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에 탄소비용 매기는 EU…원유 수요 줄일까 [원자재 포커스]
유럽연합(EU)의 탄소비용 정책에 따라 향후 디젤에 1리터당 최소 50센트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디젤 등 석유제품 공급업체는 2027년부터 유럽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커버하기 위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최소 50센트씩 전가될 것이란 전망이다.

탄소 시장 분석 회사인 Veyt는 2일(현지시간) "2031년부터 디젤 가격에 최소 50센트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탄소 비용을 반영한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의 새로운 기후위기 대응 법안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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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EU는 교통 및 주택 부문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두 번째 배출권 거래 시스템(ETS2)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2030년까지 EU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전력 생산과 중공업 부문에 대한 규제를 위주로 이뤄진 기존 EU ETS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다만 ETS2에서는 일정 수준 이하의 탄소 배출량에 대해 허용해주는 무료 할당 제도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을 지원하는 '사회 기후 기금'에 적립된다.

Veyt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에는 EU 내에서 디젤 1리터당 14센트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한다. 2031년에는 이 추가 비용이 최대 54센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물 난방용 연료에 대해서도 탄소 배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석탄 가격은 2031년까지 ㎏당 68센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Veyt의 마르쿠스 퍼디낸드 최고분석책임자는 "EU의 계획은 매우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2040년까지 모든 부문에서 약 4억 톤의 배출 감소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EU 내에서 특히 교통 부문의 연료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의회 환경위원회 의장인 파스칼 캔핀은 "탄소 가격이 너무 높으면 모든 유럽인들의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연료 제조사들은 배출량을 줄이고 소비자 비용을 낮추기 위해 식물성 기름이 포함된 하이브리드 난방 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탄소 비용이 추가된 디젤에 대한 수요가 줄면 석유 수요를 둔화시키고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