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적용 계엄포고령 위헌 무죄 사유, 불법수집 증거 인정 안 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3년 선고 70대, 42년만에 무죄 판결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70대가 40여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제4형사부(구창모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계엄법·반공법 위반, 계엄법 위반 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심대상판결(항소심)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82년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4개월 뒤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지 42년 만이다.

A씨는 1979년 11월께 유신 헌법 철폐와 대의원에 의한 대통령 선출 반대 등의 내용을 담은 선언문 500여장을 복사해 충남대 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배포하도록 다른 사람에게 지시했다.

또 공주, 대전 등지에서 반국가단체의 주장에 동조하고, 북한 라디오 방송을 듣고 유언비어를 유포하거나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찬양하는 등 국가보안법, 계엄법, 반공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대전지방법원은 검사가 제기한 11가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양형부당의 이유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된 A씨가 상고하지 않아 형량이 확정됐다.

그러다 40여년이 흐른 지난해 11월 2일 A씨는 항소심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8일 A씨의 항소심을 재심대상판결로 지정, 재심을 개시했다.

재심이 시작되면서 검찰은 A씨가 1979년 11월 유신헌법 철폐 등의 내용이 담긴 선언문 배포를 지시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에 모두 무죄를 구형했다.

A씨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직후 내려졌던 계엄포고령(계엄포고)을 위반했거나 위반 행위를 지시한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판의 전제가 된 계엄포고가 위헌·위법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2018년)를 근거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형벌에 대한 법령이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을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도 무죄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A씨 진술서, 자술서, 피의자신문조서 등이 영장주의 절차를 위반해 수집됐고, 불법 구금, 가혹행위로 인해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가 불법 구금된 이후 압수영장도 없이 이뤄진 압수수색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품도 증거능력이 없는 것으로 봤다.

불법 수집된 증거들을 제외한 증거만으로 A씨의 행위로 국가 존립·안전이나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해할 명백한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가 있고 직권파기 사유도 있으므로 검사와 피고인의 각 양형부당의 주장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한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