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불리한 1레인에서 초반부터 페이스 잃지 않고 제 기량 펼쳐
[올림픽] 우상 박태환처럼 '1번 레인 기적' 재현한 김우민의 동메달
예선 성적이 좋은 선수가 결승에서 가운데 레인에 배정받는 이유는 레이스를 펼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예선 성적이 좋지 않아서 바깥쪽 레인에서 경기하면 우승권 선수 레이스를 직접적으로 견제하기 어렵고, 선수들이 역영으로 만들어내는 파도가 풀 바깥쪽으로 강하게 치기까지 한다.

예선에서 7위를 해 결승에서 1번 레인에 배정받은 김우민(23·강원도청)은 이러한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한국 수영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선사했다.

김우민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에 터치패드를 찍어 3위를 차지했다.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에 열린 예선에서 김우민은 3분45초52라는 예상 밖 성적표를 받았다.

[올림픽] 우상 박태환처럼 '1번 레인 기적' 재현한 김우민의 동메달
일부러 페이스를 조절한 게 아니라 선수 자신이 300m 구간이 지난 뒤 힘이 안 붙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원치 않았던 상황이다.

"원래 오후에 컨디션이 좋다"며 경기장을 빠져나간 김우민은 휴식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을 재정비한 뒤 결승 무대에 등장했다.

결승에서 가장 바깥쪽 레인에 배정받은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낸 경우가 없지는 않다.

가까이는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8위로 결승에 진출해 8번 레인에 배정받은 뒤 결승에서는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금메달을 딴 아흐메드 하프나우위(튀니지)가 있다.

그리고 시곗바늘을 조금 더 뒤로 돌려보면, 13년 전인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1번 레인을 타고 우승을 차지한 박태환이 등장한다.

김우민은 자신의 우상인 박태환처럼, 올림픽 무대에서 1번 레인의 불리한 점을 지웠다.

[올림픽] 우상 박태환처럼 '1번 레인 기적' 재현한 김우민의 동메달
김우민은 출발 버저가 울린 뒤 0.62초 만에 출발해 결승에 진출한 8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반응속도를 보였다.

물에 뛰어든 뒤에는 언제 예선 때 무거운 몸을 보여줬냐는 듯, 4번 레인의 루카스 마르텐스(독일)와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이날 3분41초78로 유일하게 41초대 기록을 내며 금메달을 딴 마르텐스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1위를 놓치지 않았고, 김우민은 바로 그 뒤에서 350m 구간까지 2위를 유지했다.

만약 김우민이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냈더라면, 바로 옆에서 엄청난 기세로 물살을 가르는 마르텐스의 기세에 제 페이스를 잃을 우려도 있었다.

[올림픽] 우상 박태환처럼 '1번 레인 기적' 재현한 김우민의 동메달
실제로 예선 2위를 차지해 결승 3번 레인에 배정된 길례르미 코스타(브라질), 예선 3위로 결승 5번 레인을 탄 페이리웨이(중국)는 각각 5위와 6위로 결승을 마쳤다.

가운데 레인에서 치열하게 일어나는 물보라에서 살짝 비켜난 김우민은 원래 기량대로 물살을 가르며 3분42초50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예선보다 3초 가까이 기록을 단축한 것이다.

비록 마지막 50m 구간에서 일라이자 위닝턴(호주·3분42초21)의 역영에 2위 자리를 내주긴 했어도, 마지막까지 따라온 새뮤얼 쇼트(호주·3분42초64)를 0.14초 차로 따돌리고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