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세계 인구의 날, 달라진 풍경
7월 11일은 전 세계 인구가 50억명을 돌파한 것을 기념해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이다.

유엔은 1987년 7월 11일 세계 인구가 50억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했는데 여기에서 이날이 유래했다.

1989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이날을 기념일로 제정할 때만 해도 세계 인구 증가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세계 인구는 1800년께 10억명에서 1927년 20억명이 되기까지 120여년이 걸렸지만 50억명이 되기까지는 60년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급증세가 가팔랐다.

그 뒤 세계 인구는 1999년 60억명, 2011년 70억명을 돌파했다.

지금이야 대부분 국가가 인구 감소를 걱정하지만, 그 시절만 해도 사정이 아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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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대한가족계획협회 주관으로 '한국은 초만원, 세계도 초만원'이란 캐치프레이즈 하에 '한자녀갖기운동' 가두캠페인까지 벌어졌다.

전국적으로 인구 증가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인구시계탑이 설치되기도 했다.

인구증가 억제 정책이 한창이던 1987년 7월 그때 우리나라 인구는 4천208만명 정도로 추산됐다.

인구증가율이 1982년 이후 크게 떨어져 85년 1.29%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인구정책이 성공한 나라로 꼽히기도 했다.

전 세계 인구 추계를 조사하던 미국의 국제인구문제연구소(PRI)의 피터 후시 소장은 한국이 1970∼72년 평균 4자녀 수준의 가족에서 15년도 채 못 되는 기간에 2자녀 가족을 달성했다면서 출산율이 1972년에서 1987년 사이에 36%가 낮아져 한국의 높은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에 뒷받침이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연합뉴스 87년7월11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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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7년이 지난 한국은 한마디로 '사람이 부족해서 난리'인 나라가 돼 버렸다.

오랫동안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저출산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면서 '지속 가능한 나라'인지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출산율이 0.76명을 기록,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연히 세계 인구의 날 풍경도 달라졌다.

이날 한 금융그룹은 '저출생 시대의 경고'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국가적 위기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 등 각계각층의 노력을 담은 내용인데 그중에는 지금의 추세라면 '2750년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됩니다'라는 충격적인 문구도 나온다.

[논&설] 세계 인구의 날, 달라진 풍경
저출생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일할 사람인 생산가능인구도 줄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숙련 기술을 갖춘 외국 인력을 유치해 미래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하고, 이를 위해 이민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당장 내년 합계출산율 2.1명(인구 규모가 줄지 않고 유지되는 수준)이 되더라도 생산가능인구는 2025년 3천591만명에서 2040년 2천910만명으로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2030년 출생률 1.0명을 회복하더라도 2070년 생산가능인구는 1천791만명으로, 2025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2000년대 초반부터 숙련 기술 인력의 정주 중심 이민정책을 실시해 생산인구 감소의 충격을 늦춘 독일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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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대책은 고임금 맞벌이 부부의 출산 의욕을 높이는 제한적인 효과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 비상사태에 맞게 비상한 대책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인구 문제는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루를 미루면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