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평생 살아오며 정든 내집 한 채, 죽어서도 가져갈 건 아니죠.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내집에서 편안히 계속 살면서도 집을 담보로 다달이 300만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주택연금'입니다.

주택연금 제도가 국가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가입자 나이와 주택 가격에 따라 매달 받는 수령액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선 지난 '일확연금 노후부자' 기사("국민연금도 없는데 어떻게"…평생 月300만원 받는 방법 [일확연금 노후부자])에서 자세히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돈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국가가 운영하는 주택연금 말고도 또 있다는 점, 알고 있으신가요. 바로 민간은행이 자체 판매하는 역모기지론 상품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역모기지론은 집을 금융회사에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매달 조금씩 대출받는 상품입니다. 대출 원리금은 정해진 만기가 다가왔을 때 한 번에 갚는 구조죠.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뿐만 아니라 주택연금도 가입자의 월수령액이 사실상 집을 담보로 매달 빌리는 대출액이란 점에서 역모기지론의 일종입니다.

슬슬 헷갈리죠. 자세히 뜯어보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일 정도로 더 헷갈립니다. 주택연금과 민간 역모기지론 사이의 혜택 차이가 큰데도 말이죠. 그래서 이번 '일확연금 노후부자' 기사에선 주택연금과 민간 역모기지론 사이의 차이점과 유·불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 합니다.

우선 주택연금과 민간 역모기지론은 똑같은 집으로 가입해도 매달 받는 수령액이 다릅니다. 집을 담보로 빌리는 대출금(수령액)에 적용되는 금리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가입자의 나이가 동일하다면 계약 금리가 높을수록 다달이 나눠받는 수령액은 줄어듭니다. 반대로 계약 금리가 낮으면 매달 받는 수령액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구체적인 금리를 알아볼까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급을 보증하는 주택연금은 적용금리를 '기준금리+가산금리'로 정합니다. 주택연금의 기준금리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또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중 하나로 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가산금리는 CD금리를 택할 때는 1.1%포인트,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택하면 0.85%포인트가 붙습니다. 만약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택하면 가장 최근에 발표된 지난 6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연 3.52%)에 0.85%포인트를 더해 연 4.37%에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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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은행의 자체 역모기지론 상품의 금리는 상대적으로 주택연금보다 높습니다. 하나은행의 '하나 역모기지론' 금리는 연 4.44%입니다. 국민은행이 판매하는 자체 역모기지론 'KB 골든라이프 주택연금론'은 연 4.1~5.0%에 계약할 수 있습니다. 최저금리인 연 4.1%를 적용받기 위해선 △신용카드 이용실적(0.3%포인트) △자동이체 3건 이상 등록(연 0.1%포인트) △급여이체 실적(0.3%포인트) △적금 가입(연 0.1%포인트) △전자금융 이용(0.1%포인트)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처럼 주택연금에 적용되는 금리가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의 금리보다 대개 낮죠. 주택연금으로 매달 받을 수 있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나이가 70세인 고령자가 집값이 6억원인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죽을 때까지 매달 177만30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입자 나이와 주택 가격별 주택연금 월 수령액.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가입자 나이와 주택 가격별 주택연금 월 수령액.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주거 안정성 측면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주택연금은 한 번 가입하면 죽을 때까지 연금이 지급됩니다. 만약 배우자가 있다면 본인이 사망한 이후라도 배우자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금이 배우자에게 지급됩니다. 배우자까지 모두 사망하면 해당 주택을 주택금융공사가 소유하게 되지만, 어차피 죽고 난 이후니까 상관 없겠죠. 주거 안정성이 높은 것입니다.

반면 민간 역모기지론은 가입 당시 만기가 정해집니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보통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의 만기는 최대 30년인데요, 30년이 경과하면 그동안 매달 받았던 모든 돈에 이자까지 합쳐서 은행에 갚아야 합니다. 만약 한 번에 갚지 못한다면, 은행이 집을 빼앗습니다. 계약 당시 담보로 집을 맡겼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이에 계약 만기에 이르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가입자는 강제로 퇴거조치 당하거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오래 살면 살수록 주거 안정성이 낮아지는 셈입니다.

심지어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은 계약 당시 정한 만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30년간 매달 일정한 금액을 받기로 약속하고 가입한 금융상품인데, 금융사가 25년만 연금(대출금)을 지급하고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한은행이 판매하는 자체 역모기지론 '미래설계 크레바스 주택연금대출'의 상품설명을 보면, '담보가치의 하락, 대출금리의 상승, 대출금 추가 지급에 따라 대출 원리금이 약정금액에 도달할 경우에는 대출금 지급이 조기 종료될 수 있습니다.'라고 나옵니다.

일부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과 달리 주택연금은 한번 계약하면 담보물인 주택 가격의 하락과 무관하게 평생 지급됩니다. 가입자가 평생 받은 연금 총액이 담보물인 주택 가격보다 커지더라도 가입자가 추가로 돈을 갚아야 할 일은 없습니다. 가입자 사망 이후 주택 소유권을 가진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을 처분해 확보단 금액이 연금 지급액보다 작더라도 그 부담은 전부 주택금융공사가 짊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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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이 절대적으로 불리해 보이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은 주택연금보다 가입 조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책금융상품인 주택연금은 가입하려면 우선 나이가 만 55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반면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은 비교적 연령 제한이 자유롭습니다. 신한은행의 자체 역모기지론 상품은 나이와 무관하게 본인 명의의 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가입 가능합니다. 국민은행의 자체 역모기지론 상품은 연령 제한이 '40세 이상'으로, 주택연금보다 가입 문턱이 낮습니다.

주택연금은 다주택자가 가입하기에 일부 까다로운 측면도 있습니다.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이 12억원(시세 약 17억원) 이하이기만 하면 주택연금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지만, 다주택자는 여러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액이 12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공시가격 합산액이 12억원을 초과하는 2주택자의 경우엔 3년 이내에 주택 한 채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반면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은 집값이나 가입자가 보유한 주택 수와 무관하게 자유롭게 가입이 가능합니다. 가입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에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의 경쟁력이 있는 것이죠.

이에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하고 주택연금과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 중 하나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특히 주택연금과 민간 역모기지론의 상품명이 비슷한 탓에 자칫하다간 혼동해 가입할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급을 보증하는 정책금융 상품인 주택연금의 명칭은 말 그대로 '주택연금'입니다. 이와 가장 헷갈리기 쉬운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은 국민은행의 'KB 골든라이프 주택연금론'입니다. 명칭에 주택연금이란 단어가 포함돼있지만, 이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이 아니란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