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연설로 화려한 등판…美우선주의 등 트럼피즘 계승 천명
불우한 유년 언급하며 바이든 저격…"단순한 러닝미이트 넘어 차세대 리더"
"새로운 견습생…'재집권시 연임 불가' 트럼프, 마가 계속 실행할 사람 원해"
트럼프 '마가' 상속자 쐐기박은 밴스…"차기 예약"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은 17일(현지시간) 수락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후계자를 자임했다.

연설 내내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웠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직업 정치인'으로 부르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저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한때 스스로 '네버 트럼프 가이'라고 규정했던 그가 180도 변신, 잠재적인 미국의 이인자이자 차세대 마가 리더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한 순간이었다.

미 언론은 밴스 상원의원이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수락 연설로 마가 운동의 상속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밴스 의원을 '트럼프의 새로운 어프렌티스'(Trump's new apprentice)라고 표현하며 그가 단순한 러닝메이트가 아니라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계자이자 차세대 마가 운동 지도자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견습생'이라는 뜻의 '어프렌티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진행했던 직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그를 일약 명사로 키웠던 TV쇼의 이름이기도 하다.

WSJ은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한 번의 임기 동안만 재임할 수 있기 때문에 39세의 밴스는 단순한 러닝메이트가 아니라 '기름 부음을 받은' 사실상의 승계자이자 마가 보수주의자들의 차세대 리더라고 했다.

밴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불가론과 트럼프 집권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불우했던 자신의 유년 시절 등 개인사를 비중있게 거론하며 감정적 접근도 했다.

미국의 대표적 러스트벨트(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오하이오의 흙수저 출신인 밴스 의원은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 화살을 조 바이든 행정부로 돌렸다.

자신이 자란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을 워싱턴의 지배계층에 의해 '버려진 마을'이라고 표현하며 올해 81세인 바이든을 향해 "내가 살아온 날보다 더 오랫동안 워싱턴의 정치인이었다"고 직격했다.

자신이 4학년 때 바이든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지했다고 언급하면서 "이것이 미국의 수많은 제조업 일자리를 멕시코로 보내버렸다"라고도 했다.

또 "내가 자란 오하이오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의 작은 마을에서 일자리가 외국으로 넘어갔고, 우리 자손들은 전쟁터로 보내졌다"면서 바이든 정부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이유로 꼽았다.

자신의 스토리를 '마가 운동' 주창 이유로 연결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처럼 잃어버린 것을 회복할 수 있는 미국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추켜세웠다.

자신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인들이 왜 자신들의 일자리를 망가뜨리는지 궁금해하는 미시간의 자동차 노동자와 위스콘신의 공장 노동자 같은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이날 연설에는 "미국 납세자의 관대함을 배신하는 나라의 무임승차는 더 이상 없다", "우리는 동맹국이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부담을 나누도록 할 것", "꼭 필요할 때만 우리 아이들을 전쟁에 보낼 것"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걸어온 미국 우선주의와 신(新)고립주의적 외교관도 그대로 담겼다.

블룸버그 통신은 민주당과 '트럼프 불가' 공화당원들은 오랫동안 트럼프가 있는 동안에만 트럼피즘이 공화당을 지배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왔지만, 포퓰리즘과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목청껏 끌어안은 밴스의 이날 연설은 그들의 희망을 거의 끝내버렸다고 보도했다.

밴스 상원의원이 이날 연설로 공화당의 명실상부한 상속자로 우뚝 서게 됐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밴스가 트럼프의 정책 어젠다에 대한 지적인(intellectual) 상속인으로 여겨진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그의 재집권 시기를 넘어 밴스가 공화당을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주변 측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1기 집권 당시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에 대해서는 결코 진지하게 품어보지 않았던 기대감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가 운동을 계속 실행해나갈 누군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분명하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가 CNN에 전했다.

다만 외신은 밴스 의원을 이념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장 비슷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의 이런 자수성가 스토리가 미국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WP는 밴스 의원이 민주당 우세 경합 주인 이른바 '블루월'(Blue Wall)의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