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부터 이효정까지…3시간 10분 순삭 '엔젤스인아메리카' 온다 [종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세대를 초월한 믿고 보는 배우들이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겠다는 포부와 자신감을 드러냈다.
24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연습실에서 공개된 연극 '엔젤스인아메리카' 연습 공개에서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주요 장면들이 선보여졌다.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신유청 연출가를 비롯해 출연 배우들은 입을 모아 "열심히 공부하며 답을 찾으며 준비하고 있다"며 "어서 빨리 관객들에게 이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엔젤스인아메리카'는 새 밀레니엄을 앞둔 세기말의 혼돈과 공포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서사로 빚어낸 작품. 1993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쉽쓸었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종교, 인종, 성향, 정치 등 각종 사회 문제와 다양성을 다룬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 5명의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에이즈에 걸린 프라이어와 그의 동성 연인 루이스, 모르몬교로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괴로워하는 남자 조셉과 약물에 중독된 그의 아내 하퍼, 극우 보수주의자이며 권력에 집착하는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등 세 가지 이야기가 축을 이루며 교차한다.
올해 선보여진 '엔젤스인아메리카'는 황석희가 번역을 맡았고,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 정혜인, 이효정, 김주호, 이유진, 양지원, 이태빈, 정경훈, 전국향, 방주란, 태항호, 민진웅, 권은혜 등 연극과 뮤지컬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실력파 배우들이 총줄동한다. 한 작품에서 보기 힘든 각양각색의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을 선보여 온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돼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인다.
백인 와스프 출신 게이 남성이자 에이즈 환자인 프라이어 윌터 역에는 유승호와 손호준이 캐스팅됐다. 유승호는 데뷔 후 첫 연극도전이다. 손호준은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손호준은 첫 연극 도전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하자면 배우고 싶어서 왔다. 많이 배우면서 연습하면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는 "홀린듯이 이 작품을 하게 됐다"며 "여전히 '이것때문이다'라고 말할 수 없지만, 끝날때까지 '내가 왜 이걸 하고 싶었을까' 고민하면서 하는 것도 즐거울 거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성소수자 설정 역시 두 사람 모두 첫 도전이다. 손호준은 "유승호와 정말 많은 얘기를 한다"며 "연출님, 배우들과 함께 모여 연구도 많이 하고, 대화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성향의 유튜브, 공연도 많이 찾아보고, 같이 공부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유승호도 "저도 여기에 나오는 이슈들에 대한 기본 지식이 많진 않았다"며 "성소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받는 시선들을 좋다는 연출님의 제안에 직접 해본 것들이 있는데 그게 많이 도움이 됐다. 그분들 진심에 닿진 못하겠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고민을 전했다.
조셉 피트의 아내이자 약물에 중독된 여인 하퍼 피트 역에 더블 캐스팅된 고준희와 정혜인에게도 '엔젤스인아메리카'가 첫 연극이다. 드라마, 영화, 예능, 광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왔던 고준희는 2019년 '빙의' 이후 5년 만에 '엔젤스인아메리카'를 통해 연기 활동을 재개한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정혜인은 '엔젤스인아메리카'로 연극 데뷔를 알린다.
고준희는 "신유청 감독님이 연출하고, 유승호 씨가 캐스팅이 돼 있다는 말을 듣고 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준희는 "연극이라는 걸 처음 도전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제가 극 I에 A형에 내성적이라 무대공포증도 있다"며 "하지만 함께한 분들과 정말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그래서 빨리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정혜인은 "연극을 보고 배우의 꿈을 갖게 됐는데, 이 작품이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거 같다"며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신유청 연출가는 "집에 가는 시간이 곤란할 정도로 긴 작품"이라며 "그럼에도 번역해 준 대본을 읽어보니 이전보다 압축이 돼 있었고, 이 대본으로 배우들이 쉴 새 없이 달린다. 그 덕분에 관객들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엔젤스인아메리카' 총 상연 시간은 3시간 10분으로 알려졌다.
이어 "극장에서 시간이 현실의 시간과 다른 생각이 있다"며 "30분 있어도 지루할 때가 있고, 3시간을 봐도 '언제 이렇게 갔나' 싶을 때도 있는데 후자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실존 인물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악마의 변호사'이자 보수주의 정치계 유력인사인 로이콘 역에는 이효정과 김주호가 캐스팅됐다. 특히 이효정은 조셉 피트 역의 이유진과 실제 부자 관계로 각각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맡아 한 무대에 서게 돼 귀추가 주목된다.
이효정은 "25년만에 연극 무대에 섰는데, 아들이 연극을 해서 응원을 하고자 서기로 했는데 저에게 더 큰 선물이 된 거 같다"고 전했다. 이에 이유진은 "거짓말 같다"며 "제가 알기로는 굉장히 욕심을 낸 걸로 안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이효정은 "제 아들이 경험이 별로 없다"며 "이런 거 할 땐 MSG 좀 넣고 해야 한다"고 맞받아쳐 폭소케 했다. 이효정은 "제 역할이 아들과 많이 부딪힌다"며 "대한민국에 이런 사례가 많지 않다. 인간적으로 고민을 했다. 제 아들이 제 눈을 쳐다보며 연기할 수 있을까, 저도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가 걱정 중 하나였는데 의외로 괜찮아서 아주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부자 관계가 그렇지 않냐"며 "하루에 두마디 하면 많이 하는건데, 매일 보고, 밥을 먹고, 얘기를 하면서 아들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이유진은 "저도 이 작품에 참여하게된 후 '아버지에게 제안을 드리고 싶은데 불편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며 "사실 불편한 지점은 있지만, 제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아버지도 배우로서 이 작품이 욕심날 수 있으니 그 부분을 제작진에게도 아빠에게도 말씀드렸고, 욕심을 내셔서 참여한 걸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버지가 연기를 오래하셨고, 잘 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저도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제가 아버지 연기를 제대로 시청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리딩을 하면서 모두가 놀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셨다. 그때 없던, 아니 원래 있던 존경심이 들어서 독립해서 살고 있는데 부모님 집에 따라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하던 행동을 하게 되고, 감사한 기회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양지원은 "질투는 전혀 나지 않는다"며 "제가 중간에서 잘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몰몬교도 출신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 수석 서기관인 조셉 피트 역에는 이유진과 대학로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양지원이 발탁됐다.
프라이어 윌터의 연인이자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의 유대인 사무직원 루이스 아이언슨 역은 SBS '펜트하우스'로 주목받은 이태빈과 뮤지컬 '앤', '오즈' 등의 작품에 출연했던 정경훈이 맡는다. 연습실 막내는 이태빈은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감사한 거 같다"며 "다들 잘챙겨주셔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면서 훈훈한 연습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루이스는 비겁하기도 하고, 현실적인데 저만의 풋푹함으로 표현하려 했다"며 "더블캐스팅된 (정)경훈 형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조셉 피트의 어머니인 한나 피트 역에는 배우 전국향, 방주란이 캐스팅됐다. 흑인 혼혈의 전직 드래그퀸이자 현재는 간호사인 벨리즈 역에는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여온 태항호와 민진웅이연기한다.
신의 계시를 전하는 천사 역은 권은혜가 단독 캐스팅됐다. 천사는 프라이어에게 예언을 전하기 위해 천국에서 내려오는 인물로 그만큼 강력하고 위엄있는 등장을 보여줄 예정이다. 번역을 맡은 황석희 번약가는 드라마에 대한 통찰력과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탁월한 언어 변주 실력을 입증했다. 이번 작품에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를 특유의 위트 넘치는 언어로 표현함과 동시에 빠르게 교차하는 여러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는 평이다.
황석희는 "토니 커쉬너는 훌륭한 작가이자 문장가"라며 "두개가 반드시 성립하는 건 아닌데, 볼 때마다 연극에서 있는 긴 독백이나 대사 등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600편 이상의 작품을 번역했는데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만나는 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작품성을 극찬했다.
그러면서 "저는 문장에 집중했다"며 "영어와 한글의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흐름과 캐릭터를 살리는 게 저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원작자인 토니 커쉬너는 스스로가 송수자이자 유대인으로서 1980년대 미국의 에이즈 위기 속에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자신과 같이 차별과 편견의 표적이 되기 쉬웠던 사회 속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냈다. 영화 '뮌헨', '링컨',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의 작품에 시나리오 작가로도 참여했고, 이 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예술훈장을 받았다.
이 공연의 총 분량은 8시간으로 알려졌다. 연출자인 신유청 감독은 "8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걸 만들려고 노력하다보니 제가 지옥을 만드는 사람이 된 거 같았다"며 "이 배우들을 길게 데려갈수도 없고, 단계로 가야할 거 같더라. 그래서 파트1을 하고, 이후에 파트2를 가야 하지 않을까 싶더라"라고 계획을 전했다.
그러면서 "저만 꾸는 꿈이 아닌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은 꿈을 꾸면서 목표를 이뤄나가는 게 더 의미있는 거 같다"며 "그 언젠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효정도 "파트1을 보시면 파트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거 같다"며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면 빨리 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첨언했다.
한편 '엔젤스인아메리카'는 오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상연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24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연습실에서 공개된 연극 '엔젤스인아메리카' 연습 공개에서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주요 장면들이 선보여졌다.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신유청 연출가를 비롯해 출연 배우들은 입을 모아 "열심히 공부하며 답을 찾으며 준비하고 있다"며 "어서 빨리 관객들에게 이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엔젤스인아메리카'는 새 밀레니엄을 앞둔 세기말의 혼돈과 공포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서사로 빚어낸 작품. 1993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쉽쓸었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종교, 인종, 성향, 정치 등 각종 사회 문제와 다양성을 다룬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 5명의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에이즈에 걸린 프라이어와 그의 동성 연인 루이스, 모르몬교로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괴로워하는 남자 조셉과 약물에 중독된 그의 아내 하퍼, 극우 보수주의자이며 권력에 집착하는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등 세 가지 이야기가 축을 이루며 교차한다.
올해 선보여진 '엔젤스인아메리카'는 황석희가 번역을 맡았고,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 정혜인, 이효정, 김주호, 이유진, 양지원, 이태빈, 정경훈, 전국향, 방주란, 태항호, 민진웅, 권은혜 등 연극과 뮤지컬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실력파 배우들이 총줄동한다. 한 작품에서 보기 힘든 각양각색의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을 선보여 온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돼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인다.
백인 와스프 출신 게이 남성이자 에이즈 환자인 프라이어 윌터 역에는 유승호와 손호준이 캐스팅됐다. 유승호는 데뷔 후 첫 연극도전이다. 손호준은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손호준은 첫 연극 도전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하자면 배우고 싶어서 왔다. 많이 배우면서 연습하면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는 "홀린듯이 이 작품을 하게 됐다"며 "여전히 '이것때문이다'라고 말할 수 없지만, 끝날때까지 '내가 왜 이걸 하고 싶었을까' 고민하면서 하는 것도 즐거울 거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성소수자 설정 역시 두 사람 모두 첫 도전이다. 손호준은 "유승호와 정말 많은 얘기를 한다"며 "연출님, 배우들과 함께 모여 연구도 많이 하고, 대화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성향의 유튜브, 공연도 많이 찾아보고, 같이 공부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유승호도 "저도 여기에 나오는 이슈들에 대한 기본 지식이 많진 않았다"며 "성소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받는 시선들을 좋다는 연출님의 제안에 직접 해본 것들이 있는데 그게 많이 도움이 됐다. 그분들 진심에 닿진 못하겠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고민을 전했다.
조셉 피트의 아내이자 약물에 중독된 여인 하퍼 피트 역에 더블 캐스팅된 고준희와 정혜인에게도 '엔젤스인아메리카'가 첫 연극이다. 드라마, 영화, 예능, 광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왔던 고준희는 2019년 '빙의' 이후 5년 만에 '엔젤스인아메리카'를 통해 연기 활동을 재개한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정혜인은 '엔젤스인아메리카'로 연극 데뷔를 알린다.
고준희는 "신유청 감독님이 연출하고, 유승호 씨가 캐스팅이 돼 있다는 말을 듣고 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준희는 "연극이라는 걸 처음 도전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제가 극 I에 A형에 내성적이라 무대공포증도 있다"며 "하지만 함께한 분들과 정말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그래서 빨리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정혜인은 "연극을 보고 배우의 꿈을 갖게 됐는데, 이 작품이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거 같다"며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신유청 연출가는 "집에 가는 시간이 곤란할 정도로 긴 작품"이라며 "그럼에도 번역해 준 대본을 읽어보니 이전보다 압축이 돼 있었고, 이 대본으로 배우들이 쉴 새 없이 달린다. 그 덕분에 관객들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엔젤스인아메리카' 총 상연 시간은 3시간 10분으로 알려졌다.
이어 "극장에서 시간이 현실의 시간과 다른 생각이 있다"며 "30분 있어도 지루할 때가 있고, 3시간을 봐도 '언제 이렇게 갔나' 싶을 때도 있는데 후자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실존 인물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악마의 변호사'이자 보수주의 정치계 유력인사인 로이콘 역에는 이효정과 김주호가 캐스팅됐다. 특히 이효정은 조셉 피트 역의 이유진과 실제 부자 관계로 각각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맡아 한 무대에 서게 돼 귀추가 주목된다.
이효정은 "25년만에 연극 무대에 섰는데, 아들이 연극을 해서 응원을 하고자 서기로 했는데 저에게 더 큰 선물이 된 거 같다"고 전했다. 이에 이유진은 "거짓말 같다"며 "제가 알기로는 굉장히 욕심을 낸 걸로 안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이효정은 "제 아들이 경험이 별로 없다"며 "이런 거 할 땐 MSG 좀 넣고 해야 한다"고 맞받아쳐 폭소케 했다. 이효정은 "제 역할이 아들과 많이 부딪힌다"며 "대한민국에 이런 사례가 많지 않다. 인간적으로 고민을 했다. 제 아들이 제 눈을 쳐다보며 연기할 수 있을까, 저도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가 걱정 중 하나였는데 의외로 괜찮아서 아주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부자 관계가 그렇지 않냐"며 "하루에 두마디 하면 많이 하는건데, 매일 보고, 밥을 먹고, 얘기를 하면서 아들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이유진은 "저도 이 작품에 참여하게된 후 '아버지에게 제안을 드리고 싶은데 불편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며 "사실 불편한 지점은 있지만, 제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아버지도 배우로서 이 작품이 욕심날 수 있으니 그 부분을 제작진에게도 아빠에게도 말씀드렸고, 욕심을 내셔서 참여한 걸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버지가 연기를 오래하셨고, 잘 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저도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제가 아버지 연기를 제대로 시청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리딩을 하면서 모두가 놀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셨다. 그때 없던, 아니 원래 있던 존경심이 들어서 독립해서 살고 있는데 부모님 집에 따라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하던 행동을 하게 되고, 감사한 기회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양지원은 "질투는 전혀 나지 않는다"며 "제가 중간에서 잘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몰몬교도 출신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 수석 서기관인 조셉 피트 역에는 이유진과 대학로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양지원이 발탁됐다.
프라이어 윌터의 연인이자 미국 연방 제2항소법원의 유대인 사무직원 루이스 아이언슨 역은 SBS '펜트하우스'로 주목받은 이태빈과 뮤지컬 '앤', '오즈' 등의 작품에 출연했던 정경훈이 맡는다. 연습실 막내는 이태빈은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감사한 거 같다"며 "다들 잘챙겨주셔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면서 훈훈한 연습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루이스는 비겁하기도 하고, 현실적인데 저만의 풋푹함으로 표현하려 했다"며 "더블캐스팅된 (정)경훈 형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조셉 피트의 어머니인 한나 피트 역에는 배우 전국향, 방주란이 캐스팅됐다. 흑인 혼혈의 전직 드래그퀸이자 현재는 간호사인 벨리즈 역에는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여온 태항호와 민진웅이연기한다.
신의 계시를 전하는 천사 역은 권은혜가 단독 캐스팅됐다. 천사는 프라이어에게 예언을 전하기 위해 천국에서 내려오는 인물로 그만큼 강력하고 위엄있는 등장을 보여줄 예정이다. 번역을 맡은 황석희 번약가는 드라마에 대한 통찰력과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탁월한 언어 변주 실력을 입증했다. 이번 작품에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를 특유의 위트 넘치는 언어로 표현함과 동시에 빠르게 교차하는 여러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는 평이다.
황석희는 "토니 커쉬너는 훌륭한 작가이자 문장가"라며 "두개가 반드시 성립하는 건 아닌데, 볼 때마다 연극에서 있는 긴 독백이나 대사 등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600편 이상의 작품을 번역했는데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만나는 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작품성을 극찬했다.
그러면서 "저는 문장에 집중했다"며 "영어와 한글의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흐름과 캐릭터를 살리는 게 저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원작자인 토니 커쉬너는 스스로가 송수자이자 유대인으로서 1980년대 미국의 에이즈 위기 속에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자신과 같이 차별과 편견의 표적이 되기 쉬웠던 사회 속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냈다. 영화 '뮌헨', '링컨',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의 작품에 시나리오 작가로도 참여했고, 이 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예술훈장을 받았다.
이 공연의 총 분량은 8시간으로 알려졌다. 연출자인 신유청 감독은 "8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걸 만들려고 노력하다보니 제가 지옥을 만드는 사람이 된 거 같았다"며 "이 배우들을 길게 데려갈수도 없고, 단계로 가야할 거 같더라. 그래서 파트1을 하고, 이후에 파트2를 가야 하지 않을까 싶더라"라고 계획을 전했다.
그러면서 "저만 꾸는 꿈이 아닌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은 꿈을 꾸면서 목표를 이뤄나가는 게 더 의미있는 거 같다"며 "그 언젠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효정도 "파트1을 보시면 파트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거 같다"며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면 빨리 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첨언했다.
한편 '엔젤스인아메리카'는 오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상연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