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휴진 방침에도 분당서울대병원 큰 혼란 없어…환자들은 "불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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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수만 개별 휴진한 듯"…병원·노조, 휴진 교수 규모 파악에 어려움
"오늘은 운 좋게 진료받았는데 휴진으로 인한 피해가 언제 나한테 닥칠까 불안하죠."
서울대병원 소속 교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간 첫날인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종양센터에서 만난 암 환자 가족 김모(73) 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달 초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남편(77·안양)의 수술 부위에 달린 소변 줄을 제거하려고 남편과 함께 외래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왔는데 하마터면 이날 진료를 못 받을 뻔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14일 병원에서 진료 예약 변경 연락과 문자가 왔는데 확인을 못 해 오늘 아침에야 급하게 연락했더니 오늘 점심때 병원에 오라고 하더라"며 "오늘 진료 못 받았으면 한동안 더 불편했을 텐데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그는 "오늘 잘 진료받고 다음 진료 일정까지 3개월 후로 잡았는데, 담당 교수님이 휴진하면 진료가 연기될 텐데 그런 일이 나한테 닥칠까 봐 조마조마하다"라고 말했다.
신장내과와 내분비내과 검사를 받으러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는다는 박모(73·평택) 씨는 "혈압과 고지혈증 관리를 받고 있는데, 의정 갈등 사태를 뉴스로 접할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데 사태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동생의 당뇨 치료를 위해 이 병원 심장혈관센터를 함께 방문한 70대 A씨는 "원래 교수님 두 분을 뵙기로 했는데 내과 교수님은 휴진하셔서 한 분의 진료만 받기로 했다"며 "(교수님) 한 분이라도 뵐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상황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의 휴진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날 이 병원의 진료과 가운데서 진료를 완전히 중단한 곳은 없었다.
오전부터 1층 예약·수납 창구와 각층 진료과의 외래 환자 대기석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줄지어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한때 1층 채혈실 앞에도 30명 안팎의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어 다소 붐비는 모습이었다.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은 진료 기록부를 들여다보거나 통화하며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앞서 지난 4월 30일 집단 휴진 당시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신의학과 교수들이 외래 진료를 중단해 일부 대기석이 비어있던 것과는 다소 다른 풍경이었다.
이 병원의 한 직원은 "집단 휴진이 예정돼있던 탓에 혹여나 상황이 많이 달라질까 싶었는데 평소 월요일 오전 풍경과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며 "몇몇 교수가 개별적으로 환자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근무를 쉬는 정도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모든 진료과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병원 내부에 휴진을 안내하는 설명문도 보이지 않았다.
병원 측은 이날 소속 교수 약 500명 중 집단 휴진에 동참한 교수들의 인원수는 집계가 어려워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과에서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진에 나섰으나 상당수는 정상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보통 교수님들께서 휴진하실 경우 미리 병원에 이를 알려야 하고, 최소 일주일 전에 보고해야만 휴진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이 같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가 다수라서 휴진 규모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 반대하기 위해 대자보를 붙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던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도 이날 각 진료과를 대상으로 휴진 규모 확인에 나섰으나 역시 여의치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불과 하루 이틀 전까지도 일부 교수가 앞서 밝혔던 휴진 동참 계획을 철회하는 등 의견을 번복한 경우가 있어 실제 휴진 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우려했던 큰 혼선은 불거지지 않았지만,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에 환자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이날 분당서울대병원 콜센터에는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 따른 변동 사항을 문의하는 전화 연락이 여러 차례 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교수들의 휴진 사실을 모른 채 병원에 왔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환자들도 있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한편,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20개 임상과를 대상으로 휴진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529명이 이날부터 전면 휴진에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소속 교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간 첫날인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종양센터에서 만난 암 환자 가족 김모(73) 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달 초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남편(77·안양)의 수술 부위에 달린 소변 줄을 제거하려고 남편과 함께 외래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왔는데 하마터면 이날 진료를 못 받을 뻔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14일 병원에서 진료 예약 변경 연락과 문자가 왔는데 확인을 못 해 오늘 아침에야 급하게 연락했더니 오늘 점심때 병원에 오라고 하더라"며 "오늘 진료 못 받았으면 한동안 더 불편했을 텐데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그는 "오늘 잘 진료받고 다음 진료 일정까지 3개월 후로 잡았는데, 담당 교수님이 휴진하면 진료가 연기될 텐데 그런 일이 나한테 닥칠까 봐 조마조마하다"라고 말했다.
신장내과와 내분비내과 검사를 받으러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는다는 박모(73·평택) 씨는 "혈압과 고지혈증 관리를 받고 있는데, 의정 갈등 사태를 뉴스로 접할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데 사태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동생의 당뇨 치료를 위해 이 병원 심장혈관센터를 함께 방문한 70대 A씨는 "원래 교수님 두 분을 뵙기로 했는데 내과 교수님은 휴진하셔서 한 분의 진료만 받기로 했다"며 "(교수님) 한 분이라도 뵐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상황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의 휴진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날 이 병원의 진료과 가운데서 진료를 완전히 중단한 곳은 없었다.
오전부터 1층 예약·수납 창구와 각층 진료과의 외래 환자 대기석에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줄지어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한때 1층 채혈실 앞에도 30명 안팎의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어 다소 붐비는 모습이었다.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은 진료 기록부를 들여다보거나 통화하며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앞서 지난 4월 30일 집단 휴진 당시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신의학과 교수들이 외래 진료를 중단해 일부 대기석이 비어있던 것과는 다소 다른 풍경이었다.
이 병원의 한 직원은 "집단 휴진이 예정돼있던 탓에 혹여나 상황이 많이 달라질까 싶었는데 평소 월요일 오전 풍경과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며 "몇몇 교수가 개별적으로 환자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근무를 쉬는 정도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모든 진료과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병원 내부에 휴진을 안내하는 설명문도 보이지 않았다.
병원 측은 이날 소속 교수 약 500명 중 집단 휴진에 동참한 교수들의 인원수는 집계가 어려워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과에서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진에 나섰으나 상당수는 정상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보통 교수님들께서 휴진하실 경우 미리 병원에 이를 알려야 하고, 최소 일주일 전에 보고해야만 휴진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이 같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가 다수라서 휴진 규모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 반대하기 위해 대자보를 붙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던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도 이날 각 진료과를 대상으로 휴진 규모 확인에 나섰으나 역시 여의치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불과 하루 이틀 전까지도 일부 교수가 앞서 밝혔던 휴진 동참 계획을 철회하는 등 의견을 번복한 경우가 있어 실제 휴진 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우려했던 큰 혼선은 불거지지 않았지만,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에 환자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이날 분당서울대병원 콜센터에는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 따른 변동 사항을 문의하는 전화 연락이 여러 차례 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교수들의 휴진 사실을 모른 채 병원에 왔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환자들도 있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한편,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20개 임상과를 대상으로 휴진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529명이 이날부터 전면 휴진에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