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난민 보호 관련 소송 첫 기각
난민 처우 논란 고조될 듯…EU 8개국 "자발적 귀환 유도해야"
독일 법원 "시리아에 심각한 생명 위협 없다"…난민재판 기각
독일 법원이 14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 출신 난민에 대한 재판에서 "민간인에게 심각한 생명의 위협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내전을 이유로 시리아에서 넘어온 난민에 대해 독일 정부가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23일(현지시간) 디차이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고등행정법원은 지난 16일 시리아 출신 원고가 보충적 보호를 해달라며 연방이민난민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보충적 보호는 정치적 박해 등 난민 인정 조건에는 못 미치지만 고국에서 부당한 위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내리는 조치다.

한국의 인도적 체류 허가와 비슷하다.

재판부는 원고 출신지인 시리아 북부 하사카 지역에서 여전히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부상할 위험이 상당히 큰 상황은 더 이상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하사카뿐 아니라 시리아 다른 지역에도 민간인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심각하고 개별적인 위협이라는 보충적 보호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원고는 2015년 밀입국 범죄로 오스트리아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난민 인정은 물론 보충적 보호 조치도 받지 못하자 독일 이민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난민 지위를 부여하라고 판결했다.

시리아는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유럽에 가장 많은 난민이 유입된 나라다.

독일에 거주하는 시리아 국적자는 지난해 기준 97만2천여명으로 2011년 3만2천여명에서 30배로 늘었다.

독일은 시리아 출신이 자국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내전으로 인한 치안 상황을 이유로 고국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이 판결로 시리아 출신 난민 처우를 둘러싼 논란이 고조될 전망이다.

독일에서는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인도적 체류를 폭넓게 허가하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자가 지난 5월말 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난민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럽 다른 나라에서는 시리아 난민 유입을 줄이기 위한 유럽연합(EU)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탈리아·오스트리아·체코 등 EU 8개 회원국은 전날 외무장관 회의에서 시리아 난민의 자발적 귀환을 위해 특사 파견 등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U는 내전 이후 반정부 시위 무력진압과 인권탄압, 금지 무기 사용 등을 이유로 시리아를 제재하고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알아사드 정부는 러시아, 이란의 후원을 받고 있다.

키프로스 등 7개국은 지난 5월 시리아 전역에서 내전이 벌어지지는 않으며 난민이 귀국할 만큼 안전한 지역도 있다고 주장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당시 니코스 크리스토두리데스 키프로스 대통령과 만나 "자발적 귀환보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력 하에 더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