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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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셀러)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하면서 두 회사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셀러뿐만 아니라 이용자도 대거 이탈해 거래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대규모 누적 적자로 인한 자본잠식 상태여서 거래액이 줄면 정산금을 갚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유통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거래액 급감…자금 바닥난 듯

'자본잠식' 티메프의 판매대금 돌려막기…'지급불능' 치닫나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에서 벌어진 정산금 지연 사태는 대부분 지난 5월 판매분과 관련된 것이다. 티몬은 자사 앱과 홈페이지에서 물건이 팔리면 그달 말일 기준 40일 이내에 셀러들에게 정산해주고 있다. 5월 티몬에서 팔린 상품은 그달 말일 기준 40일이 지난 7월 10일이 정산 기일이다. 5월 1일 판매했을 경우 최대 70일 가까이 정산금을 티몬이 보유하고 있다가 수수료를 일부 떼고 셀러들에게 지급하는 셈이다.

위메프는 상품을 판매한 달의 말일 기준 두 달 후 7일 정산한다. 4월 판매분은 7월 7일이 정산기일이다. 위메프에서 먼저 문제가 터지고, 티몬으로 확산한 것도 이 같은 정산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티몬, 위메프가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산 시스템 덕분이다. 매월 거래액을 늘리기만 하면 적자가 아무리 많이 나도 정산금을 다 막을 수 있었다.

문제는 정산금을 다른 데 썼거나 판매액이 감소해 자금이 부족해질 때다. 이 경우 부족한 정산금을 자기자본으로 메우는 게 우선이다. 타인자본을 빌려서 쓸 수도 있다. 하지만 티몬, 위메프는 이 모두가 쉽지 않다. 자본잠식으로 자기자본은 바닥났고, 금융사 등 외부 자금은 끌어다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 정산금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기업 큐텐이 자금을 지원하거나 큐텐의 대주주인 구영배 대표가 자금을 출연해야 하는 상황이다.

○큐텐, 위시 인수에 정산금 썼나

유통업계에선 티몬, 위메프뿐만 아니라 모기업 큐텐도 위태롭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정산 지연 사태의 시발점이 큐텐이기 때문이다.

티몬 관계자들과 셀러들에 따르면 큐텐에선 작년 말부터 정산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때마다 큐텐은 셀러를 관리하는 상품기획자(MD)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주고 시간을 끌었다. 큰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큐텐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고, 판매자 상당수는 한국 업체였기 때문이다. 티몬, 위메프에 비해 지연 정산금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큐텐이 지난 2월 미국 유력 e커머스 위시 인수에 나서자 셀러들의 반발이 컸다. 셀러들로선 정산금도 제때 못 받는데, 대규모 현금이 큐텐에서 빠져나가는 게 달갑지 않았다. 큐텐은 위시 인수에 약 2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러들은 자신들의 정산금이 인수합병(M&A) 자금으로 쓰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큐텐을 이끌고 있는 구영배 대표도 ‘복안’은 있었다.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해 자금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것이었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해외직구 물량을 전담하고 있어 안정적으로 매출을 늘리는 게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 상장 작업이 지연되면서 결국 유동성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 위메프 임직원들 사이에선 “서비스 종료가 임박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MD를 중심으로 상당수 직원이 이탈했다. 일부 상품은 티몬, 위메프에서 구매 취소를 완료했는데 소비자가 배송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경영과 관리가 총체적 부실에 빠졌다는 의미다.

안재광/라현진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