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빨대 꽂힐 일 없다"…수출길 열렸는데 시들한 캐나다산 원유[원자재 포커스]
캐나다산 원유(WCS)의 '직접 수출길'이 되어 줄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이 상업 운영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캐나다 석유의 할인폭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WCS가 서부텍사스원유(WTI)보다 배럴당 약 15달러 낮게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파이프라인 상업 운영 첫날의 11.75달러 할인폭보다 더 넓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캐나다 서남부 앨버타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잇는 1150㎞ 길이의 송유관을 북미대륙 태평양 연안으로 확장하는 공사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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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산 원유는 주로 서부 앨버타주에서 생산되지만, 수출량의 대부분은 미국 중부·동남부 지역에 공급돼 왔다. 송유관 확장 공사가 서부 로키산맥의 자연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대 여론에 가로막혀 태평양 연안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충분히 개통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정제 비용이 많이 드는 중질유·고유황유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캐나다산 원유는 막대한 운송 비용, 제한된 구매자 풀 등 후천적 장애물까지 더해져 시장에서 '캐나다 디스카운트'라 불릴 정도로 저렴한 값에 매매됐다.

태평양 직수출이 막혀 있던 캐나다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독식'하는 반사이익을 누린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일평균 400만 배럴에 달하는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했다. 미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송유관 확장 덕분에 하루평균 89만 배럴의 캐나다산 원유를 태평양 연안으로 운송해 아시아 시장 등에 직수출할 수 있게 됐다.

개통 당시만 해도 "캐나다산 원유의 태평양 직수출은 캐나다 기업들의 유가 결정력을 높이고 에너지 강대국으로서의 캐나다 입지를 강화하는 반면 미국에는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힐 것"이라는 분석들이 제기됐었다. WCS의 WTI 대비 할인폭은 한 자릿수로 좁혀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가동 3개월이 지났지만 할인폭은 더욱 늘어났다. 그 이유로 미국 걸프만 연안발(發) 경쟁 증가 등이 꼽힌다. 멕시코산 중유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일리노이주 졸리엣에 있는 엑슨모빌 정유소 사례 등 미국 정유소들의 잇단 가동 중단도 WCS에 타격을 입혔다. 정유 용량 감소가 WCS 수요 감소를 초래하면서다. 주요 중질유 소비국인 중국의 원유 수요 약세 역시 WCS에 직격탄이 됐다.

다만 할인폭이 조만간 다시 좁혀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해당 송유관의 주요 가치는 WCS와 WTI의 할인폭을 좁히는 것보다는 수출 파이프라인의 혼잡으로 인한 할인폭 급등 가능성을 크게 줄이는 데 있었다"며 "과거 송유관이 가동되기 전에는 혼잡도로 인해 WCS 할인 폭이 배럴당 40달러 이상까지 급등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