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여파로 고사 직전인 빌라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 분위기는 시큰둥합니다.

임차인의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에 필요한 '126%룰'은 그대로인데다, 다음 달부터는 임대인도 강화된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 공급은 끊기고, 아파트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방서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세대주택.

보증금 1억6,880만원에 월세 13만원짜리 매물이 나왔습니다.

통상 보증금은 1천만원, 월세는 10만원 단위로 거래되는 임대차 시장에서 이처럼 계산이 복잡한 물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정부가 전세사기를 막겠다며 임차인의 전세보증 가입 한도를 공시가격의 126%로 지정한 뒤 나타난 현상입니다.

전세보증에 가입하지 않으면 임차인을 받기 어려운 빌라 특성상 강화된 기준에 따라 보증금을 내리다보니 만원 단위까지 임대료를 쪼개 받게 된 겁니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목돈을 돌려줘야하고, 세입자는 월세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썰렁합니다.

전세보증 가입 시 공시가 뿐 아니라 감정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문제의 '126%룰'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감정 평가를 받더라도 공시가격에 126%를 곱한 가격보다 높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감정 비용 또한 임대인이 물어야 합니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는 임대사업자 의무가입 대상인 임대 보증보험도 전세보증 수준으로 가입 요건이 강화됩니다.

전셋값을 낮추지 않으면 보험 가입이 어렵고, 보험 미가입시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까닭에 월세를 더 올려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성창엽 /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 결국 이런 임대인들에 대한 규제는 임차인들에 대한 피해로 전가되고 이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특히 서민들이 주거하고 있는 형태의 주택 임대료 부담이 지금도 급등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급등할 거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임대인도, 임차인도 빌라 전세를 꺼리게 되면서 월세와 아파트 쏠림 현상이 보다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권대중 /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비아파트가 많은 지역일수록 아파트의 전셋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수요가 몰려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거든요.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올 들어 서울 빌라 전세 계약의 절반 가까이가 2년 전보다 보증금이 낮아진 역전세 거래였습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1년 간 단 한 주도 빠짐없이 올랐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영상취재: 양진성·김재원, 영상편집: 권슬기, CG: 김 준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
빌라 대책 내놨지만…집주인도 세입자도 '부글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