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 그림책 '나는 돌이에요'
[아동신간] 이수지 그림책 '춤을 추었어'
▲ 춤을 추었어 = 이수지 그림.
동그란 뺨에 검댕이 묻은 아이가 눈을 뜬다.

아이는 동그란 점 하나와 지휘봉을 들고 단 위에 선다.

검은 점은 공을 닮았다.

아이가 공을 던지고, 공이 튀어 오르며 춤이 시작된다.

춤을 추며 나가는 여행에서 아이는 풍뎅이, 사마귀, 뱀, 까마귀 등 세상의 온갖 존재들을 만나고, 모두와 친구가 된다.

자연은 때론 아름답기도 하고 때론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모두가 각자의 고유한 리듬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춘다.

'춤을 추었어'는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신작이다.

모리스 라벨의 음악 '볼레로'의 구성에 맞춰 아이의 춤 같은 여정을 그림책으로 구성했다.

10월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특별전 '춤을 추었어 Danced Away'도 열린다.

이 책 속에 담긴 원화 작품과 장영규 음악감독의 '볼레로'를 바탕으로 만든 음악의 선율과 함께 움직이는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이수지 작가는 어느 날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전쟁과 도심에서 열린 불꽃놀이 축제 사진이 인터넷 뉴스 창에 나란히 뜬 것을 보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우리는 손을 잡고 왈츠에 맞춰 나가지만, 과연 나아가는 것일까요.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약하고 아름다운 존재를 생각하며 '춤을 추었어'를 만들었습니다.

"
안그라픽스. 66쪽.
[아동신간] 이수지 그림책 '춤을 추었어'
▲ 나는 돌이에요 = 지우 글·그림.
백만 번째 아침을 맞은 돌 하나가 있다.

콩은 무럭무럭 자라고 새는 알을 깨고 날아가도 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돌은 그러나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을 둘러싼 고요하고도 역동적으로 변하는 매 순간을 목격하고 땅을 흠뻑 적시는 빗소리, 무거워진 하늘과 따가운 햇빛, 나비의 떨림을 온몸으로 느낀다.

돌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말들 속에는 오고 가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초연한 자세와 백만년이나 살았음에도 순간순간을 새롭게 보는 마음이 담겨 있다.

뭐든지 빠르고 쉽게 변해버리는 시대에 백만 살 된 돌은 그저 현재의 순간순간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생의 본질이라고 웅변한다.

지우 작가는 기하학적 패턴과 그래픽 등을 한겹씩 덧대어 조금씩 변화하는 나날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모래가 쌓여 돌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약 천만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발끝에 차이는 돌들 중에 저보다 짧은 생을 산 돌은 없습니다.

슬그머니 돌을 만져봅니다.

돌의 시간을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에서)
문학동네. 6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