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해군, 쿠바 외에 태평양 등에서도 군사훈련 예정
미국 '턱밑' 쿠바서 무력시위 러 핵잠수함, 5일만에 출항
미국의 '턱밑' 격인 쿠바 아바나항(港)에 입항했던 러시아 핵추진 잠수함 등이 입항 닷새만인 17일(현지시간) 출항했다고 AP 통신과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아바나항에 들어왔던 러시아 북방함대 소속 군함과 잠수함 네 척이 이날 계획했던 군사 훈련을 마치고 쿠바를 떠났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호위함 '고르시코프 제독'호와 야센급 공격원잠 '카잔'호, 급유함 '파신'호, 구조예인선 '니콜라이 치코'호 등이 쿠바군과 함께 600㎞ 거리의 목표물을 가상으로 타격하는 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르시코프 제독호는 최대 사거리 1천㎞의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 치르콘을 탑재하는 러시아의 최신 호위함이고, 2017년 취역한 신형 공격원잠인 카잔호 역시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 함종이다.

미국 본토까지의 거리가 140여㎞에 불과한 쿠바에 핵 공격이 가능한 군함과 잠수함을 보낸 이번 조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워 온 미국을 겨냥한 일종의 무력시위로 평가된다.

다만 쿠바 군당국은 현지 관영매체 '그란마'를 통해 "이번에 방문한 러시아 해군함들은 핵무기를 운반하거나 탑재한 선박이 아닌 만큼 주변 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쿠바와 오랜 동맹 관계인 러시아는 주기적으로 두 나라 영해와 영공에 군함과 전투기를 보내 훈련을 진행해 왔다.

이번 러시아 군함의 아바나항 정박에 대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일상적인 방문 활동"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지원하는 미군 임무와 맞물려 러시아 군사 훈련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핵추진 잠수함 등을 쿠바에 보내자 미국과 캐나다 등 주변국은 자국 공격원잠과 군함 등을 주변에 배치하거나 아바나항에 기항시키는 등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AP 통신은 지난 13일 미군의 핵 추진 공격 잠수함인 '헬레나'가 아바나에서 약 850㎞ 떨어진 미 관타나모 해군 기지에 도착했고 다음 날인 14일에는 캐나다의 연안 초계함 '마거릿 브룩'이 아바나에 정박했다고 전했다.

미국 '턱밑' 쿠바서 무력시위 러 핵잠수함, 5일만에 출항
한편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지난 15일 러시아 호위함을 찾아 군인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아바나항 주변에는 러시아 군함과 잠수함을 보려고 수백명의 쿠바인이 모여들기도 했다.

17일 러시아 군함이 출항하자 쿠바인들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배웅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쿠바 방문 외에도 러시아 해군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18일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을 인용해 러시아 태평양 함대가 18일부터 28일까지 태평양, 동해, 오호츠크해에서 훈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태평양 함대가 실시하는 이번 훈련에는 함정과 지원 선박 등 약 40대, 장거리 대잠수함 항공기 Tu-142M3, Il-38, Il-38N를 비롯한 해군 항공기와 헬리콥터 등 약 20대, 대잠수함 수색·구조 헬리콥터 등이 참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