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회담 이행 점검하며 경제협력 부각할 듯
북, '군사 초밀착' 위해 북러우호조약 개정 원할 수도
푸틴 방북 초읽기…무기거래 넘어 군사장기협력 토대 다지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내주 방북설을 12일 대통령실이 확인하며 그의 방북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24년 만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진행된다면 러시아가 북한의 든든한 '뒷배'라는 점을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알리고 싶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에 푸틴 대통령이 화답하는 성격이 강하다.

아울러 양국 고위급 교류 모멘텀을 이어 나가겠다는 뜻을 최고지도자들이 몸소 보여주며 협력 심화 의사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장기 군사 협력의 토대를 다지는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기간인 이날 기자들을 만나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며칠 안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최근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할 때 그의 방문은 18∼19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9년 김 위원장의 방러 때도 북한 방문을 요청받았지만 답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도 방북 의사를 밝혔고, 김 위원장의 요청 9개월 만에 실제 방문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방문 자체만으로 '러시아도 북한과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발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표면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방북 기간 양측은 지난해 9월 북러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분야별 협력 성과를 점검하고 추가 교류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국제사회 비난 부담이 적은 경제 협력 이야기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양국 우주기술 개발 협력 논의도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방북 초읽기…무기거래 넘어 군사장기협력 토대 다지나
지난해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 후 올해 추가로 3차례 발사하겠다고 말했으나 상반기에 한 번도 이를 성공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크게 발전하는 법"이라고 말하며 정찰위성 발사 실패에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위성 발사 추가 성공에 우주 기술 강국인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북한의 재래식 무기 제공을 중심으로 한 '주고받기식' 단기 거래에 치중했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공동의 정세 인식을 바탕으로 무기 체계 공동 개발 등 군사 협력 초밀착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김 위원장은 지난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 당시 "새 시대 북러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생각에 푸틴이 응답하면 이번에 양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별도의 공동선언문을 내놓을 수 있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공동 기자회견이나 선언문 발표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북러 간 군사 밀착 수준을 냉전 시대 수준으로 높이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양국이 기존에 체결된 조약을 손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이 1961년 옛 소련과 맺은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은 무력침공·전쟁 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으나, 소련이 한국과 수교를 맺은 후 해당 조약은 폐기됐다.

이후 2000년 체결된 양국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조항 대신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중략)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는 내용만이 담겼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군사적 밀착 내용을 담은) 새로운 북러 조약이 나올 수도 있지만 러시아가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