 지휘자의 힘에 매료돼 지휘봉을 들게 됐어요."
▷오케스트라 이름을 '디베르티멘토'라고 지은 까닭은요?
"디베르티멘토는 자유롭고 활기찬 음악의 소리를 표현하는 이탈리아어입니다. 물론 악단이 진지할 때도 있어야겠지만,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부분 배우가 아닌 실제 연주자들로 캐스팅됐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효과가 있었나요?
"영화에 나온 이들이 연기자가 아닌 실제 음악가들이 많아요. 이들이 각기 다른 배경과 음악적 수준을 지녔는데 팀워크를 발휘해 단결할 수 있게 하는게 제 역할이었어요. 디베르티멘트 오케스트라 멤버들 외에 18~20세 사이의 젊은 음악가들도 함께 했죠. 매일 아침 촬영 전에 함께 모여 리허설을 하면서 협동했죠." ▷지휘 스승 세르주 첼리비다케에게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세르주 첼리비다케라는 훌륭한 지휘자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습니다. 그는 지휘자가 되려면 엄격하고 겸손해야 하며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어요. 왜냐면 이 직업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봉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독자와 공유해주세요.
"디베르티벤토 오케스트라가 일류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한 건 큰 자부심입니다. 하지만 이 성공을 주변과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베르티멘토 아카데미'를 설립했는데요. 프랑스 내 여러지역의 젊은이들이 이 아카데미에서 음악을 배우고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아카데미를 프랑스 바깥으로 확장하는 것도 꿈꾸고 있습니다. 현재 아카데미 학생들의 출신지와 문화적 배경은 매우 다양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하나같이 뜨겁습니다."
▷자히아 지우아니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제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자 장소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음악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모든 사람들이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젊은이들이 연주회에 가고, 음악을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신경을 씁니다.
저에게 음악은 또한 훌륭한 팀워크를 의미해요. 오케스트라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서로를 경청하며, 공동의 이익을 중심에 두는 법을 배웁니다.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에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도 배울수 있어요."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